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과거에서 보내온 한국교회 향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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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과거에서 보내온 한국교회 향한 과제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2.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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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긴기획]역대 통계로 살펴본 한국교회 변화상
설문조사로 보는 ‘차세대 리더십’ 변천사

창간 1주년 설문에서 나타난 ‘아웃사이더’…‘가나안성도’ 됐나
신앙에 자부심 컸던 30년 전 성도들…교회 신뢰도 회복해야
구태의연함 벗고 사회참여 확대하여 이타적 교회 모습 갖춰야

 

▲ 지난 1989년 나온 창간 1주년 기념호. 본지는 이때 설문조사를 통해 교인들의 의식구조를 살펴봤다.

기독교연합신문은 1989년 2월 5일 창간 1주년을 맞아 남녀 기독교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를 분석한 기사에는 ‘크리스천들 성경 예배 때만 본다’는 헤드라인이 달렸다. 성경을 읽지 않는 크리스천들의 행태에 문제의식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기자의 눈에 들어온 문장은 “교회 안의 ‘아웃사이더’를 수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대목과 “교회가 개인의 구원을 넘어 사회 구원을 위해 애써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자료 조사를 위해 당시 나온 신문들을 뒤져보며 든 생각은 “어라? 이게 30년 전 이야기야?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네”하는 것이었다. 30년 전에 제기되던 문제가 바로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연합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최근 교계에서 발표된 설문조사와의 비교를 통해 30년 전 과거에서 보내온 한국교회를 향한 과제를 담아봤다.
 

아웃사이더? 이제는 가나안 성도
당시 조사에서 ‘교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가’에 대해 묻자, ‘그렇다’가 50.8%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천 명의 남녀 기독교인 가운데 11%가 ‘아니다’, 38.1%가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절반 가까운 이들이 예배만 참석하는 교인이거나 방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회의 모든 활동 중 ‘주일예배만 참석한다’가 31.3%였고, ‘빠짐없이 참석한다’가 20.3%, ‘거의 참석 안 한다’가 43.8%로 나타났다. ‘잘 참석을 안 한다’도 4.7%나 있었다. 

당시 본지는 주일예배만 참석하는 비율이 10명중 3명이 넘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회 프로그램에 잘 참석하지 않는 4.7%의 ‘아웃사이더’에 대한 의식변화 및 수용이 교회발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아웃사이더가 문제가 아니다. 일명 ‘가나안 성도’문제가 심각한 과제로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개신교인의 교회 출석과 관련해서는 ‘주일에 직장 모임에서 가는 야유회 등에 참석해 본 일이 있는가’를 묻는 정도였다. 41%가 “가끔 주일을 범한다”고 답한 것을 심각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주일성수는 크리스천이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로 여겨졌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199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조사’에서는 ‘개신교인의 교회 출석’ 여부를 조사 때마다 묻고 있는데, 1998년 11.7%였던 비출석 교인이 2004년에는 11.6%, 2012년에는 10.5%로 유지돼 오다 2017년 23.3%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조성돈 교수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는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너무나 급격한 증가는 불출석교인의 경향이 빠르게 진행될 단초가 아닌가 싶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잃어버린 ‘기독교인 자부심’ 아쉽다

아쉬운 점은 29년 전 본지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아웃사이더’ 교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가 미처 해결되지 못한 채 ‘가나인교인’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도 든다. 불출석교인들이 밝힌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그 짐작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얽매이기 싫어서’가 44.1%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과 그에 따른 개인주의의 증가 및 탈종교화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는 하지만, 교회가 세상의 변화 앞에 너무 무력하게 휩쓸리는 모습은 아닌지 되짚어 볼 대목이다.

또 한 가지 아쉬움은 ‘목회자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어서’ 라는 응답이 14.4%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29년 전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자신의 소속된 교회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70.9%가 ‘그렇다(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고 답했는데, ‘그저 그렇다’는 20.9%, ‘아니다’는 4.8%에 불과했다. 

소속 교회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곧 한국교회 목회자에 대한 이미지는 아니겠지만 두 항목이 상반된 것이라고 보기도 무리가 있다. 더욱이 목회자나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기독교인으로서 자부심과도 직결된다. 29년 전 조사에서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는가’라는 질문에는 87.7%가 ‘밝힌다’고 응답했다. 당시 성도들은 전반적으로 자신의 종교를 밝히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고 떳떳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앙생활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날 세상이 기독교를 일컬어 ‘개독’이라 부를 만큼 교회의 신뢰도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타적 교회’에 대한 요구 ‘여전‘

가나안교인들이 ‘교회 불출석’의 이유로 ‘교인들이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어서’(11.2%)를 꼽은 것도 간과할 수 없다. 29년 전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교회 내 개선점’을 묻는 질문에 40.3%가 ‘봉사 구제 등 사회참여 확대’를 꼽았다. ‘한국교회가 사명을 다 하고 있다고 느끼는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그렇다’는 4.7%에 불과했다. 

