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가조찬기도회 단상

한현구 기자l승인2018.03.13 17:26:43l수정2018.03.16 09:53l14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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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참석한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희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한국교회 여성 지도자를 줄줄이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다만 기도회가 끝나고 한 가지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대통령의 말들은 사실 목사가 했어야 하는 말들이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이다.

예수님은 이 땅의 고통받는 자들, 병자들,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셨다. “미투 운동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기도를 부탁한다”는 말은 목사가 했어야 할 말이 아닌가. 예수님은 당시 사람으로 계수되지도 않던 여성들을 똑같이 존중하셨다.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그날 아침,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성장에는 여성들의 기도와 눈물이 녹아있다”는 말은 목사가 했어야 할 말이 아닌가. 조수옥 전도사와 문준경 전도사의 이름은 대통령이 아닌 목사의 입에서 나왔어야 했다.

그 대신 설교자는 한국교회가 근현대사에 끼친 혁혁한 공헌과 희생을 말했다. 한국교회가 이 만큼 대단한 일을 했다며 비판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선교사들의 공헌과 초기 기독교인들의 희생은 ‘겸허히 배울 일’이지 ‘자랑하고 내세울 일’이 아니다. 비판을 거두어 달라며 선조들을 내세우기 전에, 우리가 지금 선조들의 신앙을 따라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먼저다. 한국교회를 향한 시선을 바꿀 길은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지금 우리들의 삶이다. 

설교문에 기록된 수많은 ‘나’를 보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설교문 곳곳에는 ‘저는’ ‘저도’ ‘제가’ ‘저희 교회는’이 가득했다.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나’는 “저는 오늘 여러분의 기도 덕분에 아주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간다”는 마지막 문장밖에 없었다. “나의 나 된 것은 오로지 주의 은혜라 나의 공로로 되어진 것이 전혀 없도다”는 찬양 가사가 맴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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