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변화에 발맞추며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⑫ 과학기술 발전과 신학교육 손동준 기자l승인2018.05.01 00:06:45l수정2018.05.01 00:08l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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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환경·인간 소외 문제에 답하는 신학
교육자는 조율자로…하이브리드 교육 주목
AI 및 번역기술 발달이 가져올 글로벌 경쟁

▲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 신학교의 변화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생각하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생각하는 존재의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박사는 “새 시대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할 많은 일을 대신해준다. 지금까지는 똑똑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 세상을 지배했다면 새 시대에는 인공지능이 더 똑똑하기 때문에 인간의 능력은 평등해지고 똑똑함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된다”며 “인간은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배려, 사랑, 관용, 신앙, 믿음 등에서 차별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특히 “창조주가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만들었듯이, 인간도 뇌세포와 인공 뇌를 실리콘밸리에서 만들고 있다”며 “이런 시대에 목회자들이 신자들에게 적절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늘날 신학교육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접목하고 융합하는 신학교육

이어령 박사는 “과학의 시대에 기독교는 왜 쓸쓸해지는가?”라고 물으면서 “과학과 오늘날의 문명을 품을 때 하나님의 목소리가 비로소 들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말은 기독교가 과학과 문명을 등지고 복음을 전할 때 새로운 시대에 복음이 들리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거꾸로미디어연구소의 박병기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리더십, 교육&교회’에서 “기독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을 가질만한 인프라(성경을 통한 온전한 영성훈련이 되었고 이로 인해 건전한 세계관을 장착함)가 구축됐지만, 리더들이 깨어나지 못하면 이미 가진 것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제는 신학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리더를 양육하기 위한 변화에 나설 때”라고 진단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임성빈 총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기본적인 인프라의 변화들이 있다. 예컨대 기본적인 소통의 방법, 삶의 환경이 변하고 있는데 신학교육은 20세기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21세기에도 어떻게 신앙인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구조적인 차원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그러려면 먼저 새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신학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과학과의 대화가 매우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라며 “과학과 신학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일반은총의 영역에 파송하신 크리스천 과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신학이 배우고 이를 통해 말씀이 이 세상 속에서 적용되고 구현되는 데 있어 시대착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사람’이다. 서울신학대학교(총장:노세영)는 운영중인 모든 신학 커리큘럼에 ‘휴먼서비스’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노세영 총장은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소외되기 쉬운 것이 바로 인간”이라며 “사람을 섬기고 사랑하는 것은 예수님이 오실 때까지 중요한 일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꾸로 교육이 주목받는다

교육 방식도 바뀐다. 박병기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은 ‘거꾸로 교육’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박 교수는 거꾸로 교육에 대해 “교육자가 가르치기를 포기하고 퍼실러테이터가 되고자 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기존 교육은 교육자가 강단에서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인데 이를 ‘거꾸로’ 생각해서 가르치지 않고 조율자로 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를 필두로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는 이같은 실험이 이미 시작됐다. 강의실에서 스마트폰과 온라인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가오는 주에 다룰 내용을 영상으로 미리 촬영해 올려놓고 수업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최대한 활용했다. 교실은 스마트폰을 꺼야하는 장소라는 생각을 뒤집고 오히려 이를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의 툴로 삼았다. 일종의 ‘증강세계의 교실’이 도입된 것이다. 학생들은 그동안 강의실에서의 서먹했던 관계를 깨고 온라인에서 더욱 돈독해졌다. 

박병기 교수는 “이런 활동을 통해 지식 습득은 물론이고 감성의 자극으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교수는 조율자로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생들이 교수에게서만이 아니라 상호간에 배우는 경험을 했다. 일종의 증강세계 교실에서 진행된 이같은 실험은 앞으로 현실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무대 위에 펼쳐지는 진검승부

한편 지난 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하이브리드 신학교육’의 태동을 예측했다. 온라인에서 미리 내용을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교수와 학생이 교제하며 토론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신학교육의 도입은 AI를 기반으로 한 자동번역 기술과 맞물리면서 신학교육의 ‘글로벌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하버드와 예일 등 세계 제일을 다투는 대학들이 온라인을 통해 신학강의를 이미 전면 공개하는 등 ‘셰어웨어’ 형태를 띠게 된 것은 이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신학 교수들의 ‘무한경쟁’ 혹은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점이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선일 교수는 “세계적인 신학강좌가 온라인에 공유되고 실시간으로 번역되면 학생들이 얼마든지 부담 없이 해당 강의를 수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간 외국의 강의를 복사 번역하는데 그쳤던 신학자들은 도태되고, 학문적으로 뛰어나거나 강의를 잘하는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일들이 불과 10년 안에 현실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또 “이러한 경쟁은 한국의 신학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의 관점과 경험을 가지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며 “최근 서구신학자들 사이에서 개인주의적이며 인지 중심이던 기존 사조를 벗어나 직관적이고 관계중심적인 동양적 신학으로의 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 세계와 겨루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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