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본질과 연합의 가치 회복만이 한국교회가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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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본질과 연합의 가치 회복만이 한국교회가 살 길”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2.14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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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한국복음주의협의회 신임회장 이정익 목사

1981년 설립된 이래 매월 월례회로 한국교회의 주요 현안들을 짚고 연합과 일치를 위한 목소리를 내왔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15년간 한복협을 이끌었던 김명혁 목사에 이어 신촌성결교회 원로 이정익 목사가 신임회장에 취임했다.

이 목사는 한복협이 지켜나가고 있는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기존 강점들을 살리는 동시에 사회 문제에 까지 지경을 넓혀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목사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희망나눔재단을 찾아 한복협을 이끌어갈 구상과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한 방안들에 대해 들어봤다.

일시 : 2018년 1월 19일
장소 :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실
대담 : 이석훈 편집국장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신임회장에 취임한 이정익 목사는 '복음주의' 협의회가 아닌 '복음적' 협의회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에 선출되심을 축하드립니다. 2018년을 맞이한 소감과 함께 새해 바람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부족한 종을 이 자리로 불러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교회를 이끌고 신앙의 모범을 보여온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한복협은 신앙문제와 기독교의식 등 광범위한 기독교 주제들을 다뤄왔습니다. 모임은 작지만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그동안도 너무 잘해왔지만 새해에는 조금씩 지경을 넓혀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총회에서 한국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는 이때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해야 할 역할이 매우 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교회가 놓쳐서는 안 될 가치들을 붙잡아야 하는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국교회의 위기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위기는 교회의 내부와 외부에 모두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분열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와 함께 기독교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외부적 위기를 맞았습니다. 사회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점 교회가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장치가 없습니다.

이때 한복협의 역할은 한국교회의 혼돈, 신학의 혼돈 속에 기독교가 흔들리지 않도록 바로 잡는 것입니다. 교회가 잃어버려서는 안 될 복음의 가치와 연합의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바른 신앙과 바른 연합만이 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길입니다.

한복협은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지난 1981년 출발했습니다. 한경직 목사님, 정진경 목사님, 김준곤 목사님과 같은 어르신들이 그 주역이었습니다. 근래에는 소강상태에 있지만 한복협은 조용한 단체가 아닙니다. 정부가 주일에 시험을 열 때 강력히 저항했고 사경회를 통해 성결한 신앙과 성결한 삶을 외쳤습니다.

북한 결핵 퇴치 운동도 전개해 왔고 조선족 고아 150명을 지금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에는 선교사도 파송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발굴하기보다 한복협이 원래 잘해왔던 일, 그리고 한복협이 해야 할 일에 주목하고 강화하겠습니다.

다만 신진인사들을 영입해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지금의 한복협은 무거운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젊은 중견 목회자들을 부회장단과 중앙위원으로 영입 중에 있습니다. 곧 개최될 2월 월례회에서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한복협이 복음주의에 한정된 주제를 다뤄왔다고 봅니다. 이제 교회와 사회를 아우르는 현안들에까지 관심을 넓히기 위한 구상은 어떻게 되는지요?

복음은 기독교의 본질이지만 복음주의라고 하면 협소해집니다. 신학이든 사상이든 주의가 들어가면 고집이 생기고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복음주의협의회다 보니 자유로운 영역에 대해 거부감이 큽니다. 반대로 자유진영에서는 한복협에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제 한복협은 복음주의협의회보다 복음적협의회가 돼야 합니다.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월례회 시즌마다 그때 이슈가 되는 사안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신앙적인 주제는 물론 사회적인 주제들, 문제가 되는 이슈들에 주목할 것입니다. 동성애나 페미니즘, 알파고와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도 한복협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주제들이 다뤄져야 합니다. 그동안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범위를 넓혀나가면 건전하면서도 시대를 아우르는 한복협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1년 치 월례회 주제들을 미리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이슈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고 사회적 이슈에 기독교적 관점과 혜안을 제시하는 한복협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계기로 한국교회 갱신에 대한 염원이 한 해 동안 컸습니다. 기대만큼 이룬 것도 있고, 아쉬움도 적지 않은데요,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종교개혁을 앞두고 한국교회에서 기대가 컸습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들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500주년이 지나가니 기대해 비해 조금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500주년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 역사의 마디입니다. 세미나 한 번, 행사 한 번 더 개최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고 나면 끝나고 잊혀질 일이 아니라 500주년이 지나고도 살아남을 일을 기획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만약 한국교회가 함께 500년 전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듯 오늘 다시 되새겨야 할 개혁과제 95개 조항을 공동으로 선언했다면 성도들이 바라볼 이정표가 됐으리라 봅니다. 그랬다면 막연하게 외쳤던 개혁과제들을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말과 허공에 떠도는 외침으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의미한 성찰과 개혁 없이 행사로만 지나가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복협에서라도 종교개혁 정신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싶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연합활동도 많이 하신 것으로 압니다. 최근 한국교회 안에 연합기관들의 하나됨에 대한 목소리가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목사님의 방안과 한복협의 역할이 있다면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서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나서면 연합이 어렵습니다. 자신이 뭘 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지도력이 약화됩니다. 지금 연합기관이 힘을 잃고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하겠다고 나서는데 검증받지 못한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연합기관장이 되도 한국교회가 공적으로 인정하는 지도력이 되지 못합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지금 연합기관장이 되고자 하는 분들은 크게 재정능력이 있거나 교단 정치에 힘쓰는 분들로 나뉩니다. 이런 2가지 조건으로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한교총의 출범으로 결국 제4의 연합기관이 탄생했습니다. 이것은 놓지 못하는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들이 가질 줄은 아는데 놓지 못하니 한국교회가 하나 되지 못합니다. 한복협 또한 그런 부분에 있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2018년도에도 평창올림픽을 비롯한 큰 행사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민들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이렇게 조그만 나라에서 메이저 스포츠대회를 모두 유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입니다.

게다가 기독교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통계학적으로는 한 집단의 3~4%만 되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만 이룬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복협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교회에 필요한 주제, 한국교회가 바라봐야 할 주제들을 다룰 것입니다. 한복협의 건설적인 논의들이 아침 월례회 발제로 끝나지 않고 파급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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