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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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되지 않으려면
  • 정재영 교수
  • 승인 2018.04.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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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우리 사회가 이른바 ‘가짜 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실을 가장한 거짓된 정보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도 가짜 뉴스로 큰 홍역을 치렀으며 최근에는 개헌과 관련하여, 전혀 사실과 다른 가짜 뉴스들이 횡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가짜 뉴스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정치 이슈를 타고 확산력을 높이는 가짜뉴스 특성 때문이다.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더 쉽게 떠돈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일단 한번 루머가 만들어지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고, 루머가 틀린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이미 사람들 뇌리에 박힌 루머의 이미지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실로 엄청나다. 

교회도 가짜 뉴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기독교인들은 서로의 삶을 나누고 교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SNS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아침마다 보내져 오는 묵상 내용과 함께 현 시국에 대한 내용들이 기도제목이라는 신앙적 명분으로 포장되어 오기 때문에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 장로님이, ‘영적 지도자’인 목사님이 보내오는 내용이기에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교회 안의 다양한 모임들이 SNS 그룹으로 짜여 있다 보니 확산도 더 빠르다.

‘긴급 속보’, ‘널리 퍼뜨려 주십시오’라고 시작하는 글들이 찌라시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지거나 뉴스 형태로 전달된다. 성도들의 ‘단톡방’에 가짜 뉴스들이 흘러넘쳐 올바른 판단을 도리어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교계에서 이러한 가짜 뉴스가 생성되고 유포되는 것은 일부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세계관 때문이다. 이들은 이 세상을 기독교 왕국으로 만들려는 기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세력화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적대시 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세력을 만들어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또한 한국교회가 성장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교회 성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성장주의를 표방하게 되면 성장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걸림돌로 여기거나 심지어 적대시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단시일에 해결하기 어려우나 우리 신앙을 스스로 성찰하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회의 이익이나 세력화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공교회로서의 입장을 확립해야 한다. 

나아가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보에 대해 이것이 우리 공동체가 바로 서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깊이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 신앙적인 내용으로 포장되었다고 해서 주위 기독교인들에게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일도 삼가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문화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감각 없는 자와 같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감각의 날을 세워 이 시대의 지성인이자 예언자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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