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네 발레 (carne 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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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네 발레 (carne vale)
  • 김한호 목사
  • 승인 2018.03.0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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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카니발’이란 축제가 있습니다. 유럽과 남미 등 전통적인 가톨릭국가에서 사순절을 앞두고 하는 세계적인 축제입니다. 카니발은 라틴어로 ‘카르네 발레(carne vale)’라는 말에서 왔습니다. ‘카르네’는 ‘고기’라는 뜻이고, ‘발레’는 ‘그만, 안녕’이라는 뜻입니다. 직역하면 ‘고기여 안녕!’이란 말입니다. 사순절 40일 동안 금육을 실천하다 보니 가정마다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고기가 많아지자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집에 있는 고기들을 다 내와서 친교를 가졌던 것이 동기입니다. 놔두면 버려질 고기나 음식들을 내와서 이웃과 친교하며 보다 뜻 깊은 사순절을 함께 준비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카니발은 육적이고 세속적인 쾌락을 금하고, 하나님께만 온전히 집중할 시간을 함께 준비하자는 뜻 깊은 축제입니다. 매년 재의 수요일 3~7일 전으로 성대히 열리는 카니발과 함께 이미 시작된 사순절이 “카르네 발레!” 모든 육적인 것들을 “그만 안녕!” 절제하고, 하나님께만 온전히 집중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기간에 말레시아에 있는 신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시간에 들은 한 여자 신학생의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오빠는 마약으로 형무소에 들어가기도 하고 나중에 정신지체 불구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런 일로 부모님은 이혼을 하고 집안이 엉망이 되었답니다. 그때 우연한 계기로 만난 예수님이 여학생의 소망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이 살길은 예수님을 만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가족 전도가 쉽습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온 가족이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문제는, 어렵게 교회에 나온 가족들이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말레시아 교회는 목회자가 부족한데, 그 마을에도 목회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로 여학생은 목회자가 되기로 작정합니다. 자신이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말씀을 전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입니다. 이 결정을 할 때 그녀는 말레이시아 명문 국립대학에 합격한 상태였습니다. 이곳을 졸업하면 직장이 보장됩니다. 그럼에도 그 좋은 대학을 포기하고 신학교에 온 것입니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저는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카르네 발레’가 떠올랐습니다. 주님의 종이 되기 위하여 세상 것을 내려놓는 “카르네 발레!”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성경에 카르네 발레를 실천한 사람 중에 다윗이 있습니다. 시편 57편을 보면, 다윗이 사울 왕의 칼날을 피해서 아둘람 동굴 안에 숨었습니다. 바위 동굴이라 도망자의 은신처로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사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윗을 죽이려고 했지만, 다윗은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 속에서, 억울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사울을 욕하고 하나님을 원망할 수도 있을 텐데, 도리어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며 찬양합니다. 죽음의 위협이 몰아치는 상황 속에서 다윗은 어떻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까요? 모든 인간적인 생각과 결말을 철저히 “카르네 발레!” 한 것입니다.

사순절 기간, 어떤 상황에 계십니까? 혹 칠흑 같이 어두운 동굴 속 인생을 살고 계십니까? 생사를 넘나드는 질병의 동굴 속에 있습니까? 사방이 막혀 소망이 없는 막막한 동굴, 절망의 동굴 속에 주저앉아 있습니까? 분노와 증오의 동굴에 계십니까? 그렇다면 지금이 ‘카르네 발레’를 할 시간입니다. 모든 두려움과 근심, 세상 염려와 인생의 모든 원망들을 ‘카르네 발레’ 하십시오. 사순절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카르네 발레의 시간’입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하여 다윗처럼, 동굴 속 믿음의 사람들처럼 아름다운 믿음의 몸부림으로 새롭게 일어서는 귀한 시간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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