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헌법 조항 ‘동성애 합법화’ 근거 될라

■ 대통령 개헌안 속 우려사항은? 이인창 기자l승인2018.04.03 01:10:04l수정2018.04.03 01:40l1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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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기본권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됐다. 개헌안에 동성애에 관한 모호한 조항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시간이 갈수록 긍정적이다. 개헌안 전반에 대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9일 t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64.3%(매우 찬성 40.5%, 찬성하는 편 23.8%)로 일주일 전 조사보다 4.7%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는 27.6%(매우 반대 16.5%, 반대하는 편 11.1%)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조사기관 분석에 따르면, 대구 경북, 60대 이상 등을 제외하면 전 지역과 연령에서 찬성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현재 정치권, 구체적으로 국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당 간 입장차를 생각하면, 6월 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은 많이 낮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대체적인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좋은 편이라 하겠다. 기본권 확대로 인한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권을 강화하면서 동성애 등 성적지향을 합법화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는 점에서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독소조항이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나 인권조례 확산으로 이어질까 경계하고 있다. 

‘등’ 표현이 보여주는 개헌안 한계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 또는 동성결혼 합법화가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때에,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긍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동성애 확산에 대한 염려가 높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는 58%, 찬성은 34%로 조사됐다. 2001년 찬성 17%에 비해 그 비율은 두 배나 높아졌지만 20대(66% 찬성)를 제외한 그 이상 모든 연령에서 반대가 많았다.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우리 국민에게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설문 응답자의 90%는 동성애자에게 일반인과 동일한 취업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성애에 대한 기본 사고와 동성애자 인권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 내에서는 기본권의 확대라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동성결혼을 합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조항들이 눈에 띈다. 쉽게 말해 모호한 내용들이 동성애 합법화를 주장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까 보수교계를 중심으로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헌안 제11조 2항 “국가는 성별 또는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일견 논란의 여지가 없는 조항으로 보이지만, ‘성별 또는 장애’ 다음에 ‘등’이라는 표현이 추가된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 국민연합에 따르면 “이와 같이 개정조항이 만들어진다면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유들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동성애 합법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헌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개정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가는 성별과 장애 등으로 현존하는 차별을 철폐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한다”는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박성제 변호사는 “성적지향, 양심적 병역거부, 이슬람 난민인정, 사회적 성 등과 같은 직접적인 독소조항이 개헌안 내에서 제외되긴 했다”면서도 “11조 2항과 같이 개헌될 경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근거로 작동해 동성애·동성결혼, 가정을 파괴하는 사이비종교들에 대해서까지 일체의 비판이 금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동과 군인의 동성애까지 보장하라고?
개헌안 제36조 1항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존중과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한 내용도 오용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역시 한눈에 보면 문제의 소지가 없어 보이지만, 서구사회에 주로 발생하는 부모의 양육권과 아동 청소년의 권리 간 충돌이 빈발해지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숙한 사고체계를 아직 확립하지 못한 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내세울 경우 자칫 동성애나 성전환 등에 미혹돼 그릇된 결정을 할 수 있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은 “아동의 권리와 부모의 양육권 사이에 조화를 만들어내는 조항이 헌법에 명시돼야 한다. 아동의 권리에 대한 중대하고 본질적 침해가 없는 한 자녀 양육 및 교육을 시킬 권리와 의무가 부모에게 있음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개헌안은 헌법 제1조에서 ‘지방분권’ 국가를 선언한 것이 매우 중요한 특징이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이 지방자치제도에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까지 부여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법률과 같은 입법권을 부여한다면 동성애에 대한 차별금지 내용이 포함돼 있는 지방인권조례가 법률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동성애를 비판하는 내용이 학교에서든 강단에서든 전해진다면,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이 되고 처벌규정까지 만들어진다면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수기독교계의 과도한 억측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법적 조항이 명시된 마당에 처벌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는 것이 더 어려워 보인다. 

또 헌법 제42조 2항 “국가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개헌안이 동성애 처벌조항이 담긴 군형법을 폐지하고 군대 내 동성애 합법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안으로는 같은 조항에 “국가는 군에서 존엄성 침해와 성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제시되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는 성별과 종교, 사회적 신분 세 가지만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한계 때문에, 장애인과 이주민 등에 대한 기본권 강화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또 동성애자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막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성적지향이나 성적정체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헌법은 안 된다. 개인의 성적취향을 법조문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비판할 수 있는 자유까지 억압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거부되어야 한다.  

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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