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린 죄, 달려오는 죄, 삼키는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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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린 죄, 달려오는 죄, 삼키는 죄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8.03.06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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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㊴
▲ 페테르 루벤스, 가인이 아벨을 죽이다, 1608~1609년. 코톨드 미술학교 소장.

*창세기4:6-8>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찌 됨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찌 됨이냐?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선을 행하지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에게 말하고 그들이 들에 있을 때에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죽이니라.

나는 서울의 여러 중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문학수업’을 자주 한다. 한 학교마다 5회 이상을 하기에 아이들과 금방 친해지다보니, 별별 사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번은 어느 여자 중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학생이 따라왔다. 내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자기 집도 그 방향이라 하며 친근감을 보였다.


그런데 그 아이는 수업 시간에 틈만 나면 엎드리고 과제도 아예 해오지 않는, 그러면서도 장난은 치지 않는 야단칠 수도 안 칠 수도 없는 골치 아픈 학생이었다. 늘 피곤해보이고, 입술은 새빨간 칠을 하고. 왜 문학수업 반에 들어왔냐고 하면 그저 웃기만 하는 아이.

나는 명랑 핫도그를 사주고 같이 먹으면서 다정하게 이러저러한 질문(?)을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이야기를 쏟아냈다. ‘우리 부모는 맞벌이라 한밤중에 집에 온다. 동생이 있지만 서로 관심 두지 않는다. 나는 학원도 잘 가지 않고, 옷 갈아입고 화장하고 저녁마다 동네에 있는 K대 앞에 가서 대학생 오빠들을 만나고 논다.’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왜 늘 피곤한지... 그러면서 이런 걱정까지 했다. ‘혹시 이 아이의 몸이 이미... ...’

하지만 학교에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알고 나는 다음 주에 담임선생님에게 아이를 돌보아 줄 것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상당히 놀라며 나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야기를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아이는 처음에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친구들을 따라 “오빠” 같은 대학생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 이상은 나는 겁이 나서 사실, 묻지를 못했지만 분명 술을 마시고 어울리는 게 뻔하지 않은가! 교회는 다닌 적도 없고, 누구도 자기에게 교회 가자고 말한 사람도 없고, 한마디로 그 아이의 세계에서는 아예 태초부터 하나님이 없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냥 만나고 웃고 하던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일이, 시간이 갈수록 그 즐거움에 빠져 화장을 하고 대학생처럼 옷을 입고, 급기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 미투운동으로 막장드라마가 극명한 현실로 쉴새없이 드러나고 있다. “대부, 장인, 명장, 스승, 심지어는 왕”이라 불리는 가해자들은 그 누구도 처음부터 성범죄를 저지르려고 예술인이 되고자 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기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예술세계에서 마음껏 재능을 키우고, 열정을 바쳐 예술의 한 부분을 빛내고자 헌신했을 것이다. 가해자들도 처음에는 예술을 위해 가난과 무명의 설움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길을 걷고 시대의 불의와 불합리에 맞서 싸웠으리라. 

그러나 그들의 두 손에 원하던 모든 것이 쥐어지자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천천히, 하나 둘 하나 둘... ... 죄의 깊이와 죄의 종류와 죄의 넓이가 죄의 냄새가 강력해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죄가 인 줄 모른 체, 즉 죄에 삼켜버린 자처럼 죄의 노예가 된 것이다. 

가인처럼! 처음에 가인은 그저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면 즉시 하나님께 자기 마음을 다스려 달라고 고백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른 풍선처럼 시기와 열등감으로 더 가득 찼다. 자비의 하나님께서 친절하게 경고까지 해주셨다. ‘죄가 네 문 앞에 엎드려(꼼짝 않고 쭈그려 앉아 때를 보는 자세)’있다. 두 번째, 경고- 죄가 너를 원한다.(죄가 미친 듯이 달려든다.) 세 번째 경고- 다스려라.(그렇잖으면 죄가 너를 삼켜버려 죄가 너를 마음대로 갖고 놀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인은 듣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미움과 시기라는 죄에게 마음자리를 내주고나니 용서니 이해니, 회개니 하는 하나님의 자리는 결코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3월이다. 새봄처럼 우리 마음을 새롭게 하여, 내 마음 앞에 쭈그려 앉아 기회를 엿보는 죄가 있는지 늘 눈을 크게 뜨자. 그 시기를 놓치면 달려오는 죄, 삼키는 죄를 막기가 참 어려워지니! 

 

함께 기도
하나님,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는 권세를 가진 우리이지만 막상 내 마음 하나를 잘 매고 풀지를 못합니다. 주님, 지켜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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