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심정에서 본 ‘부동산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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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심정에서 본 ‘부동산투기’
  • 김덕영 사무처장
  • 승인 2018.02.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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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사무처장/희년함께

“집과 땅을 계속 사들여 다른 사람이 살 공간도 남기지 않고 혼자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일견 사유재산제를 부정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막시즘에 경도된 좌파 사상가가 대중을 선동하는 말로도 들린다. 아니다. 공평과 정의가 깨어진 이스라엘 사회를 하나님의 심정으로 경고한 예언자 이사야의 말이다.(이사야 5장 8절) 왜 이토록 이사야는 강력하게 집과 땅을 자신의 부의 증식 수단으로 삼는 자들에게 저주를 퍼부었을까.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부동산 투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고대사회에서부터 집과 땅을 선점하여 부를 독차지하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첨단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금융을 통해서 더 가속화되었고 그 파장이 더 커졌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또는 너도 나도 자산을 증식하는데 나만 뒤쳐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집과 땅을 사기 시작한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중요한 사회 심리적 환경이다. 

이 환경에서 가장 기쁜 사람은 먼저 집과 땅을 선점한 상층부 사람들이다. 집과 땅을 가지고만 있는데 자신의 부는 점점 늘어나고 늘어난 여유자금으로 더 많은 부동산을 사들인다. 이 추세를 따라가고자 애를 쓰는 중산층은 무리한 대출을 끼고 집을 사다가 ‘하우스푸어’ 신세가 되기도 한다. 집과 땅이 없는 청년들은 어떠한가. 평당 주거비가 가장 높은 고시원 월세자금을 감당하며 취업준비를 하다가 그마저도 쉽지 않아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집과 땅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생존권이 달린 것이 주거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거주의 공간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 누가 먼저 차지할 것인가의 경쟁을 하고 있다. 

묻고 싶다. 이것이 그토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의 원칙에 따라 아름답게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인가. 물론 아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상의 주춧돌을 놓은 자유주의 학자들인 존 로크, 애덤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밀턴 프리드먼 역시도 이런 이유로 토지에 대한 절대적·배타적 소유권을 반대했다.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이나, ‘토지보유세’가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이념의 잣대가 아닌, 사상의 잣대도 아닌 오직 하나님의 심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심정에 기대어 우리는 현재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가. 어려운 말이 아니다. 지금 내가 나의 자식을 위해 자산 증식 수단으로 집과 땅을 매입하는 동안 무주택자 44%의 이웃은 급등하는 전·월세 압박에 가슴이 조여 온다. 

이 깊은 상관관계를 하나님과 예언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공동체와 관계가 깨어져 이웃의 절절한 아픔이 우리에게 깊이 다가오지 않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집과 땅을 투기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악한 세대에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은 어떤 삶과 문화로 대안을 보여주고 있는가. 혹시 우리의 모습은 세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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