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와 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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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와 인색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04.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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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⑩
▲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몇 해 전 LA에 있는 ‘주님의 영광교회’에서 사흘 간 집회 인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1984년 LA올림픽 당시 복싱경기장으로 사용한 체육관을 사서 교회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권투영화로 유명한 ‘록키’의 촬영지이기도 한 교회입니다. 

당시 교회에는 4천여명 성도들이 출석하고 있었습니다. 강단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체육관 아래 통로를 거쳐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신승훈 담임목사님이 그 길로 저를 인도해 가면서 “이 목사님, 지금 청 코너를 통해 강단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라고 하셔서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 목사님과 몇 번 식사를 같이 하면서 배운 것들이 있습니다. 하루는 생선조림을 먹던 중, 무 조각 하나와 생선 한 토막이 남았는데 그걸 싸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리곤 조금 민망하셨는지, 저를 보고 ‘씩’ 웃으시면서 “이 목사님, 이렇게 가져가면 한 끼가 편하더라구요” 하셨습니다.

그 다음번에 식사하면서 느낀 건데 신 목사님은 음식도 전략적으로 드시고 계셨습니다. 포장이 안 되는 음식을 먼저 먹고, 싸갈 수 있는 음식은 나중에 먹는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4천여명이 넘는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식사 후 생선 먹던 것, 무 쪼가리를 아무 부담 없이 포장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는 전 세계에 선교헌금을 보내고 있었고, 당시 케냐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건축하고 한 달 5천만원이 넘는 선교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검소구나 하는 걸 신승훈 목사님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저도 식사 후에 될 수 있으면 쌀 수 있는 건 싸달라고 부탁합니다. 주님의영광교회 신승훈 목사님에게 배운 대로 말입니다.

검소와 인색은 다른 겁니다. 검소는 주님의 영광을 위해 아끼면서, 때로는 물질을 쓸 수 있는 곳에 낙엽을 태우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색은 재물을 아끼면서 어떤 일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지나치게 야박한 것이지죠. 

인색이 검소로 포장된 세상에서, 주님의영광교회 신승훈 목사님은 멋지게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검소하게 사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주님을 섬기고, 주님의 일을 하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첫 번째는 ‘물질’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때론 우리 주머니를 먼저 생각하는 게 익숙해 검소하게 살기보다 인색하게 살기가 더 쉽습니다.

매스컴에서 ‘종자돈 1억 만들기’, ‘IMF 때보다 더 어려운 시대’, ‘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으로 한국경제 위기’ 등을 떠들어댈 때면 우리들의 마음이 위축됩니다. 그러나 마음을 움츠려들게 하는 세상에서 인색함이 아니라 검소함으로 믿음의 길을 걸어낼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에겐 인색하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선 풍성하게, ‘나 자신에겐 검소하게, 주님의 영광을 위해선 때론 거룩한 낭비도 할 수 있는 그런 삶 말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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