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형틀에 매달린 예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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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형틀에 매달린 예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8.03.02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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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진 작가 ‘사순절 초대전’…총 50여 십자가 조각 전시

윤성진 작가 ‘2018 사순절 기념 초대전’ 개최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오는 15일까지

윤성진 작가의 십자가 조각에는 마치 예수가 골고다언덕에서 마지막 숨을 힘겹게 내쉬며 운명하는 모습이 보인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뿌려진 십자가에는 예수의 끝없는 사랑과 희생, 전 인류의 구원을 향한 소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올 사순절을 맞아 예수 십자가 사건과 죽음 직전 예수님이 남긴 말씀을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 오는 3월 15일까지 서초교회 서초아트원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윤성진 작가 2018 사순절기념 초대전’에는 총 50여개의 십자가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윤성진 작가 2018 사순절기념 초대전’이 지난달 18일부터 3월 15일까지 서초교회 서초아트원갤러리(관장:이영숙)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는 철과 석고, 브론즈로 만든 총 50개의 십자가 작품이 전시됐다.

윤 작가는 현대미술 조작가로 활동하며,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십자가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그의 작품은 단순히 정형화된 십자가 형태와 틀에서 벗어나 십자가의 평면을 꺾어 다양한 형태로 연출된 십자가 조각들이다.

예수의 신체적 모습을 직접적으로 구조화하지는 않았지만, 윤 작가의 작품 안에는 목이 꺾이고 무릎이 굽어져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형상이 중첩돼 떠오른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 중에 총 7가지의 말씀을 남기셨는데, 이를 ‘가상칠언’이라고 한다. 윤 작가는 이 7가지 말씀을 곱씹어 보고 묵상하면서 말씀 하나하나를 주제로 7개의 십자가 조각작품을 완성했다.

▲ ‘윤성진 작가 2018 사순절기념 초대전’에서 가상칠언을 주제로 한 십자가 조각들 모음.

지난달 28일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윤 작가는 “예수님이 죽음 직전 남긴 말씀을 철골형태의 십자가로 표현한 ‘가상칠언’은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중 하나”라며, “직접적으로 예수님의 신체적 형상이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 안에 담긴 고난의 의미와 구원의 은혜는 더욱 깊이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라건대 전시회장을 찾은 사람들이 사순절 기간,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가장 가깝게 묵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전에는 ‘가상칠언’ 작품 외에도 석고와 브론즈로 표현된 십자가 조각을 비롯해 다양한 색조의 십자가 그림들도 비치됐다. 작품 중에는 브론즈로 만들어 직접 만질 수 있는 십자가도 있다.

석고를 활용해 십자가를 표현한 ‘묵시’라는 작품에 대해 윤 작가는 “십자가 틀에 석고를 붓고 그 안에 철로 된 십자가를 집어넣으면 젖은 석고가 마르면서 자연스럽게 녹물이 베어 나온다”며, “이는 감추어진 것들이 언젠가 드러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예수님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해도 점점 예수님을 깊이 만나게 되고 성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것들이 드러나는 과정을 표현했으며, 결국 믿음의 끝은 십자가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윤 작가는 초창기 현대미술 조각가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가 20년 동안 십자가 만들기에 전념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윤성진 작가 2018 사순절기념 초대전’이 지난달 18일부터 3월 15일까지 서초교회 서초아트원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는 “8~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하던 시절, 관련된 작업을 하면서 비기독교적이라는 마음이 들어 일을 접게 됐다. 1년 정도 일을 멈추며 성경을 묵상하며 지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후 프랑스 파리에 머물게 됐는데 십자가의 이미지가 머리에 깊이 각인됐다. 그때부터 공예나 장식품이 아니라 조각작품으로서의 십자가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20여년 동안 십자가 조각을 해온 그는 200여개의 십자가 작품을 만들었으며, 이번 전시회에는 그 중 50여점이 전시됐다.

끝으로 기독교 조각가로서 고민을 전한 윤 작가는 “현대미술의 주류가 거의 기독교와 관련이 없기에, 기독교문화를 접목하고 싶어도 마땅한 모델이 없어 어려워하는 미술인들이 많다”며, “경쟁력을 갖춘 기독교 작품을 내놓고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성진 작가는 1952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대학교에 교수로 재직했다. 1995년 프랑스로 이주해 현재 서울과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과 파리, 동경에서 10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150여 회의 단체전에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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