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만든 예수, 우리가 만든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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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만든 예수, 우리가 만든 예수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3.1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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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라 마리아:부활의 증인, 여제자 마리아를 주목하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우리가 구주로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실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내 영혼의 구원자요, 삶의 주인이요, 모든 것이라고 고백한다. 만물의 창조자, 내 삶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분, 왕 중의 왕이라며 최상급 수식어를 아낌없이 나열한다. 하지만 입술의 고백처럼 정말 내 삶 속에서 예수님은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어쩌면 구세주 예수님이 아니라 스스로가 믿고 싶어 하는 예수를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 ‘막달라 마리아:부활의 증인’은 우리의 신앙에 질문을 던진다.

▲ 영화 '막달라 마리아' 속의 마리아는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혼인을 거부하다 가족들에게 귀신들린 여인으로 취급받는다.

영화 ‘막달라 마리아’ 속의 제자들은 인간적이다. 그들의 관심은 혁명에 있다. 그들에게 예수는 로마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할 영웅이다. 예수님이 기적을 베푸실 때마다 제자들은 고무된다. 이 사람이라면, 이런 능력이라면 그토록 강대해 보이는 로마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자 제자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상황은 완벽히 준비됐다. 이 날을 위해 입소문을 내고 사람을 모았다. “호산나!” 사람들이 모두 예수의 이름을 외친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로마 군병들이 다가온다. 지금이다. 기적을 일으키고 유대인들을 규합시킬 절호의 기회다.

제자들의 기대는 무참히 깨진다. 기대했던 혁명과 기적은 없었다. 다만 조용히 떡을 나누고 동산에서 기도하실 뿐이다. 실망한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은 30냥에 팔아넘긴다. 그분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제자들이 꿈꾸던 혁명은 끝났다.

영화 속 제자들은 인류의 죄를 대속할 구세주 예수를 믿지 않았다. 이스라엘을 정치적 압제에서 구원할 혁명가를 기다렸다. 영화는 오늘날 크리스천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믿는 예수님은 혹 급할 때만 찾는 램프 속 지니는 아닌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줄 복주머니로 여기지는 않는가. 혹은 제자들처럼 복음의 진리가 아닌, 당신 자신의 이상향을 예수님께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몇몇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자기주장을 외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들에게 하나님은 자신의 주장에 공신력을 더해 줄 보증 수단에 불과한 듯 보인다. 이 둘의 관계는 제로섬이다. 높아지는 자신의 목소리만큼 복음의 본질은 뒤로 밀려나 가려진다. 영화 속 제자들의 고민과 오해는 2000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는 창녀로 오해받았던 막달라 마리아의 시선에서 예수님과 공생애 사역을 그린다. 예수님의 부활을 최초로 목격한 사람 정도로 기억되던 그녀를 사도의 위치에 끌어 올린다. 외경으로 분류되는 막달라 마리아 복음서를 바탕으로 한만큼 고증에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신선한 시선임에는 분명하다.

▲ 영화에서 예수님으로 열연한 호아킨 피닉스. '막달라 마리아' 속 예수님은 다소 수동적이며 연약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막달라 마리아를 사도 중 한 명으로 볼 수 있는지는 신학자들의 논의로 남겨두더라도 유독 마리아만을 편애하는 영화의 시선은 아쉽다. 영화 속 마리아에게서는 고민과 갈등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제자들이 오해하는 예수님의 의중을 홀로 이해하고 대변한다. 반면 다른 제자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평탄한 자갈밭에 삐죽 솟은 돌 마냥, 지나치게 이상적인 주인공 묘사는 자칫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묘사는 친절하지 않다. 맥락에 대한 설명 대신 거친 호흡이 그 자리를 메운다. 비기독교인이라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벅찰 수 있지만 기독교인이 이해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불친절한 묘사와는 반대로 메시지는 분명하다.

영화 내내 예수님은 시종 연약하며 수동적으로 묘사되는 반면 마리아는 당차고 강하다. 영화 속 예수님은 철저히 마리아의 시선을 거쳐 해석된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한 이후에도 부활의 놀라움과 구원의 감격이 아니라 “천국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엉뚱한 대사가 등장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자신들이 비판적으로 그렸던 제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자들이 그들의 바람대로 예수를 해석했던 것처럼 영화 역시 마리아의 시선을 빌려 그들이 해석한 예수를 우리에게 전한다.

영화는 다방면에서 크리스천에게 시사점을 던진다. 낮은 자리에 있었던 여성에게 주목했던 예수님의 사역과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로서의 막달라 마리아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지 다시 한 번 사고하게 한다. 다만 영화의 해석과 수용은 관람한 성도들의 몫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데뷔작 ‘라이언’으로 평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가스 데이비스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그녀’에서 호흡을 맞췄던 호아킨 피닉스와 루니 마라가 각각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로 분해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오는 3월 28일 전국 메가박스 및 서울극장, 대한극장, 필름포럼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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