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좌·우 프레임 벗고 '피스 메이커'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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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좌·우 프레임 벗고 '피스 메이커' 돼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3.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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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의회 ‘동아시아 상황과 기독교 역할’ 주제로 월례회 개최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이정익 목사) 3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9일 종교교회(담임:최이우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번 달 월례회는 대북 특사의 방북으로 남북관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한·중·일을 중심한 동아시아의 상황과 기독교의 역할’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 9일 열린 한복협 월례회에서 발제하는 이만열 교수.

외교 전문가 윤영관 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동아시아의 특수성과 북핵 위기 상황에 대해 자세히 짚었다. 동아시아는 상호 경제 교류가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역사·영토 분쟁이 많은 역설적인 상황. 윤 교수는 이런 동아시아 정세 이면에 국가주의·민족주의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어 동아시아 정세의 가장 큰 변수가 중국의 권력 상승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중국이 최근 급부상했지만 아직 미국과 견주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중국은 자신들이 위치한 동아시아에서 만이라도 지역패권국으로 군림하려 한다. 그런 미·중 간 알력다툼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이 바로 한반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단연 북핵 문제다. 최근 귀국한 대북 특사단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을 갖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평화를 말하고 뒤에서 무기개발을 자행해왔던 북한의 이전 행태를 볼 때 이번 발언에 얼마나 진실성이 담겨있는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윤영관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 비핵화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로 세 가지 가능성을 추측했다. △대북 경제 제재가 효과를 거둬 태도를 바꿨을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 체제의 미국이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압박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 △이미 핵이 완성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세계평화가 유지됨을 설득하고 싶었을 가능성 등이 그것.

윤 교수는 어떤 이유가 됐든 비핵화를 목표로 평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남북협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제 사찰단을 북한에 보내겠다고 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살펴보며 북한의 진의를 테스트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또 다시 이중적으로 핵개발에 돌입하지 않도록 불가역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아시아 정세와 기독교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한 윤영관 교수.

한국교회에는 ‘피스 메이커’의 역할을 주문했다. 윤 교수는 “성경 말씀(마 5:9)처럼 크리스천은 ‘화평케 하는 자’의 사명을 부여받았다. 이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만 하는 사명”이라며 “우리가 믿는 복음을 우리 삶에서, 특히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처절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판문점을 넘어 온 북한 병사에게 기생충이 엄청나게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 이럴 때 한국교회가 침묵하지 않고 북한 주민 위생·보건 사업을 정부에 건의했어야 하지 않나 아쉬움이 남는다”며 좌와 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성경 말씀에 입각한 크리스천 본연의 사명에 집중할 것을 한국교회에 당부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냈던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는 3.1운동과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발제했다. 이 교수는 당시 기독교인들이 3.1운동에 중심 역할을 감당했다며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고, 운동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맡은 48인 중 24명이 기독교인이었다. 특히 3.1운동을 전국에 퍼뜨리는 일에 기독교가 절대적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일제의 박해도 타 종교보다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신앙과 민족사랑을 일치시키려 했던 당시 기독교인들의 노력에 주목했다. 그는 “만세운동에서는 교회가 작성한 ‘독립단 통고문’이 뿌려졌다. 통고문에는 매일 3시에 기도하고, 주일은 금식하고, 매일 성경을 읽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면서 3.1운동은 신앙 고백위에서 진행됐던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역사학자인 이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보수적 관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교회의 역사의식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도 취임선서에서 ‘대한민국 30년’이란 연호를 사용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건국이라 표현하는 것은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의 역사와 임시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모독이자 헌법 전문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뉴라이트 세력의 왜곡된 주장을 한국교회가 동조해서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목사님들이 깨어있는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예배는 최이우 목사의 사회로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가 말씀을 전했다. 김 목사는 “평화는 하나님께로부터 온다. 예수님은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셨다”면서 “사람을 의지하기보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와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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