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uneven playing field)

여상기 목사/예수로교회 여상기 목사l승인2018.03.13 17:22:35l14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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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부활을 잉태하는 대지의 몸부림이 겨울잠을 일깨우는 답청(踏靑)의 사순절기다. 바람이 불면 풀은 누울 수밖에 없지만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선다(詩經).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발을 내디디며 걷는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걸었다.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20세기의 최고의 걸작으로 일컫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의 주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수직으로 서는 노력은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서는 수고일 뿐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연출의 결과는 합당한 노력과 수고의 결과가 아니라 기울어진 응분의 저울의 착시일 뿐이다. 남녀 간의 사랑도 당국 간의 신뢰도 결국은 공평 정대한 인간관계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의 샘물과 같은 줄기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는 괘념(掛念)치 않아도 될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려내고 싶은 악몽이 될 수도 있고, 한 쪽에서 내민 손이 다른 한쪽의 수단이나 방편이 된다면 이 또한 공멸을 자초하는 국면이 될 수도 있다. 대내외적인 현시국의 흐름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미투(me too)운동이 위드유(with you)운동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추세로 각계각층에 확산되는 조짐이다. 올림픽 데탕트(détente)가 주변국의 기대와 우려 속에 남북이 파격적인 아젠다를 내놓았다. 모두가 바람직한 국면 전환이 되도록 기울어진 역학구도를 근본적으로 바로 세우는 진중한 전략과 지혜를 모아야겠다. 모름지기 하나님의 다림줄(슥4:10)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주초를 세우는 거룩한 호흡이 필요한 때이다(마7:27). 자신을 성찰하는 신령한 안목과 몸짓으로 침상을 띄우는 통절한 눈물이 필요한 때이다(시6:6). 

미투운동은 단순한 성폭력 고발 운동이나 가해자와 방조자가 만들어낸 안타까운 사연이 아니다. 사회 저변에 만연된 수직적 권력구조 내에서 은폐된 타락한 성적 문화가 괴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사회적 병리현상이다(systemic bias). “내가 고통을 당하는 것, 내가 매 맞는 것, 내가 죽는 것, 이것이 그리 심한 고통은 아니다. 나를 참으로 괴롭게 하는 것은 내가 감옥에서 고난을 당하고 있는 동안 밖이 너무 조용하다는 사실이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가 삼년간 참혹한 나치의 감옥 속에서 남긴 <옥중서간>의 구절이다. 

때마침 천주교 주교단이 최근 드러난 사제들의 성추문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근본적인 정화 대책과 사태수습에 발 벗고 나셨다. 교회도 결코 예외일수 없다. 우리 주변에 난무하는 음담패설과 일상생활에서 여과 없이 상용되는 성적 유희어와 일탈들은 반드시 도려내고 척결하여야 할 음란문화이다. 강단에서조차 서슴없이 자행되는 언어폭력과 비속어는 결코 더 이상 묵과되어서는 안 될 금기(禁忌)의 계명이다. 

우리 주위에 즐비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의 칠죄종(七罪宗)을 도려내고 마귀의 덫을 성령의 능력으로 걷어 내야한다(창4:7). 마귀의 전용출입문은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의 정욕과 탐심이다(롬13:13~14). 하나님의 인내심을 결코 시험하지 말라. 그나마 무화과 잎으로 은폐한 치부가 드러나면 각고(刻苦)의 노력과 경성(警省)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시127:1). 이대로는 안 된다. 보혈의 은총을 힘입고 성결의 옷을 입자.
여상기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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