“포기하지 않으면 레이스는 끝나지 않습니다”

‘헛 둘 헛 둘’ 셋을 모르는 남자 제갈성렬의 삶과 신앙 손동준 기자l승인2018.05.04 20:43:47l수정2018.05.09 10:16l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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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발언’ 상처 딛고 평창에서 그린 ‘역전 드라마’

모친 병 고친 하나님…순복음 신앙으로 변화된 가족

올림픽에서의 ‘노메달’ 좌절…돌아보니 ‘치유의 재료’

▲ 다시 한 번 SBS해설위원으로 참여했던 평창동계올림픽. 제갈성렬 감독은 8년 전의 실패를 딛고 극적인 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제갈성렬 제공)

지난겨울 우리의 심장을 뜨겁게 했던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들만큼이나 국민들을 웃기고 울렸던 사나이가 있다. 경기 막바지 선수들이 마지막 힘을 짜내는 순간 ‘헛 둘 헛 둘’ 하는 ‘샤우팅’ 소리는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이자 SBS 해설위원인 제갈성렬 감독(의정부시청, 의정부순복음교회 안수집사, 49세). 숨 가빴던 동계올림픽을 뒤로하고 최근 꿀 맛 같은 휴식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꿈만 같았던 평창

“제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해설을 하다니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인터넷에 ‘제갈성렬’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종교발언’이 뜬다. 8년 전인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해설위원으로 나섰던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확정 짓던 순간 “우리 주님께서 허락하셨다”는 발언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편파적인 종교발언’이었다는 것.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비난이 이어졌고 결국 해설위원 자리에서 중도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8년 전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합니다. 정말 무서웠어요. 제갈성렬의 배를 갈라서 십자가에 매달아야 한다는 악플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 돋습니다.”

제갈 감독은 그 당시를 “쓰라리고 아픈, 지울 수 없는 상처”라고 표현했다. 누구보다도 자식을 자랑스러워하시던 아버지는 자책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바라보며 더 많이 아파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마이크를 잡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8년 만에 다시 제안이 왔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었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많은 관심이 몰릴 것은 당연했다. 욕심보다도 두려움이 앞섰지만 다시 용기를 냈다. 가족들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2016년 7월에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살아계실 때 제가 해설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아버지께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가 해설위원으로 나선 SBS는 동계올림픽 중계에서 압도적인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여론도 찬사로 바뀌었다. 제갈 감독은 “국민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다시 제게 기회가 주어진 것만도 놀라운데 이런 사랑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은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갈 감독의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의 방송 출연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매일 기도의 시간을 더하고 있다고. 제갈 감독은 어머니의 기도가 있었기에 오늘의 역전 드라마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간의 방법과 하나님의 방법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팠던 상처를 말끔하게 씻어내신 하나님의 멋진 계획이었죠.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 제갈성렬 감독과은 인터뷰 내내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포즈를 요청하자 환하게 웃으며 '엄지척'을 선보이는 제갈성렬 감독.

믿음으로 다시 살아난 가족

지금은 ‘기도의 전사’이신 그의 어머니지만 처음부터 신앙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무당을 불러 정기적으로 굿을 하던 집안이었다. 그러다가 어머니에게 큰 병이 찾아왔다. 마음의 병이었다. 큰 병원도 용하다는 무당도 어머니의 병을 고치지 못했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어느 날 여의도순복음교회 신도들이 찾아왔다. 삼삼오오 다니며 이 집 저 집 복음을 전하던 사람들이었다. 평소 같으면 “예수쟁이들이 왔다”며 역정을 냈을 아버지도 웬일인지 그날따라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계셨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 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분들의 인도에 따라 부모님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셨어요. 의정부에서 여의도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리던 시절이지만 우리 가족은 그만큼 절박했던 거죠.”

당시 전도사이던 엄기호 목사(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는 초신자였던 제갈 감독의 어머니에게 3일 금식기도를 권유했다. 그렇게 무작정 오산리기도원으로 들어갔다. 당시 천막으로 지어진 오산리 기도원은 온갖 병에 걸린 사람들로 뒤엉켜 열악하기 그지없던 곳이었다. 어머니는 엄 전도사의 권유대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다’는 내용의 시편 23편을 읽고 또 읽으며 금식했다.

