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는 다정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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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는 다정한 친구입니다
  • 승인 200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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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영혼을 사랑함에 있어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는 말기암환자들은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들을 돌아보는 손길은 많지않다. 그러나 소외당한 그들 옆에 안양호스피스선교회 봉사자들이 있었다. 김승주목사(한빛교회·55)를 위시한 1백5십 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죽음을 앞둔 말기환우들을 하나님의 말씀과 병수발로 보살피며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호스피스. 현대 의학적으로 치유불가를 선고받고 임종을 앞둔 말기 환우들에게 기독교적 관점에서 전인적인 보살핌을 제공해 준다. 오랜 병간호에 가족도 지쳐버린 임종환자들을 위해 호스피스 봉사자는 병원, 가정을 마다하지 않고 환자와 지쳐있는 가족들을 붙들어 주며 환자들에게 죽음의 공포대신 천국에 대한 소망과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안양호스피스선교회 출발은 성도들을 사랑하는 김승주목사의 애틋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김목사는 임종예배를 드릴때마다 알 수 없는 허무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생을 마감하는 저들을 위해서 내가 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갑작스러운 사고환자야 어쩔수 없다지만 병마에 시달리며 죽음을 기다리던 성도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던가.’ 자신의 무지함을 하나님께서 책망하시는 것만 같았다. 생을 마감하는 임종환자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노력만 있었어도 더 잘 보살펴 줄 수 있었을텐데라고 생각하며 고민하던 김목사는 결국 95년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용인소재의 ‘샘물의 집’ 교육에 참여하면서 교회적 호스피스화라는 하나님의 소명을 확인한 김목사는 등록비를 지원하며 전교인을 반 강제적으로 교육에 참여시켰다. 3년간 주말마다 유기농산물 재배를 돕고 집회를 열며 호스피스 사역에 주력하던 김목사는 안양 메리트병원의 호스피스병동 운영을 제안받게 된다. 봉사자에서 경영자로의 변신으로 힘든 선택이었지만 오랜 고민끝에 지난 98년 안양호스피스선교회를 창립하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다.

이러한 결단을 뒷받침해 준 것은 안양메리트병원 이대순이사장이다. 이이사장은 전용병실을 허가 한 것은 물론 의료원장을 주치의로 정하고, 전담간호사도 6명을 두어 24시간 환자들을 돌보게 할 만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호스피스와 일반환자가 함께있는 다른 병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특혜였다. 호스피스사역은 엄격히 팀사역이여야 한다. 의사 한사람이 잘해서 자원봉사자 혼자 잘해서는 전인격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간호사, 목회자, 의사 모두가 자신의 책임지고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에만 최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있기 때문에 병원의 전폭적인 지원은 선교회에 큰 힘이 되었다.

그후 전문전인 교육을 받은 봉사자와 익명의 후원자도 꾸준이 늘어나고 병원의 지원도 계속되며 선교회는 점차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동선교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영혼구원이다. 전인적인 헌신으로 환자들을 돌보며 봉사자들은 점차적으로 하나님을 전한다. 그래서 호스피스병동에는 매일 찬송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예배를 드리기 때문이다. 불신자도 타종교인도 기독교인도 찬송을 따라부르며 불편한 심기를 다스린다. 처음에는 수긍하지 않던 환자들도 계속적인 시도로 노력으로 벌써 65명이 세례를 받고 하나님을 영접하는 성과를 거뒀다. 총동원전도주일같은 반짝 이벤트 행사와는 비교도 되지않을 만큼 전도의 효과가 있다. 헌신적인 봉사자들의 노력에 감동한 환자가족들의 구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말기 암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친구이다. 장기간의 투병으로 가족들도 친구들도 등을 돌린 형편이라 그들은 너무도 외롭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이 원망스럽고 아픈 몸도 괴롭고 어렵고 힘든 자신의 상황을 나눌 수 있는 말 벗이 절실하다.

3년째 선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는 조경이권사는 환자들을 돌보는 기쁨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언니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봉사를 계속할 것인가를 망설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다리를 주물러 드렸을 때 흐믓해 하는 모습, 쑥쓰러워하면서도 목욕을 한 후에 상쾌해 하는 모습 등 봉사를 하면서 접하는 환자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조권사는 가능한 환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간다. 처음부터 하나님을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등의 부담스러운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환자들의 마음문이 열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환자들이 조권사를 가깝게 느끼게 하는 것은 스킨쉽이다. 팔다리를 주무르고 목욕을 시키면서 조권사는 그들에게 다가간다.자격지심에 심한 욕과 함께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이러한 조권사의 노력에 아무리 강퍅한 환자도 일주일이면 온순한 양이 된다. 일례로 가족간의 불화로 심적부담을 안고 있는 환자의 고충을 듣고 조권사가 나서서 가족을 화해시켜주기도 했다.

“환자들에게 배울 때가 더 많아요. 죽음을 준비하는 그들은 무소유의 심정인가봐요. 나의 편협함과 이기적인 마음들을 일순간에 날려버리거든요.” 이처럼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에게 최선의 선택인 호스피스는 아직 사회적으로 확산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김목사는 호스피스의 정착을 위해서는 교회차원의 노력과 법제정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호스피스에 대한 교회의 이해와 수용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많은 교회가 전도특공대를 조직해 교회성장에는 혈안이 돼있지만 호스피스사역 등 사회봉사에는 주력하지 않는 형편이다. 최근 안락사수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고통속에 죽음을 선택하는 것보다 전인적인 치료를 통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호스피스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호스피스의 법적수용을 제안하고 있다. 전국을 통틀어 십여 개의 불과한 호스피스병동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의료수가가 맞지않아 많은 병원들이 호스피스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선교회도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병원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는 형편이고 다른 병원들은 환자들이 병원비의 부담을 안고 있기때문에 호스피스병동의 수용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복지정책차원으로 법을 제정해 임종환자애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더 많은 병원이 그들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안양호스피스선교회는 집안에 있는 환자들을 돌보기위해 수양관을 만들어 주간호스피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맞벌이 등 가족들이 병수발을 들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탁아소와 같은 병동을 운영해 보다 많은 환자들을 돌보며 호스피스운동의 지경을 보다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인생을 마감하는 그들을 위해 전인적인 헌신을 보여주는 호스피스 봉사자들. 고된 일은 하고 있지만 그들은 늘 호스피스다짐을 되새기며 기쁨으로 봉사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기에 중요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있으므로 중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평화롭게 생을 마칠수 있도록 도울 뿐아니라 그때까지 의미있는 삶을 살 수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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