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도적 지원, ‘투명한 분배’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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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인도적 지원, ‘투명한 분배’ 전제돼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3.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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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위한 교회 역할(중)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5분간 통화를 갖고 남북 정상회담과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등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해 논의했다.(사진=청와대)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그간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 역시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기독교계 NGO들을 필두로 한국교회는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회담 이후 변화될 상황에 맞춰 대북 사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한국교회를 비롯한 대북민간지원의 시작은 대략 23년 전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1995년, 북한은 ‘큰물’이라고 말하는 수해가 막심했고, 사회주의권 몰락의 영향으로 경제적 침체를 겪고 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치명적인 가뭄과 수해로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하게 된 북한은 국제사회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국제사회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북한에 손을 내밀었고, 한국교회 역시 인도적 차원에서, 그리고 동포애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는 지난 2015년 펴낸 ‘대북지원 20년 백서’에서 초기 대북 인도적 지원의 주요한 동력은 종교계로부터 나왔다고 평가했다. 백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1995년 9월에 실시한 모금운동 등을 조명하면서 “당시 종교계가 대북지원 활동의 중심에 서지 않았으면 이념 시비에 휘말려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서술했다.

종교계, 특히 개신교회가 대북민간지원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논리를 뛰어넘는 ‘예수의 사랑’을 북한 동포에게 전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 화해모드로 인한 대북지원 재개 또한 교회는 사회적 잣대가 아닌 사랑을 전할 기회로 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대북지원의 길이 열리길 기도하며 준비를 시작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전계헌 목사, 이하 예장 합동)는 이미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남북화합의 가교역할’로 나설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남북 간의 평화무드가 정치적 구호로 끝나지 않고 이산가족 상봉, 남북 간 인도적 차원의 교류 및 상호 지원 등으로 이어지도록 촉구할 것 △통일전문 NGO를 설립하고 총회차원의 복음통일운동을 전국교회와 해외로 확산시킬 것 △북한 출입이 자유로운 이민교회 동력을 활용하고, 한인 디아스포라를 포함한 글로벌 통일네트워크를 구축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2018 통일비전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NGO들 역시 남북 및 북미 간 정상회담을 기다리며 추이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 지금껏 한국교회의 대북지원이 NGO를 통한 간접지원의 형태로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사역에서도 이들의 역할이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NGO가 대북지원의 주요한 주체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창구단일화’ 방침을 내세운 1996년 무렵부터다. ‘창구단일화’에 대한 반발로 1996년 6월 개신교 산하 7개 단체들은‘ 대북지원 창구다원화’ 및 ‘쌀 지원 허용 촉구’를 결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그해 한국월드비전은 국제월드비전을 통해,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미국 유진벨 재단을 통해 각각 쌀과 현미를 지원했다. 한국월드비전의 평안남도 평원의 국수공장 역시 국제 NGO를 통한 간접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월드비전의 이주성 팀장(북한사업팀)은 “대북민간지원사업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에서는 닫혀있었다”며 “정상회담 이후에는 좀 더 문이 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팀장은 “남북관계가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지원물자의 반입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인도적 지원 물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장이 필요하다”며 한국교회를 향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복음을 통해 어떻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팀장은 마지막으로 “상처 받은 남북관계와 그 안에 상처 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한국교회가 되어 달라”며 더불어 “교회가 보수-진보로 갈라지지 말고 하나님 말씀 안에서 형제를 사랑하는 평화의 종교의 정체성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지금까지 교회의 대북인도적지원은 성과도 많았지만 남북관계 및 남북한의 정책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불어 지원물자 사용에 대한 투명한 ‘모니터링’의 필요성, 개신교회 내의 ‘중복 투자’ 문제도 늘 제기돼 왔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그런 문제들이 말끔히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배기찬 이사장은 “이전에는 서로가 경쟁하듯 달려가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남한 내 인도적 지원 단체끼리 충분한 조율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어떤 지역으로 어떤 단체가 무슨 사업을 전개할지 충분히 협의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평양에만 집중할지 말고 북한 내 여러 지역으로 고루 분배되도록 안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장 합동 통일준비위원장 김용대 목사는 “재정이 흘러가는데 깜깜이가 되면 안 된다. 연보한 성도와 교회 단체에 대해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지속 가능한 사역이 힘들다”며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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