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여성은 늘 봉사만?…"성차별도 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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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여성은 늘 봉사만?…"성차별도 폭력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4.04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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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물결 속 교회의 양성평등 문화 진단

최근 성추행·성폭행 피해 사실을 용기 내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하면서 대중은 권력을 이용한 갑의 횡포이자 여성에 대한 사회구조적 차별이란 본질적 문제에 주목했다. 교계와 얽힌 성범죄마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세상보다 더 높은 윤리적 잣대로 평가 받는 교회 안에서는 '성차별을 타파하자'란 외침이 나온다.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은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성폭력 예방에 앞서 중요한 것은 성평등 문화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로 한국교회도 그동안 성평등 가치를 얼마나 잘 지켜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양성평등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고질적으로 만연한 교회 성차별 문화

안타깝게도 그동안 가부장적 위계질서가 굳건했던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유리천장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임신과 육아 때문에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목회 공백이 생긴다는 이유로 교회의 청빙을 받기 어려운 것은 물론,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청년부는 남성이, 양육과 돌봄을 필요로 하는 영유아부는 여성이 맡는 문화도 당연시 됐다.

남성은 행정 업무에 주력하는 반면 교회 안내나 식당 봉사는 늘 여성의 몫이다. 청어람ARMC(대표:양희송)가 지난해 5월 목회자와 교인 47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교회 내 여성과 남성의 일이 관습적으로 구분돼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59.9%가 '그렇다'고 대답한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교회에 깊게 뿌리 내린 성 역할 고정관념은 제도화돼 여성 목회자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든다. 현재 국내에서 여성안수를 허용하는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대신,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이다.

두터운 진입장벽을 뚫고 목사가 돼도 여성들의 활동 영역은 바늘구멍만큼 좁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민경자 장로, 한교여연)가 지난해 발표한 '2017년 각 교단 총회의 여성 총대 현황'에 따르면 기감의 여성총대 비율은 497명 중 71명으로 14.28%, 기장은 682명 중 62명으로 9.09%에 불과했다. 예장 통합은 지난 제102회 총회에서 전국 67개 모든 노회에서 최소한 여성 1명을 총대로 파송하는 '여성총대 할당제'를 받아들였지만 이전까지는 평균 15명 안팎의 여성 총대를 유지해 왔다. 가장 교세가 큰 예장 합동을 비롯해 보수 신학을 견지하는 합신, 고신 등은 아예 여성에게 목사안수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교회 내 성평등 문제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기관목사로 해외 교단과 교류할 일이 많았던 예장 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국장 채송희 목사는 "해외에서는 행사 참석을 요청할 때 파견자를 남녀 비슷한 비율로 해달라고 한다. 또 공식 총회를 하기 전 여성 대표자들만 모여 여성 안수 같은 문제들을 며칠씩 토론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미국에서 7년간 신학을 공부한 최유진 호남신학대학교 조직신학과 조교수는 "한국 신학대에선 목사보다 사모가 되길 종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여성 신학생들이 한국보다 안수 받기도 더 쉽고 목회 활동에 제약도 적어 종교비자를 받고 아예 자리를 잡는 것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평등' 가치 구현이 복음의 본질

아이러니하게도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과거 한국 기독교는 자유를 억압 받았던 여성들에게 희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가 나날이 높아지는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한참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예장 합동은 최근 여전도사에게 설교할 수 있는 자격인 '강도권' 부여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선교지에서 홀로 된 여선교사에게 명예 부여하기' 등 여성 사역자의 권위 향상을 돕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감리교·기장·예장 통합도 이번 미투 운동을 자정의 기회로 삼아 목회자와 평신도를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거나 관련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뛰어들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오는 7월 '기독교 성폭력센터'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도들이 달가우면서도 진짜 '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각 제도들이 전시성,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려면 여성들 뿐 아니라 남성들의 참여가 필수라고 꼬집는다. 채송희 목사는 "예장통합이 여성목사 안수를 결의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여교역자들이 사역 현장에서 남성 목회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 이유는 "기득권인 남성 목회자들이 여성 안수 허락에 대해 '협조'해줬다고 인식해 후속 조취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남성은 이를 '위드유'(#With You)로 받아들여 함께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여성 운동이 여성들만의 운동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평신도들도 교회 내 일그러진 성평등 문화를 새롭게 세우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평등·여성리더십 교육을 제안하거나 관련 독서 모임을 꾸리는 게 그 예다. 다시 말해 남성과 여성, 목회자와 성도 구분 없이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여성 문제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소영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한국교회는 단순히 성도들의 이탈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평등 공동체'라는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양성평등을 이뤄내야 한다"며 "십자가 아래 그 누구도 성별·연령·출신에 따라 차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 복음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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