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회현상, 미투와 위드 유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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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회현상, 미투와 위드 유를 보면서
  • 이정익 목사
  • 승인 2018.03.20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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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 목사/희망재단 이사장

이탈리아 출신 배우 아르젠토가 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저지른 성폭력을 최초 폭로함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지금 한국에까지 상륙하여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다.

지금 여기저기서 터지는 미투에 의해서 유명인들이 하루 밤 사이에 추풍 낙엽처럼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기세 좋던 모 정치인도 하루 밤 사이에, 더 정확히 말하면 SNS에 올라온 문자 한 줄로, 한 시간 전만해도 그 토록 당당하게 미투를 지지한다던 사람이, 한 순간 미투에 의해서 맥없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위력이 대단하다. 밤사이 어느 누가 또, 곤두박질 칠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는 곤두박질이 문제가 아니고 하나 둘 죽음으로 내 몰리고 있다. 이 미투운동이 일어나는 양상을 바라보니 두 가지 특징이 있어 보인다.

하나는 이 미투운동이 정치계와 예술계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것은 그 정치계와 예술계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구조적 환경 때문일 것이다. 그곳은 지배와 독점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유혹을 뿌리침은 곧 퇴출을 의미한다. 일시적 퇴출이 아니고 그 세계에서의 종말을 의미한다.

누가 감히 손을 뿌리치고 털고 나갈 수 있단 말인가. 그 세계에서 몸담고 있으려면 그것쯤은 이겨내야 한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그동안 많이 쌓여 있다가, 오늘 터진 것이다.

또 하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이 걸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진보진영에 속한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기 전 까지만 해도 재야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이다. 재야에 몸담고 나타나지 않았을 때에는 미투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화려하게 데뷔하게 되니까 피해자들에게는 오기가 발동되었을 것이다. 저 사람은 저렇게 되면 안 된다는 의기도 발휘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사회 분위기도 한몫을 하여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지금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을 지나는 것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이런 현상을 보고 많은 분들은 올 것이 왔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우리사회가, 이 여성 괴롭힘과 성적 유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오래된 관습이 터지고 만 것이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습관처럼 보였던 부당한 차별과 관습들이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 언젠가 한번은 되짚고 나아갈 문제였는데 늦게 터진 것 뿐 이다. 청문회가 있을 줄 몰랐던 시대에 저질렀던, 내밀했던 사안들이 공개되면서 미래 세대들에게는 이제 자기관리에 눈을 뜨게 하였다. 그리고 오늘의 미투운동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자기관리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시켜야 한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문제에 부딪히면서 하나씩 발전해 나가고 굴절된 문화가 바로 잡히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사회가 바로잡히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권리나 자기보호가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간다면 오늘의 아픔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이런 운동이 우리 기독교가 고도의 영적 비전과 윤리의식이 앞장선 결과로 나타났으면 좋았을 것인데, 이 세상을 개선해 나가고 바로잡아 가는 일에 오늘 우리 기독교가 전혀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미투 운동이 종교계에서 시작하고 종교계에서 정화를 마친 다음 종교계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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