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로서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자처했던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불행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정병오, 배종석, 정현구, 이하 기윤실)이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요청했다.

기윤실은 23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기윤실은 입장문에서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 하지 말라, 속여 빼앗지 말라’는 마가복음 10장 19절 말씀을 제시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또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자처했던 장로로서 불행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기윤실은 또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요청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의혹은 매우 많고 무겁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사적 유용 △다스 실소유주 및 수백억 원대 횡령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공천헌금 △매관매직 △차명재산 보유 △청와대 문건 불법 반출 및 은닉 등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그야말로 화수분이다. 또 다른 의혹인 자원외교 관련 비리는 아직 다뤄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구속에까지 이른 것은, 과거 측근들이 고백한 진술과 수사를 통해 드러난 증거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영장심사를 포기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들 앞에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군다나 기독교인이라면 하나님과 세상 앞에 정직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수많은 의혹 중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이 전 대통령은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롬13:9)는 말씀을 어긴 것이다. 사법당국의 수사와 별개로, 이 전 대통령이 속한 교회와 교단도 차후 성경과 교회법에 따라 이명박 장로를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기윤실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보며 기독교인들도 하나님과 세상 앞에 회개하고 반성해야 한다. 11년 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기독교인들은 종교가 같다는 이유로 세상의 우려를 뒤로 한 채 이 전 대통령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다”며 한국교회를 향해 “오늘날 이 불행한 사건의 원인은 기독교인들의 무지와 무책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이상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일 0시 18분 11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서울 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손동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