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문제, 동정이 아닌 기업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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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문제, 동정이 아닌 기업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싶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8.01.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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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주년 특별기획]꿈꾸는 청년의사 닥터노아 치과 박근우 대표

“모든 칫솔회사가 플라스틱칫솔이 아닌, 대나무칫솔을 생산하는 것이 저의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소셜벤쳐 기업가’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 사업 구조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치과의사라면 흔히 연상되는 딱딱한 말투나 흰 가운이 아닌, 중절모를 쓴 채로 사회적기업과 가치에 대해 말하는 그의 눈이 반짝인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북창동의 닥터노아치과의원에서 만난 박근우 대표(42·백주년기념교회 출석)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빈곤위기에 놓인 지구촌 이웃들과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적인’ 의료를 시행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 닥터노아치과 박근우 대표는 “빈곤의 문제를 동정이 아닌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대나무칫솔’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의사로서 자신이 가진 재능과 달란트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용하길 원한 그는 빈곤국가의 지속가능한 경제창출을 목표로 대나무칫솔을 개발했으며, 다양한 사회적기업 활동을 벌이며 이웃과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일에 힘쓰고 있다. 

‘따뜻한’ 동네의원을 꿈꾸며 시작  

박 대표는 “좋은 의사라면, ‘질병’에 대한 관심보다 ‘사람’ 그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간적인 의료관계를 회복하는 따뜻한 의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자원으로,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아열대계절풍기후를 중심으로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빈곤국가의 지역주민들이 대나무를 활용해 수익을 얻기란 쉽지 않다. 박 대표는 “플라스틱 사용률이 높아지면서 대나무를 잘라 팔아도 수익이 너무 적고, 더 이상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게 됐다. 그러나 칫솔의 일반적 재료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유한 자원인 석유로부터 추출되고, 생산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더욱이 썩지도 않아 환경의 파괴가 크다”고 설명했다.

1년 동안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칫솔의 개수는 약 120억 개다. 한 해 21만 6천여 톤의 플라스틱칫솔이 분해되지 않은 채 땅에 매립되고 있으며, 이중 약 4만 5천 톤이 바다로 유입된다. 그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까지 오염된 환경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폭력이 되어 우리 삶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닥터노아치과의원의 벽면에는 세계 빈곤지도가 붙여져 있다. 대나무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아열대계절풍기후를 중심으로 풍부하게 존재한다.

사업구조 점차 바뀌는 것 꿈꿔

의사로 충분히 안정된 생활할 수 있었던 그가 굳이 먼 저개발국가의 지속가능한 경제창출을 목표로 대나무칫솔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박 대표는 “2007년 교회에서 스리랑카에 의료봉사를 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열악한 의료환경에 놓인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봉사하면서 이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실제로 목격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돕는 데서 오는 큰 감동을 경험하다보니 의료봉사를 계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박 대표는 스리랑카, 인도, 캄보디아, 네팔, 우간다 등 다양한 빈곤국가에 방문해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단기의료봉사의 한계를 경험한 그는 일회적인 도움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창출을 일으켜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궁극적으로 그의 목표는 빈곤국가 주민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사업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일종의 ‘공정무역’처럼 윤리적이면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운동이 전개됨으로써 전 지구적 차원에서 대나무칫솔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많아져 전 세계의 사업구조가 변화되길 기대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저개발국가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을 살리는 ‘윈-윈’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근우 대표가 개발한 대나무칫솔.

‘닥터노아’는 세계 최초로 대나무칫솔 전용 자동 식모기를 개발해 노동비용과 불량률을 감소시키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또 오는 2019년까지 베트남 탕호아 랑찬지역에 대나무칫솔공장을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대나무칫솔의 강점은 품질도 좋고, 가격도 좋으며 디자인도 예쁘다는 것”이라며,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천연 식물성 오일로 코팅해 대나무의 수분흡수를 막고 세균증식을 방지해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아’와 같은 개척자의 마음으로

흔히 치과진료하면 너무 비싸고, 치과의사는 못미더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닥터노아치과의원은 사회적 약자 등에게 지속가능한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인간적인 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밖에 그는 국내 위기아동과 탈북민 청소년, 종교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 구금된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좋은 의사라면 ‘질병’에 대한 관심보다 ‘사람’ 그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라며, “예수님은 항상 소외된 사람들, 질병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했다. 제가 가진 달란트를 활용해 예수님의 삶을 실천하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닥터노아치과 대표 외에도 그는 ‘(주)프로젝트 노아’의 대표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 프로젝트 노아는 ‘세상 속 선한 메시지들을 다양한 형태로 유통해 보자’라는 취지로 박 원장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팀이다. 현재 스페이스노아를 포함, 노아 시민대학과 인디출판 노아 등 9개 팀으로 꾸려져 있다. 닥터노아치과 건물 3,4층에 ‘스페이스노아’라는 공간을 만들어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예비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창업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페이스노아’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사회혁신가들이 한 달 커피값 정도에 사무실을 빌리고 집기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건물의 임대료와 월세를 절약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초기자본이 없는 청년들의 창업을 위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이색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유흥업소 일대인 북창동에 청년혁신가들을 위한 공간이 세워지니 주변 분위기도 밝고 활력이 넘쳐졌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영국 사회혁신가들의 ‘허브’모델처럼 창조는 코워킹(협력)에서 생겨난다는 것에 기인됐다. 청년들이 아이디어와 열정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빈곤과 환경, 사회문제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은 신앙적인 배경이 큰 원동력이 됐다. ‘닥터노아’라는 이름도 여기서 출발했다. 당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묵묵히 구원의 방주를 만들었던 성경 속 노아처럼, 빈곤문제가 세계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인식 속에 묵묵히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노아를 ‘미래를 준비하는 미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인데, 이들을 방치하면 결국 우리의 삶도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대 우리가 바로 노아가 되는 프로젝트, 이 시대를 찾아서 돕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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