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부는 미투 바람…교회 모범 보일 모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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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게 부는 미투 바람…교회 모범 보일 모멘텀”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3.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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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성윤리 과목 시급, 목회자 교육 및 예방책 마련해야
▲ 미투 운동이 한국사회에서 거세게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의 등불로서 교회와 목회자들이 모범을 보일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는 교회와 목회자에게 더 높은 잣대를 들이댄다. 윤리, 특히 성과 관련해서는 더 그렇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는 말씀을 따르는 기독교인들의 윤리의식이 사회보다 더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 회복이 중요한 과제로 주어진지 오래다.

사회에서는 미투(Me Too)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성과 관련해 왜곡되고 잘못된 과거의 일들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운동의 화살이 다음엔 어디로 향할지 초미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모범을 보일 모멘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교회가 사회보다 앞서 대안을 마련하고 교회가 높은 윤리적 민감성을 가진 집단임을 보여줄 때라는 것이다.

신학생 때부터 성윤리 강조해야
지난해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목회자 720명과 평신도 1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목회자의 성도덕 타락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목회자의 성적 일탈 사건이 적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목회자의 성윤리에 대해 목회자 스스로뿐 아니라 교인들도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목회자 성적 부도덕’의 첫 번째 원인으로 ‘목회자 개인 성향의 문제’를 꼽았고, 이어 ‘목회자 가정에서 온 문제’, ‘신학교육의 부재’ 등을 꼽았다. 특히 ‘신학교육의 부재’와 관련해서 ‘신학 교육 내 기독교성윤리 강좌 필수과목 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90%를 상회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교회에서 성윤리 교육을 실시하는 신학교는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 2016년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박득훈 박종운 방인성 백종국 윤경아, 이하 개혁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신대원 가운데 성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고작 6곳에 불과했다.

당시 개혁연대는 전국의 17개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을 대상으로 ‘성윤리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성윤리 등 관련 교육’을 개설하고 있는 학교는 감신대와 대구신대, 서울장신대, 영신대, 장신대, 칼빈대뿐이었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특별강좌나 채플을 통한 교육이었고, 정규 강좌로 편성해 운영하는 학교는 3곳뿐이었다.

영남신대 김승호 교수(기독교윤리학)는 “신학적으로 올바로 서 있으면 성적으로도 탈선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성적 탈선을 저지른 목회자들 상당수가 영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이들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정기적인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인식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탈 막을 시스템·재교육 필요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가 2012년 11월 발표한 ‘목회자 윤리선언문’에는 목회자 역시 잘못할 수 있는 인간임을 담고 있다. 루터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로 속량함을 받고 의롭다 함을 얻은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죄로 오염된 몸과 마음을 가진 죄인들”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목회자 역시 연약한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항상 자신을 살펴 죄를 회개하고, 거룩케 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부 교단에서 ‘성윤리 예방교육’을 교회 내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6년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윤세관 목사, 이하 기장)가 신설한 ‘성윤리 강령(법과 제도)’이다. 당시 총회에서 한 총대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죄를 표하고 그간 한국교회 안에 누적 된 그릇 된 성의식을 타파하기 위해서도 법과 제도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총대들이 이를 만장일치로 받아 눈길을 끌었다.

교단들 대책 마련 본격화 조짐

지난달 20일 임원회를 갖고 교회 내 성폭력 발생 시 교단 차원의 대응원칙을 수립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최기학 목사, 이하 예장 통합)의 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가해자의 경우 관계 법률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교단 차원에서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가운데 상담 등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특히 성폭력 예방교육의 전 교단적 확대와 사례별 세부 매뉴얼 제작 등 장기적 대안 수립도 잊지 않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총회장:유충국 목사, 이하 예장 대신)도 조만간 이 움직임에 동참할 조짐이다. 최근 열린 교육부 회의에서는 향후 강도사 교육에 성윤리 관련 내용을 보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위원들은 최근 사회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목회자를 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문제 가능성을 없애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장 대신 총회 서기 이승수 목사는 “교회가 그동안 남성중심의 문화였다”며 “그동안 우리가 교회 안에서 민감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선도적 차원에서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또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선의적인 스킨십, 가령 아이를 안아준다거나 어른들을 위로하는 것 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여 목회자와 여 성도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서 조심하고 지향할 부분들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를 바탕으로 강도사 교육과 신임임원 교육에서 관련 과정을 개설하고 총회에서는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성과 관련해 교회의 정책과 법, 제도가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교인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변화를 촉구하는 빈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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