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아니하실지라도, 하나님 편에 섭니다”

[인터뷰]동성애 반대하며 미장로교단 탈퇴한 양춘길 목사 이인창 기자l승인2018.02.27 14:54:52l수정2018.02.28 13:55l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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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좌)와 미국 필그림선교교회 양춘길 목사가 지난 25일 첫 만남을 갖고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영안교회는 동성애를 반대하며 광야에 나선 필그림선교교회를 위해 1억원을 헌금했다.

처음 만난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떻게 만난 적이 없는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1억원을 헌금할 수 있었을까. 처음 본다면서 두 목회자는 만나자마자 손을 꼭 맞잡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진한 동료애가 묻어난다. 말씀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지난 25일 서울 중랑구 영안교회(담임:양병희 목사) 당회장실에는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동성애를 반대하며 지난 연말 1200만불 상당의 예배당을 포기하고 독립한 필그림선교교회 양춘길 목사가 방문한 것이다.

미국 뉴저지주 필그림선교교회는 소속 교단 미국장로교회(PCUSA)가 동성애자 안수를 결의하고 동성애자 결혼까지 허용하는 데 반대하며, 지난해 12월 24일 공동의회를 열어 교단 탈퇴를 선언했다. 탈퇴 전 교회 이름은 필그림교회. 필그림교회 교인들은 힘겹게 이민생활을 하며 지은 예배당마저 내어놓고 광야로 나서기로 했다. 성도들의 94% 이상이 고난의 길을 같이 걷겠다고 결단했다.  

양춘길 목사와 필그림교회 교인들의 소식을 언론보도로 접한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는 세 시간 동안 울었다고 했다. 그 결단이 그저 감사하고, 나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지 목회를 돌아보는 눈물이었다. 지난 1월 14~17일 교회창립 38주년 특별부흥회에서 양병희 목사는 타국의 신앙동지를 돕자고 교인들에게 설교했다.

그렇게 드려진 헌금 1억원은 온전히 필그림선교교회를 위해 보냈다. 어떤 관계도 없는 이민교회를 위해 헌신한 교인들이 대단하다. 양춘길 목사가 영안교회 예배 강단에서 올라 메인 목을 가다듬고 건넨 첫마디는 “보고 싶었습니다”였다.

1200만불 예배당 포기하고 진리 지킨 필그림선교교회

영안교회, 광야에 나선 형제교회 위해 1억원 정성 모아

‘동성애 반대’ 외로움 속에 찾은 희망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죠. 동성애를 반대하고 교단을 탈퇴할 때까지 한국교회와 연관이 있으리라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양병희 목사님이 처음 전화해서 격려해주시고 헌금까지 보내주신다는 소식에 우리 교인들이 감동이 되고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릅니다.”

PCUSA를 탈퇴하기로 했을 때 양춘길 목사를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솔직히 양 목사 역시 결단하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PCUSA는 한국교회 어머니와 같은 곳인데 어떻게 배신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양춘길 목사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한국교회 어머니들이 살아계신다면 동성애를 허락한 교단 모습에 통곡하고 있을 것이라고’. 

결단은 했지만 외로운 싸움은 한동안 지속됐다. 교단 탈퇴를 위해 노회의 절차를 따르면 예배당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공동의회를 두 차례나 열면서 찬성이 98%나 됐지만, 소속 노회는 절차상 하자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노회는 필그림교회의 교단 탈퇴 안건마저 부결시켰다.

결국 예배당을 소유하면서 교단을 나오기 위해서는 소송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양춘길 목사와 교인들은 소송을 포기했다. 왜 포기했을까. 

교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양춘길 목사는 영안교회 성도들에게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믿는 사람들끼리 세상 법정에서 싸우는 것은 신앙인들이 명분을 잃는 것이고, 소송을 하면 약 4년간 양측 120만불 이상 소송비용이 든다는데 헌금을 그렇게 쓸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또 소송을 하면서 얼마나 우리의 마음이 강퍅해질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소송을 했다면 이겼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긴 소송 끝에 교인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떠나는 이는 얼마나 많았을까. 소송을 포기하고 1200만불 예배당마저 빼앗겼지만, 감사하게 성도들은 지켰다고 양 목사는 생각하고 있다. 

