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혹시 관람하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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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혹시 관람하고 계십니까?”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4.03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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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 예배당 스크린 역기능 더 많아...인간중심 예배 경계해야

주일이면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거리에서 옆구리에 성경책을 끼고 가는 성도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었다. 교회로 향하는 길에 그런 분들을 발견하면 ‘저분도 교회 가시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이제 주일 거리는 물론 교회에서조차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는 성도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성경 말씀부터 찬양 가사까지 모든 것을 비춰주는 스크린 영상의 ‘친절함(?)’ 때문이다. 맨 손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한 성도는 “처음에는 실수로 성경을 두고 왔는데 스크린 화면에 익숙해지다 보니 점차 성경책을 안 들고 다니게 되더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성경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예배 진행에 차질이 없는 시대, 과연 부작용은 없는 걸까. 

설교학 전문가 정장복 교수(전 한일장신대 총장)는 교회의 스크린 영상에도 분명 순기능은 있다고 설명했다. 설교 중간 성경구절을 인용할 때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설교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 설교의 핵심을 영상에 비춰 강조점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예배의 본질을 고려할 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예배당은 신비와 성스러움이 있는 공간이다. 예배당의 거룩한 분위기는 성도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에 집중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며 “십자가보다 스크린 화면이 더 큰 교회도 봤다. 스크린을 전면에 둠으로 거룩한 공간이어야 할 예배당이 무대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크린 영상이 보편화되면서 성도들이 성경책을 들고 다니지 않는 현상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경책을 들고 다니는 행위가 단순해보이지만 자신이 크리스천임을 입증하는 정체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정 교수는 “예배는 관객처럼 설교말씀만 듣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본문의 앞뒤 맥락을 살피며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가는 것”이라며 “능동적인 크리스천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배 시간, 스크린에 설교자의 얼굴이 커다랗게 띄워져 있는 것도 고민해볼 문제다. 예배당이 성도들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교회의 경우 다른 공간에 스크린 영상을 띄워놓고 예배를 드리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는 “스크린으로 설교자 얼굴만 바라보는 예배는 ‘드리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된다. 예배는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지 관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예배당이 성도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다른 교회로 흘려보내거나 따로 설교자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장복 교수 역시 “큰 교회의 경우 멀리서 설교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스크린에 띄우는 것은 이해 못할 범위는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흔적이 있어야 할 곳을 설교자의 얼굴이 점령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예배는 절대 인간중심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배당에서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청파교회의 김기석 목사는 “예배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디지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전통적인 가치를 고수하며 하나님께 집중할 때 더 은혜로운 예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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