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해 좀 보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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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손해 좀 보고 삽시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4.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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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패럴림픽 축제명에 ‘크리스마스’가 포함됐단 이유로 불교계가 반대해 결국 명칭이 변경되는 일이 있었다. 꼭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특정 종교 시설에 정부 예산이 조금이라도 투입된다거나 이익이 있는 곳에 종교가 연관됐다 싶으면 어김없이 불거지는 것이 ‘종교편향’ 논란이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이나 한국선교역사기념관 등 종교 관련시설에 국고 투입이 계획되면 기독교와 불교가 서로 들고 일어난다. 템플 스테이의 경우 세금이 지원되면 기독교계가, 지원되지 않으면 불교계가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하는 촌극이 펼쳐진다. 몇 해 전에는 봉은사역 명칭 문제가 종교편향 논란의 중심에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원과 명칭을 놓고 종교분쟁을 벌이는 것이 과연 크리스천다운 일인가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을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 내어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한낱 이상론으로 치부된 것일까. ‘죽어야 살게 되고 져야만 승리하는’ 기독교의 놀랍고 영원한 신비는 진흙탕 종교분쟁 속에 찾아보기 힘들다. 

CCC에서 활동했던 대학시절, “권리를 포기하는 법을 연습한다”던 한 순장님의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불교계나 타종교가 지원을 받고 교회는 지원 좀 못 받으면 어떤가. 예수님은 우리 죄를 씻기 위해 하늘의 모든 영광을 버려두고 이 땅에 오셨다. 하지만 우리는 눈앞의 작은 이익 하나도 포기할 줄 모른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자. 내어주고 양보하고 손해보고 살 때 복음의 능력은 더 크게 드러나리라 믿는다. 묵묵히 복음에 순종할 때 그리스도의 향기는 우리 세상 곳곳에 퍼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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