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계획이 있다고요?” 교회에서 상처받는 장애아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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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계획이 있다고요?” 교회에서 상처받는 장애아 부모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4.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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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공감 없이 건네는 위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제발 교회에서 ‘하나님은 특별한 뜻과 계획이 있어 특별한 아이를 특별한 부모에게 맡기셨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교회에서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종종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이라는 이름의 위로를 전한다. ‘하나님이 그 아이를 누구에게 보낼까 찾다가 믿음의 그릇이 넉넉한 여러분에게 보내셨다’고 격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한 채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한 가벼운 위로가 장애아 부모들의 가슴을 서운하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당우리교회에서 발달장애아를 돌보는 우리사랑부 김민수 목사는 “물론 선한 의도로 그런 말들을 건넸겠지만 장애인 부모들의 심정을 한 번 더 헤아려줬으면 한다”면서 “의도가 사랑이라면 표현도 사랑이어야 한다. 그들의 아픔에 대한 깊은 공감 없이 어림짐작으로 전하는 위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과 은혜’는 장애아 부모들이 가장 많이 듣는 표현 중 하나다. 물론 하나님이 장애아동들에게 특별한 계획을 갖고 계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이 비단 장애아동에게 뿐이겠는가.

김 목사는 “하나님은 자신의 모든 자녀들을 특별하게 지으셨고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특별한 계획을 갖고 계신다”며 “특별한 계획이라는 표현으로 장애 가족의 상황을 섣불리 긍정하거나 차별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장애아동 부모는 “우리도 평범한 일상과 평범한 은혜를 갈망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남들보다 대단한 인내심과 사랑을 갖고 있어서 장애 아동의 부모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장애 가족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특별하다고 치켜세우는 말의 위로가 아니라 일상 속의 작은 공감과 배려일지도 모른다.

김민수 목사는 자연스럽게 장애아동과 부모들을 바라보고 대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장애를 유난히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도, 혹은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도 바람직한 시선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존귀한 형상이고 각자 다른 특징을 갖고 있을 뿐”이라며 “사회는 장애인들을 노동생산성의 관점에서 평가할지 몰라도 교회의 시선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조병성 목사 역시 “‘특별대우’보다는 장애인 성도들과 가족들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며 “장애 여부로 인해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교회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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