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드리러 가는 길이 노동처럼 느껴져요”

교회 내 장애인 벽 허물기, 언제쯤? 한현구 기자l승인2018.04.10 16:18:53l수정2018.04.13 10:53l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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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겐 아직도 높은 교회 문턱, 교회 가는 길 ‘험난’
배려 부족한 장애인 화장실, 실질적 필요에 귀 기울여야
공동체 일원이라는 인식 필요, 교회가 약자들 포용했으면

애를 낳아봐야 부모마음을 안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부모가 된 이후에야 자신을 길렀던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당사자의 입장을 공감하기 어렵다는 뜻일테다.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비장애인들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장애의 불편함에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우리의 작은 무관심 때문에 장애인들은 교회에 예배드리러 나오는 것조차 중노동이 되기도 한다.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하는 교회여야 함에도 장애인들에게는 아직 교회의 문턱이 높게만 느껴진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비장애인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교회 내 장벽들과 고쳐졌으면 하는 실질적 필요들을 들어봤다.

▲ 휠체어 장애인들은 교회를 선택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동거리와 편의시설, 인식까지 고려하다보면 출석할 수 있는 교회의 범위는 대폭 줄어든다.

화장실 한 번 가는데 왕복 1km?
“교회에 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가끔은 빠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척수장애인 김미란 씨의 한탄 섞인 고백이다.

김 씨가 출석하는 교회는 성도 20명 내외의 작은 상가 교회. 교회에서 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예배에 참석하려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휴일인 일요일에는 운행하는 장애인 콜택시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 게다가 주일 11시 즈음이면 교회에 가려는 크리스천 장애인들의 수요가 겹쳐 콜택시를 잡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김 씨는 “교회까지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데도 최소 예배 시작 한 시간 전에는 나가야 예배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다. 예배가 끝나고도 혼자 쓸쓸히 남아 콜택시를 기다려야 한다”며 “교회에서 봉사해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어렵사리 교회에 도착해도 아직 예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유치원생 아이들도 쉽게 넘어가는 작은 턱이라도 휠체어 장애인들에게는 큰 산같이 느껴진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교회는 아예 접근조차 힘들다. 여기에 이동거리와 시설, 인식까지 고려하다보면 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회의 범위는 대폭 줄어든다.

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조병성 목사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갖춰지면 교회 전체에 유익이 된다고 강조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배려하는 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조 목사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는 유모차를 끌고 가는 어머니들이나 보행 보조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장애인 규격에 맞춰 교회를 건축하면 장애인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전 성도가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해 ‘굳이 왜 장애인 시설을 만들어야 하냐’고 묻기보다 모든 성도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행히 최근 신축하는 교회들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에 비교적 신경을 쓰는 추세다. 하지만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화장실은 비장애인들이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부분이다.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갖춘 대형교회라 할지라도 장애인 화장실까지 구비한 곳은 많지 않다.

김미란 씨는 주일이면 교회에서 500m 떨어진 축협 건물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한다. 예배를 드리다가도 화장실에 갈라치면 왕복 1km를 이동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다. 김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데도 큰맘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음에도 이용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도 있다. 공간이 넓은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도구함이나 창고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조병성 목사는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해 벌어지는 대표적인 안타까운 사례”라며 “장애인이 있든 없든 장애인 주차구역을 비워놓는 것처럼, 언제든 교회를 찾을 수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최소한 사용가능한 상태로 유지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회 내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좌석도 생각해 볼 문제다. 휠체어 좌석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교회의 경우 장애인들은 예배당 맨 뒤 구석에서 예배를 드리게 된다. 휠체어 좌석이 있다하더라도 맨 앞이나 맨 뒤에 위치한 것이 대부분이다.

조병성 목사는 “뇌병변이나 척수장애 등 장애의 종류에 따라 맨 앞자리에 앉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맨 뒷자리의 경우 다른 성도들과 분리돼 있다는 느낌에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면서 “예배당 중간 즈음에 한 곳이라도 휠체어 좌석이 마련돼서 조금이나마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한다. 작은 일이지만 장애인 성도들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는 배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함과 진실함으로 장애인 품자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고 장애인 성도들과 사역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미란 씨가 다니는 개척교회는 성도 2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장애인이다. 처음부터 교회가 장애인 사역을 하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장애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회로 알려지면서 알음알음 모이게 됐다. 이동의 불편함 때문에 더 가까운 교회로 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장애인 비율이 높아 불편한 시선이나 차별이 없는 지금의 교회가 마음이 더 편한 것이 사실이다.

조병성 목사는 “시각장애인 교회나 청각장애인 교회, 장애인들이 많이 모인 교회가 따로 있다는 것이 기존 교회가 그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것 같다”며 “그분들의 특징을 배려한 접근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연합을 외치는 교회가 장애인을 분리하고 있는 것은 슬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낮은 곳을 향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어야 할 교회가 때론 사회보다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김해밀알선교단 단장 김성민 목사는 “어떤 교회는 발달장애인이나 자폐증 환자들이 오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대놓고 오지 말라는 말은 안하지만 ‘우리는 돌볼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받아주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고 안타까운 사례를 전했다.

장애인들은 사회에서는 그들을 차별하고 무시할지 몰라도 크리스천은 그렇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교회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사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편견들을 접할 때면 이들의 실망과 상처는 두 배로 커진다.

김 목사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예수님의 한없는 사랑에 빚진 자들이자 말씀을 읽고 듣고 따르는 자들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장애인들과 소외된 자들, 약자를 돕는 교회가 되자”고 호소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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