당시 본지는 “비기독교인과 일반 사회단체에서 부정적 시각으로 한국교회를 보는 것에 비해 교인들 역시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전반적 체질개선과 바른 위상정립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사회참여를 보다 확대하고 예배와 교육프로그램도 구태의연한 자세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같은 요구는 2018년 현재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조사’에서는 무종교인을 대상으로 ‘개신교 이미지 평가’를 요구했는데, ‘교세 확장 치중’이 69.8%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헌금 강요’가 68.7%로 2위, ‘비신자 냉대’가 45.3%로 3위를 차지했다. 비개신교인들은 ‘한국교회의 사회에서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도 79.3%가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세상이 교회를 평가할 때는 복음의 진리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언행을 통해 해석된 복음을 본다. 세상이 개신교의 하나님을 함부로 말할 수 있다면 그 원인은 주로 교회 내에 있을 것”이라는 고려대 배종석 교수(경영학,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홍정길 김동호 오정현으로 이어지는 '차세대' 계보…현재는 누구?

기독교연합신문이 세상에 나온 뒤 6년이 지난 1994년, 본지는 창간을 기념해, 서울시내 목회자 282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한국교회 지도자 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1세기를 맞아 교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에 대해 일선의 목회자들이 어떤 기대치를 갖는지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후 15주년과 20주년 창간호에도 동일한 조사를 실시해 한국교회가 주목하는 차세대 지도자가 누구인지 점검해 왔다.

첫 번째 조사가 진행된 1994년에는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가 ‘차세대 한국기독교지도자’로 꼽혔다. 홍 목사는 19.2%의 지지를 받았는데, 응답자들은 ‘섬김의 자세와 겸손’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이밖에 △순수함 △포용적이며 개방적 △인격의 감화를 줌 등도 선정 배경으로 꼽혔다.

2위인 고 옥한흠 목사(당시 사랑의교회 담임, 13.4%)에 대해서도 △헌신적이며 권위가 있음 △복음적인 순수신앙교육을 함 등을 꼽았다. 이밖에 3위 곽선희 목사(소망교회 원로, 8.1%), 4위 고 하용조 목사(당시 온누리교회 담임, 7.0%) 5위 김진홍 목사(두레교회 원로, 6.4%) 등의 순이었다.

당시 본지 조사에서는 ‘차세대 지도자의 주요자질’로 △61.2%가 투철한 사명의식 △51.2%가 영적인 지도력을 선택해, ‘사명의식에 기초한 영적인 지도자’에 대한 선호가 나타났다.

두 번째 조사가 진행된 2003년에는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가 1위(17.4%), 전병욱 목사(당시 삼일교회, 8.3%)가 2위,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 5.5%)가 3위,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담임, 5.2%)가 4위,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 3.8%)가 5위에 올랐다.

본지는 이결과를 두고 도덕성을 겸비한 ‘개혁성향 인물’의 약진으로 평가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명단에 오른 목회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후 한국교회 구설수의 중심이 됐다는 점이다.

창간 20주년인 2008년에는 오정현 목사가 1위를 차지했다. 오 목사는 무려 29.0%의 지지를 받았는데, 선택 이유로는 ‘영성’이 꼽혔다. 오 목사는 특히 2차 조사에서 5.2%의 지지로 4위에 머물렀다가 5년 뒤인 3차 조사에서 지지도가 4배 이상 상승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시기상 오 목사가 남가주 사랑의교회에서 시무하다가 고 옥한흠 목사의 후임으로 사랑의교회에 청빙되면서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지를 한 몸에 받은 것이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본지에서는 해당 설문조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목회자들을 두고 순위를 매기는 것이 성경적이지 않다는 지적 때문도 있었지만, 세대교체 과정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할만한 뚜렷한 인물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한 몫을 했다.

‘2017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조사’에서도 ‘역대 한국교회 목회자 중 가장 존경하는 이가 누구냐’를 묻는 질문에 ‘옥한흠’, ‘한경직’ ,‘하용조’ 등 고인이 된 목회자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반면 생존해 있는 목회자 가운데에서는 원로인 ‘조용기 목사’와 ‘장경동 목사’ 외에는 두각을 나타내는 이가 없었다.

다만 근래 발표된 각종 설문조사에서 분당 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와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 꿈의교회 김학중 목사 등이 거론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개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차세대 지도자의 등장이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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