필그림선교교회로서 드린 첫 예배는 2017년 마지막 주일에 있었다. 뉴저지의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씨였다. 교회 내에서는 3·3·4 소문도 일찌감치 나돌았다. 30%는 남고 30%는 떠나고 40%는 따라간다는 말이었다. 놀랍게도 평상시보다 교인들은 더 많았다. 분석해보니 장기 결석자들까지 힘을 싣겠다고 나온 것이었다. 남은 처소에선 24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5명 외 나머지는 노회 관계자였다고 보고도 받았다. 믿음의 공동체는 광야로 나서 더 공고해졌다. 

양병희 목사는 “시대를 지키는 의인 10명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는 무너졌다. 하나님은 이 시대 의인을 찾고 계시고 양춘길 목사님과 성도들이 그 의인”이라고 격려했다. 

양병희 목사 “400여 한인교회 돕는 지원 기금” 제안

양춘길 목사 “선교적 교회 운동 일으키는 교회될 것”

 

“미국 한인교회 위해 정성 모읍시다”
2015년 미국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린 이후 미국 내 동성애 기류는 더욱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장로교 안에는 한인교회가 약 400여곳이 있다. 한인교회 상당수는 교단의 동성애 찬성 정책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PCUSA 한인교회협의회(NCKPC)는 교단의 동성애 정책에 대해 꾸준히 비판해왔다. 

하지만 PCUSA의 거대한 흐름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한인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하기까지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는 “미국에 있는 목회자들에게 물어봤을 때 한결같이 교단을 탈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일단은 노회에 재산등록이 돼 있기 때문에 예배당 건물을 포기하기 쉽지 않고, 목회자 노후 연금이 잘 돼 있어서 어려운 이민교회가 그것을 내려놓기도 어렵다고 했다”며 “믿음이 없다고 정죄하지 말고 400여 한인교회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의지를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목사는 “우리가 달려갈 때 제일 어려운 것이 외로움”이라며 “이 시대 하나님이 양춘길 목사님과 교회를 보내 하나님 나라를 회복시키고 있다. 신앙을 따라 살려고 애쓰는 교회를 우리가 지금 도와야 한다”고 기금조성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춘길 목사는 이번 방한 동안 한국교회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영안교회를 비롯해 새에덴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한소망교회, 신촌성결교회, 중앙성결교회 등 큰 교회들이 적극 호응하며 양춘길 목사를 교회에 초청해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양춘길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동을 보면서 신기하게 생각된다.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동성애를 인권으로 포장하면서 동성애는 죄이고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꺾어버리고 있는 현실에 저항하며, 성경말씀을 따라 좁은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지역사회 ‘미셔널 처치’로
교단을 탈퇴해 독립한 지 2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필그림선교교회 역량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노회가 매물로 내놓았다는 기존 예배당을 다시 매입할 생각이 있을까. 직접 물어봤을 때 양춘길 목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우리 교회는 건물을 짓지 않기로 했습니다.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교회입니다. 예전에는 보내는 선교사라는 말을 썼지만, 필그림선교교회 교인들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직접 보내심을 받은 성도가 되기로 결단했습니다. 선교적 교회 운동을 일으켜가면서 우리 교회의 행정과 교육, 훈련을 만들어 흩어지는 교회로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양춘길 목사는 교단 탈퇴의 과정을 거치면서 동성애 반대 투쟁만이 아니라 교회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11개 가정에서 시작해 2천명 교인의 이민교회가 됐다. 하지만 교인 간 수평이동이 많은 교회였다. 이제 지역 안에서 생명을 일으키고 다른 작은 교회들을 살리며 동역하는 교회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그 운동은 시작됐다. 

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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