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독교, 위기를 기회로…교회 본질 회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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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독교, 위기를 기회로…교회 본질 회복할 때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4.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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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종교정책 강화, 대안은?

2월부터 종교사무조례 수정안 시행, 종교 통제 강화돼
‘종교탄압’ 해석에 급급하기보다 선교 ‘큰 그림’ 그려야
교회본질 회복 기회, ‘대형교회’ 아닌 ‘초대교회 모델’로

지난 2월부터 중국에서 종교사무조례 수정안이 시행됐다. 2005년 첫 번째 종교사무조례가 공포된 지 꼬박 13년 만이다. 종교를 ‘중국화’ 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시도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종교사무조례 수정안은 시진핑 정권의 권력 강화와 맞물려 상당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은 국가주석의 임기를 삭제하고 당장(공산당 헌법)에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언급하는 등 사실상 시진핑 1인 장기집권 체제로 전환했다. 정권의 통제력이 강화되면서 종교를 향한 간섭 역시 심해진 것이다. 

현지교회들도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2월 이후부터 중국에서는 공안이 기독교 모임을 급습, 문과 창문을 부수고 신앙서적을 압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임마누엘(以馬內利)이라고 적힌 기독교인 가정의 문패를 부수거나 대문 앞에 걸린 기독교 관련 그림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역하는 조선족 사역자 김미옥 목사(가명)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까지는 이 정도로 심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기독교를 향한 압박이 더 거세졌다”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 목사는 거세진 기독교 압박을 몸소 경험하기도 했다. 불과 2주 전 다른 모임을 가장해 예배를 드리던 현장을 중국 공안이 급습한 것. 그는 “다행히 현장에는 외국인(한국인 목사)이 한 명뿐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다시 이런 일이 있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고, 한국인 목사의 설교를 통역하던 나에게 나라를 팔아먹는 일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정부 공인교회인 삼자교회 혹은 제3의 교회(30명 이상이 모여야 하는 삼자교회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30인 이하 가정교회에 임시로 종교활동을 허가해주는 정책)로 등록하라고 가정교회를 압박하고 있다. 

수정안 시행 후폭풍 속에 일부 가정교회는 삼자교회나 제3의 교회로 등록하고 일부는 가정교회 유지를 결정하는 등 중국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중국교회와 한국교회의 교류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한국교회의 중국 선교 전략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한국 교회는 이런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화된 종교정책, 어떻게 봐야하나

시진핑 1인 체제 출범과 종교사무조례 수정안 시행 이후 가정교회와 선교 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강화 움직임을 지나치게 기독교 탄압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광성 교수(주안대학원대학교)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기본적으로 종교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사회주의 체제 강화를 위해 취한 행정조치에 기독교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기독교계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의) 위법적 성격 때문이지 적나라한 종교탄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자법이 강화되면 합법적으로 비자를 취득하기 어려운 선교사들에게는 큰 압박이 된다. 그런데 이 현상을 두고 ‘중국이 선교사들을 겨냥해 비자법을 강화한 것인지’ 혹은 ‘중국은 체제 강화의 일환으로 비자법을 강화했는데 선교사들이 피해를 입은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자법을 강화했다고 기독교 탄압이라고만 외치기보다는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전문인 선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고려한 선교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사역 전문가들도 거시적 관점에서 선교전략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전문화와 더불어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김미옥 목사는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들어와 있다. 한국교회에서 이들을 모아 선교훈련을 시키고 양육해서 중국에 돌려보내는 일에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장 부작용 바로잡을 때

중국 가정교회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런 위기가 오히려 교회 본질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초창기 중국의 가정교회는 실제로 가족단위로 모여 몰래 예배를 드렸기 때문에 가정교회라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교회라 불리기엔 세력이 커진 비공인교회들도 적지 않으며 대형화·세속화·번영신학의 유혹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중국 사역자들의 지적이다. 

김미옥 목사는 “교회는 자리를 잡고 부가 축적되면 타락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핍박을 받을 때 살아났다”면서 “사도행전 속의 초대교회처럼 복음을 전하기 위해 흩어질 때다.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대형화·세력화를 추구하지 말고 흩어져 복음을 전하는 중국교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성도들 역시 혼란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중국인 사역자는 “중국 기독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 받는 것은 축복이다. 예수님보다 더 붙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책과 상황변화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복음과 선교의 본질을 곱씹고 하나님 말씀을 삶으로 나타내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9년부터 1976년까지 공산당 총리를 맡았던 저우언라이는 기독교계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인민들이 교회를 인정하면 너희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국가가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주의자의 발언이지만 결코 가볍게 흘려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김광성 교수는 “교회는 교회다울 때 진정 힘이 있다. 그 힘이 있다면 국가도 규정으로 교회를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교회다움을 잃어버리면 설령 중국 정부가 교회를 보호해준다 한들 성장하기 어렵다”며 “어쩌면 지금이 중국교회 스스로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할 기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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