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 없이 신대원 위기의 돌파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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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 없이 신대원 위기의 돌파구는 없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04.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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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⑩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신학교육
▲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학을 전공하는 학부학생과 신대원생이 감소하고 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정문.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미 예보는 발령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7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초중고 학생 수가 1년 새 무려 17만명이나 줄어들었다. 학급당 학생 수도 역대 최저 수준이 됐다. 3년 연속 비슷한 수준의 감소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 수치로 보면 초중고 학생은 646만8629명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한 결과였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가파르게 되면서 폐교로 이어지는 학교 수도 당연히 많아지고 있다. 비단 초중고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대학교도 학생 수급문제로 비상이 걸린 지 오래이다. 존폐 위기에 내몰린 대학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교육부 차원에서 정책적, 재정적 압박을 심하게 가하고 있다.

신학대와 신학대학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양질의 신학교육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당연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향후 정원을 채우는 것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해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학교와 교단 차원에서 요구되고 있다.

신대원 신입생 감소 “심각하다”

예장 통합총회에는 교육부 정식인가를 받은 7개 신학대학원이 교단 산하에 존재한다. 최근 교단지 기독공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2018학년도 신입생 등록자 수는 전체 정원 780명에서 100명이 모자란 672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는 교단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전과 부산의 신대원은 절반 수준의 충원율을 보였으며, 국내 신대원 중 가장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던 장로회신학대학교조차 경쟁률의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져 약 2대 1 수준에 불과했다. 교단 내 상징적인 장신대의 경쟁률 하락은 지방 신학교 경쟁률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총회 산하 7개 신학대학원의 목회자 후보생 감소가 충격적인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통합총회의 교세 규모가 한국교회 중 가장 크다는 사실이다. 또 7개 신학대학원 모두 교육부 인가를 받고 교단 내 목회자 양성의 산실로서 오랫동안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통합총회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대원 위기에 대해 어느 교단보다 선제적으로 준비해왔던 교단이라는 사실이다.

초중고 학생수 1년새 17만명 감소…역대 최저
신대원뿐 아니라 학부 신학생 지원자도 감소세
구조개혁 등 자구책 최대 현안, 양보와 이해필요

특히 통합총회는 정기총회 결의에 따라 신대원 정원을 3개년 동안 감축하는 계획을 실행 중이었다. 자발적 정원감축은 대학교육 현장에서 보기 드문 사례이다. 2019년까지 M.Div와 목회연구 과정을 포함해 정원을 758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신입생 충원율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내 최대교단의 현실이 이렇다면 다른 교단 신학교 역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교육부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신학전공 학부생 감소세도 나타나

본지는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각 대학이 공시한 2015~2017년 3개년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학교마다 양상은 차이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신학을 전공하려는 학부 지원자는 줄고 있는 상태였다.

예장 통합과 함께 한국교회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예장 합동총회 산하 총신대학교의 신학과를 살펴보면, 2015년에는 정원 90명 모집에 434명, 2016년에는 387명, 2017년에는 350명이 지원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부는 200명 모집정원에 2015년 438명이다가 2016년 471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 350명으로 큰 감소폭을 겪어야 했다. 신학전공이 포함돼 있는 백석대 기독교학부는 2015년 190명 모집에 759명이 지원하고, 이듬해에는 729명, 지난해에는 692명이 지원하면 조금씩 지원자가 줄었다.

다른 학교들의 경우 3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고 볼 수 없지만 추세가 감소세였던 것이 확인된다. 장신대 신학과는 50명 모집하는 가운데 2015년 200명, 2016년 178명, 2017년 181명이 지원했고, 고신대 신학과는 50명 모집정원 중 109명, 141명, 115명 순으로 지원양상을 보였다. 서울신대 신학과는 70명 모집에 243명, 205명, 242명이 지원했다.

2015년 한신대 신학과는 41명 모집에 83명이 지원했고, 기독교교육과와 학부로 개편된 2016년 신학부는 50명 모집에 110명, 작년에는 50명 모집에 90명이 지원했다. 침신대 신학과는 2015년 100명 정원 중 170명이 지원했고, 2016년 85명으로 정원을 줄여 147명, 작년에는 124명이 지원했다.

향후 각 신학대학원의 학생 수 감소는 현재 대학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하려고 하는 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해 볼 수 있다.

신학교육 대책은 있나?

며칠 전 가톨릭계 매체에 소개된 기사에서는 지방 신학교가 신입생 지원자를 아예 받지 않고 다른 도시의 신학교로 응사자를 보낸다는 내용이 실렸다. 대학 위기는 다른 종교에서도 겪고 있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연합감리교(UMC) 소속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은 재정난 때문에 이전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풀러신학대학원도 지역 캠퍼스를 다수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각 교단과 신학교는 구조조정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교단 내 신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제안은 해마다 교단 총회 헌의안의 하나이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같은 신학교 통폐합은 멀기만 하다. 동문관계와 인력 재배치, 자산 청산 등 복잡한 과제 때문에 실제 성사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달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융복합 미래를 위해 학과를 60여개에서 3분의 1로 대폭 통합한 애리조나주립대학교와 같은 혁신 모델을 언급하면서, 우리니라에서도 미네르바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미네르바대학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비영적 프로젝트 대학으로, 2014년 문을 열었다. 최근 합격률은 50여개국에서 1만6천여명이 몰려 1.9%나 됐다. 미네르바대학의 특징은 캠퍼스는 없지만,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이스탄불, 런던, 우리나라 서울 등 7개국 도시 기숙사를 두고 있다. 학생들은 반년마다 전 세계 기숙사를 돌며 공부하게 되고, 각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며 융복합적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설립자 벤 넬슨이 언급한 것처럼 “미네르바 대학은 대학 혁신을 선택하고 학생의 효율적인 자기계발을 이끄는 의미”라고 했지만, 학교운영의 효율성 차원에서는 신학대학 구조개혁에도 접목할 수 있어 보인다.

서울장신대 직전이사장 고시영 목사는 “신학교 통폐합은 무엇보다 동문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며, 자산이 국고에 귀속되지 않고 학교를 위해 재투자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어려움이 있다면 단계적으로라도 지역 거점별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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