“3일째 되던 날 하나님께서 음성을 들려주셨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이름과 함께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음성 속에서 회개의 영이 부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상숭배하고 하나님을 불신했던 과거를 쏟아내셨고 그리고는 세상에서 느끼지 못한 평안함이 찾아왔다고 해요. 그 벅찬 기쁨 속에 잠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일 년 만에 달콤한 잠을 주무셨지요. 그 이후로 우리 집은 하나님 중심 가정이 됐고, 다 같이 여의도순복음교회로 매주 출석하게 됐습니다.”

이후 의정부순복음교회가 생겼고 제갈 감독의 가족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신앙생활로 교회의 중심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선수시절에도 주말이면 청년들을 이끌고 의정부역 광장에 나가 노방전도를 했다. 지금도 청년 1부 부장으로 섬기고 있다. 그는 하나님께서 가족에게 부어주신 축복에 대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크고 놀라운 일들뿐”이라며 감사해 했다.

 

▲ 제갈성렬 감독의 선수시절 모습.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없었지만 출전한 거의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거머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였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값진 은혜

제갈성렬 감독은 “어린시절 굉장히 쾌활하고 산만한 아이였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공부보다는 운동이 좋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스케이트는 시작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남다른 재능으로 일찌감치 태극마크를 달았다. 중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고 이듬해에는 국가대표가 됐다. 하루 6시간이라는 강도 높은 태릉선수촌의 훈련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나이였지만 꿈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중등부 수련회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죠. 인터벌트레이닝이라고 극한 훈련을 20번 정도 하면 하늘이 노랗게 보이거든요.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는 없었던 긍정적인 마인드가 극한 훈련을 이겨낼 수 있게 했습니다. 똑같은 밥을 먹고 운동을 해도 믿는 사람은 차이가 납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절대로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일 수 없어요. 하나님을 믿으면서 변화된 마인드가 제 성적을 바꿨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세계 3위권에 들었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선수시절 그는 올림픽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따냈다. 1992년과 1994년, 1998년 세 번의 올림픽을 출전했지만 번번이 분루를 삼켜야했다. 부상이, 코치와의 불화가 발목을 잡았다.

“국가대표 선수 시절에는 하나님께 서운함도 있었어요. 노력한 만큼 대가가 있어야하는데, 올림픽 메달을 주실 만도 한데 안 주셨죠. 94년 대회를 앞두고는 복사뼈가 산산조각 났어요. 선수생활이 끝날 위기였지만 병상에서 고집을 피워서 기어이 스케이스화를 신었습니다. 정말 부끄럽지 않게 완벽하게 준비했던 올림픽이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던 거죠. 운동뿐 아니라 신앙적으로도 하나님께 메달을 달라고 하려면 저도 뭔가 드려야한다는 생각에 주말이면 청년들을 이끌고 의정부 1동에서 3동까지 가가호호 방문하며 2시간씩 전도를 했죠. 그런데 부상이 생긴 거예요. 결과는 42명중에 중위권이었습니다. 메달은 못 땄지만 레이스를 마쳤을 때 자신과의 싸움에서지지 않았다는 것에 기쁘고 떳떳했습니다. 한 번은 어머니한테 ‘지성이면 감천이고 심은 대로 거둔다는데 왜 안주실까’하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너한테 금메달을 주셨으면 넌 그걸로 세상으로 나가고 하나님 등졌을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말이 돼 엄마? 나한테 주시면 그걸로 관중들을 신나게 하고 다니면서 그리스도 이름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끼쳤겠어’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 지도자 생활을 해보니 어머니 말씀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이 들어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 나를 더 잘 아는 엄마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교만해졌을 겁니다. 세 번의 올림픽의 경험과 거기서의 고통은 가르치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면서 말뿐이 아닌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재료가 됐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은퇴 후 그의 원래 꿈은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10여 년간 대학 강의를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그 꿈을 충분히 이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성격답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 의정부시청 스피드스케이팅팀 감독, 전 세계 25명뿐인 국제심판 등 직함도 많다. 최근에는 여러 곳에서 간증과 강연 요청이 와서 더 바빠졌다. 방송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살아보니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나는 알 수 없다.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며 “지금처럼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하나님이 예비하신대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제갈성렬 감독.

그는 “하루하루가 너무 귀하다”면서 “어떤 창대한 꿈을 꾸기보다는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고 맡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제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한 레이스는 끝나지 않는다”는 자신의 좌우명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스스로에게도 “포기는 하나님이 절대 원하시는 것이 아니다. 천국에 갈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승부는 끝나지 않는다”고 외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파이팅’ 넘치는 말로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사랑해주신 국민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동계종목을 더욱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겁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건강하십시오. 건투를 빕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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