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좀 감수하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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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좀 감수하지 않으시렵니까?”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8.03.13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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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봅시다] 주일이면 눈총받는 '주차대란'

주민항의 언제까지…신앙인으로서 ‘나부터’ 모범보여야

으레 주일이 되면 볼 수 있는 교회 밖 풍경이 있다. 일요일 오전 예배를 앞두고 교회 주변 골목마다 일렬로 빼곡히 주차돼 있는 다양한 차들의 행렬이다. 교회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도 주변 골목 사이로 평일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많은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대형주차창을 보유하고 있는 교회라 할지라도 많은 교인들이 차를 끌고 올 경우 차량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역별·시간대별 차량편중이 심한 교회의 특성상 사람들이 몰리는 일요일, 시민들이 체감하는 주차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한 주민은 주말을 맞아 가족과 나서기 위해 불법 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예배중이라는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의정부시 호원동의 모 교회 근처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일요일만 되면 집 근처로 불법주차를 해놓는 차량들이 많아 미간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법조차도 잘 지키지 않으면서 성경말씀을 믿고 따른다니,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S교회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일요일에 버스정류장 앞까지 주차를 해놓으니 버스가 중간차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신앙생활을 한다면 적어도 이웃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반감의 목소리를 냈다. 

교회 주차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다. 하지만,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차량을 두고 교회를 찾아오려는 교인들이 많지 않다보니 교회 주차문제는 지역주민과 마찰을 자주 일으키는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자발적 운동캠페인’을 전개해 교회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이웃끼리 카풀(car pool)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버스나 전철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가고, 몸이 불편하거나 아이들이 있는 가정들은 동네에 사는 이웃끼리 카풀을 통해 교회에 함께 가자는 운동이다. 주일날만큼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지역주민에게도 모범이 되는 교회의 의식수준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960만의 교회 성도들이 하루를 정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불편’을 감수한 작은 노력과 배려는 시민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수 있고, 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할 수 있는 좋은 실천법이 될 수 있기 때문. 이러한 캠페인을 몸소 실천하는 교회의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대전 하늘문교회(담임:이기복 목사)는 수년 간 매월 셋째 주일에 ‘대중교통 이용하기’ 캠페인을 펼쳐왔다. 지난 2012년에는 대전 대중교통 협동조합, 택시조합 등과 협약을 맺어 주일날 교인들이 택시를 이용해 교회에 오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에게도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윈윈’(win-win) 캠페인을 전개했다.

주차장이 없는 교회로 알려져 있는 안산 기쁨의동산교회(담임:김광이 목사)는 교인 천 여명 규모의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주차 공간을 마련해놓지 않고,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교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회에 오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교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노력이 없는 이상 캠페인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기윤실 박제민 간사는 “주일날 주차대란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이지만, 막상 현실 속에서 교인들이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하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신앙인으로서 이웃과 사회 전체 공익을 위해 작은 것부터 불편을 실천하고 나부터 먼저 손해보는 삶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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