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운동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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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운동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4.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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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신학자협의회 미투 토론회…'미투·위드유 운동이 나아갈 길' 모색
▲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최근 '미투는 OO이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세상의 미투는 절대 다수가 가해자를 비난하며 피해자를 긍휼히 여겨준다. 그러나 교회 내 미투는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며 피해자를 비난한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효창교회에서 개최한 '미투는 OO이다' 토론회에서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은 실제 한 교회 성추행 피해자의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미투·위드유 운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이번 토론회에서 채수지 소장은 "미투와 위드유 운동은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주신 기회다. 그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교회 성폭력 문제를 "일부 목회자의 개인적 성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파괴하는 '폭력'과 무죄한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불의'의 문제"라고 말하며 교회 본질을 재고하게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피해여성은 용기 내 미투를 폭로해도 도리어 이단, 꽃뱀으로 몰리거나 마녀사냥,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는 등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회의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사건을 은폐하기 급급하거나 피해자를 추방시키는 등 교회와 노회의 잘못된 대응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에 미투에 응답하는 위드유가 피해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려면 남성 목회자들의 의식 변화와 함께 성도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위드유가 나아갈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사건 처리보다 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그는 피해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라면서 "피해자 지원, 가해자 징계절차와 공적회개 과정, 토론의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피해자 치유와 공동체에서의 관계 회복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성폭력 예방 행동지침보다 공감 능력을 키울 것,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일원화된 도움이 아니라 다각도의 지원 체계를 제공할 것 등을 꼽았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참석한 여신협 실행위원 이은선 세종대 명예교수는 미투 가해자에 대한 사회의 엄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투 문제는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 3자로서 공적인 시선과 판단이 개입돼야 한다"면서 "사법적 정의가 이에 개입될 때 그 사건이 범죄로 명명되며 제대로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은 권력을 갖고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사이의 어그러진 균형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불의를 그냥 놔두고 우리사회 공적 영역의 정의가 제대로 서길 바랄 수 없다. 미투운동은 사법적 정의 실현의 신호탄이자 상징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은선 교수는 동시에 "우리는 괴로워하는 피해자의 곁을 따뜻한 시선과 보호로 지켜줘야 한다. 그것이 위드유 운동의 본질"이라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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