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폭력사태 발생 … 개강 못하고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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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대 폭력사태 발생 … 개강 못하고 '파행'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3.0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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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들, 총장 사퇴 요구하며 종합관 점거...사설용역까지 등장
▲ 총신대학교에서 용역사태가 일어난 뒤 학생들은 종합관을 점거하고 봉쇄했다. 캠퍼스 곳곳에는 총장과 재단이사들을 규탄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이 걸렸다.

국내 최대 신학교로 꼽히는 총신대학교에 사설용역이 등장했다. 총회와 총신의 오랜 갈등과 이로 인해 빚어진 ‘신학교의 탈교단’을 위한 정관 개정 이후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 전산실을 점거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요구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밤 총장 측이 부른 것으로 알려진 19명의 사설 용역이 학교에 등장해 학생들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일 학생들은 학교를 찾은 김영우 총장에 면담을 요구하며 그가 머물던 총장실 앞에서 기도회와 대책회의를 진행하던 중 용역들이 들이닥쳤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용역들은 학생들이 쌓아둔 집기를 치우면서 진입을 시도했고, 용역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학생들과 김 총장의 대치가 3일간에 걸쳐 계속된 점을 감안할 때 ‘감금’을 당했다는 김 총장의 주장은 일견 수긍할만하지만, 목회자를 길러내는 신학교에 용역이 등장해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후 학생들은 종합관 전체를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2일은 학사일정상 개강일이었다. 현재는 개강이 9일로 미뤄진 상황이다. 새 학기의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캠퍼스는 대자보와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학생들이 점거한 종합관 정문은 모두 쇠사슬로 묶여있었다. 유리 문 뒤에는 온갖 잡기들이 쌓여있어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종합관에 있던 70여명의 학생들은 언제 다시 용역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교대로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용역이 등장한 순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일말의 희망도 사라졌다”며 “다른 학교는 학생을 끌어내도 경찰이 한다. 사설 불법 용역을 쓸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신학생들이 과격한 방법으로 저항한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친구들 모두 처음부터 이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1학년 때는 시위를 보면 ‘하나님께 맡기면 될 것을 왜 저러나’ 생각했던 사람”이라며 “학교가 학생들을 변화시켰다. 여기 모인 신학생들은 신학을 선택한 것에 까지 회의를 느끼고 있다. 총회와 총신이 싸우는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 총신대 종합관이 쇠사슬로 굳게 잠겨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한국교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정병오, 배종석, 정현구, 이하 기윤실)은 지난달 27일 ‘총신대 폭력사태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윤실은 성명에서 “총신대학교는 예장 합동 교단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선지동산이다. 그런데 이 거룩한 곳이 여느 싸움터와 다를 바 없이 됐다”며 “이를 지켜보는 한국교회는 경악과 함께 실망과 절망 가운데 있다. 신앙과 양심의 보루여야 할 신학교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에 분노와 절망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신대학교가 선지동산으로서 거룩함을 되찾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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