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40일만, 세상 즐거움 내려놓을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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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40일만, 세상 즐거움 내려놓을 수 없나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3.14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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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하나님과 동행하고 계십니까?

지난 2월 14일 재의 수요일로부터 시작된 사순절이 어느덧 절반을 넘어섰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묵상하며 우리 모습을 돌아보고 부활의 기쁨을 기다리는 사순절. 하지만 사순절이라 한들 그 동안의 일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낸 것이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 아닐까.

사순절 기간임에도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닌지, 예수님의 고난은 까맣게 잊은 채 내 쾌락을 쫓아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든 것은 아니었는지, 주일 마다 사순절 몇 째 주간이라며 설교를 듣고 절제할 것을 되새기지만 그 다짐이 교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아닌지…. 어쩌면 사순절과 전혀 상관없는 일상을 보낸 우리를 되돌아보게 된다.

달라진 사순절의 분위기는 각 교회들의 새벽기도에서도 감지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사순절 기간 내내 회개하며 새벽을 깨우던 기도소리를 이제는 듣기 힘들어졌다. 사순절의 상징과도 같았던 40일 특별새벽기도는 대부분 고난주간 7일 새벽기도로 축소되는 분위기다. 그마저도 참석자 수는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새벽기도를 오래 한 것이 곧 사순절을 의미 있게 보냈다는 뜻은 아니다. 사순절을 맞아 실천하는 절제의 모습들도 자칫하면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심으로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며 그 분의 죽으심에 담긴 의미를 묵상했느냐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동안 얼마나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았을까. 사순절의 유래와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한 번 우리의 마음을 다져보고자 한다.

고난과 인내를 상징하는 40일

사순절(四旬節)은 글자 그대로 40일을 의미한다. 재의 수요일로 시작해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시간이 바로 사순절이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 초대교회는 부활절 전 하루나 이틀을 금식하면서 부활 주일을 거룩하게 준비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 기간은 해가 계속되며 부활절 전 한 주간으로 늘어났고 곧 3주간으로 길어졌다. 이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6주 40일로 최종 확정된 것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다.

‘40’은 교회에서 여러모로 뜻 깊은 숫자다. 초대교회는 부활절 새벽에 성도들에게 세례를 베풀었는데 세례를 받기로 예정된 사람들이 회개하며 세례를 준비하던 기간이 바로 40일이다. 이 기간은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도 자신들이 받은 세례의 의미를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다.

성경에도 ‘40’이라는 수는 자주 등장한다. 노아 홍수 당시 밤낮 없이 비가 내린 기간이 40일이었고,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떠돌았다. 무엇보다 사순절의 40일은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며 광야에서 시험받으신 40일을 상징하기도 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40’에서는 공통된 의미가 발견된다. 영광을 받기 전, 새롭게 거듭나기 전 고난과 시련, 인내의 시간이라는 점이다. 노아는 하늘이 개이고 하나님이 펼쳐 놓으신 언약의 무지개를 마주할 때까지 방주에서 40일을 기다렸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40년의 세월을 견뎠으며, 예수님도 사역을 시작하시기 위해 40일의 시간을 광야에서 시험받으셨다.

이렇듯 우리가 부활절을 준비하는 40일의 사순절에도 ‘고난과 인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내려와 고통과 수모를 견디며 십자가에 달리셨던 예수님의 죽으심을 묵상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에 참예하면서 나의 옛사람을 함께 십자가에 못 박고 그분과 함께 살기로 다짐하는 시간인 것이다.

사순절은 부활절 주일로부터 주일을 제외하고 40일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항상 수요일로 시작된다. 이 날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또는 ‘참회의 수요일’이라고 불린다. 재의 수요일이라는 이름은 약 8세기경부터 사순절 첫날 예배에서 재(Ash)를 사용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이날 예배에서 인도자는 성도들의 머리 혹은 이마에 재를 바르며 고난의 의미를 묵상하게 했다.

재의 수요일에는 나뭇가지가 태워져 재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죄로 인한 인간의 유한성을 기억하게 된다. 또 자기 자신을 온전히 태워 예수 그리스도의 헌신된 제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의미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생명과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상징하기도 한다.

‘절제와 거룩’, 사순절만이라도!

사순절만이라도 그 동안 좋아했던 세상의 즐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사순절을 계기로 시작했던 묵상과 절제의 습관들이 잠깐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부활절 이후 일상에도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사순절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금식과 절제’다. 하지만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것 이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씀과 기도를 통한 영성의 회복이다.

그동안 마음만 품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성경읽기와 묵상, 그리고 기도로 하나님과 대화를 시작해보자. 자기 전 단 몇 분이라도 좋다. 예수님의 고난을 기록한 본문을 묵상하고 필사한다면 더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줄 것이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예수님의 가상칠언을 주제로 출판한 ‘2018 고난주간 묵상집’ 등 큐티책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다음은 세상의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내려놓는 절제다. 간식이나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을 삼가는 것부터 시작해 스마트폰과 TV 보는 시간을 줄이는 미디어 금식으로 사순절에 동참할 수도 있다. 기독교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는 일주일(1)에 한 번(1) 한 시간(1) 주일예배만큼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자는 ‘1.1.1 운동’을 진행 중이다.

아무런 목표 없이 하는 금식보다는 금식을 통해 아낀 물질로 이웃과 환경을 돕는다면 더 의미 있는 사순절이 될 수 있다. 국제구호기구 글로벌비전은 고난주간 한 끼 금식 참여로 저개발 국가 빈곤 가정을 돕는 ‘생명을 구하고 사랑을 나누는 40일의 기적’ 캠페인을 진행한다. 고난주간 자발적으로 금식에 참여한 후 한 끼 식사비(7,000원 기준) 이상을 모아 기부하면 해외 식량위기 가정에 쌀 10kg이 전달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사순절에 맞춰 지구를 위한 40일간의 ‘탄소 금식’을 제안했다.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절제를 실천하는 동시에 환경도 함께 살리자는 것. 재생지를 쓰며 불필요한 복사를 줄이고 이면지를 활용하는 ‘종이 금식’, 편리하지만 자연에 큰 위해를 가하는 ‘비닐 금식’,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는 ‘자동차 금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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