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하나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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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또 하나의 올림픽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2.2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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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취재를 위해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릉을 최근 찾았다. 강릉역에 도착해 역 주변을 둘러보며 감상에 젖어들던 찰나, 어느새 다가온 포교자들로 인해 기쁜 마음은 당황으로 변해버렸다.

각종 전단지를 정신없이 받다 보니 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광장을 빠져나와 전단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기독교 계열 이단 단체들이다. 

강제개종을 규탄하는 모 단체의 전단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영어와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으로 쓰인 전단지들이 보인다. ‘하나님’이나 ‘구원’ 등의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연락처도 자세히 적혀 있다. 이단 단체들 역시 이번 올림픽을 포교의 장으로 생각하고 단단히 준비하고 온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원도기독교총연합회’나 ‘한국기독교봉사단’, ‘100만전도운동본부’ 같은 건강한 개신교 단체들의 전도용지 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전도에 나선 선량한 성도들에게 ‘어디서 나오셨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일종의 포교 올림픽이 열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올림픽 개막 전부터 일찌감치 감지됐었다. 최근 교주가 출소한 모 단체의 경우 2016년부터 평창을 겨냥해 위장포교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가 하면, 또 다른 단체는 평창의 관문인 원주를 거점으로 삼아 포교활동을 벌이려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올림픽이 무사히 끝이 났지만, 갈수록 교묘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이단들의 포교에 맞서는 한국교회의 경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이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시대다. 어느 때보다 ‘비둘기 같은 순결함과 뱀과 같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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