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음식과 영적 말씀을 먹이는 선교센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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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음식과 영적 말씀을 먹이는 선교센터의 꿈"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01.17 1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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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는 컵밥을, 한 손에는 복음을...북향민 위해 컵밥집 운영하는 김디모데 목사

숙명여대 정문에서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조그마한 컵밥집 ‘아리랑노점 숙대점’이 나온다. 대학생들이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컵밥이 인기라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방문해본 것은 처음이다. 매장에서 10분 남짓 지켜본 결과 오후 3시가 가까워오는 데도 숙대생들이 계속해서 드나들었다. 여대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인 듯했다.

사실 이 점포의 점장은 목회자이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작년에 목사안수를 받은 김디모데(김승근) 목사가 2명의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가게 운영의 목적이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아르바이트생 2명은 북한 출신 청년들로 이곳에서 요리를 배우고 점포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 15일 점포를 방문했을 때는 김디모데 목사는 혼자 손님들을 위해 컵밥을 만들고 있었다. 매장 한켠에 앉아 있는 청년에게 계속해서 오가며 무언가 상담도 하고 있었다. 잠시 김 목사가 컵밥을 만드는 사이 청년과 대화를 나눠보니, 올해 서른이 된다는 이 청년은 2004년 남한에 온 탈북민 출신이다. 조만간 경희대 근처에 컵밥집을 열기 위해 김 목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날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마이크로크레딧에서 자금을 대출받기 위한 여러 종류의 서류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만난 것이었다. 점포 창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나누는 사이, 김디모데 목사가 요리하는 곳으로 들어가 청년과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갑자기 기자를 불렀다. 같이 기도하자는 것이었다. 함께 찬양을 한 곡 부르고, 청년의 창업 성공과 신앙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김 목사의 기도에는 진심이 묻어났고, 깊은 울림이 있었다.

청년이 떠나고 매장에 있던 손님들이 나가자 휴식시간이 시작됐다. 그리고 컵밥집을 운영하는 김 목사의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김디모데 목사가 창업 준비 중인 북향민 청년과 상담하고 있다.

기도 중 발견한 통일사역 비전
김디모데 목사가 예수를 만난 것은 대학 수능시험을 끝난 직후였다. 북한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가 늘 성경을 보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교회에 나가본 것이 계기였다. 대학에서 선교단체 활동을 하면서 믿음이 깊어졌고,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후 2007년 기도 중 북한과 통일사역을 위한 비전을 발견했다.

김 목사는 곧장 그해부터 탈북민들을 위한 ‘정착도우미’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정착도우미는 통일부 산하 지역의 하나센터에 소속돼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정착할 때 적응을 돕는 봉사자이다. 김 목사는 탈북민들을 만나 핸드폰 사용부터 쇼핑, 의료기관, 공공기관 이용방법 등 하나하나 교육하면서 탈북민들과 깊은 유대를 맺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 하나님이 주신 비전에 대한 확신도 더 커져갔다고 고백한다.

“10년 동안 북향민들을 도우면서 200여명 북한 출신들과 교류하고 만나왔습니다. 이 분들에게 특히 필요한 것이 사회적응과 함께 경제적 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북에서 공장을 운영해본 분이 남한에서는 경험을 살리지 못합니다. 면접을 수차례 데리고 다녀도 쉽지 않습니다. 컵밥집은 북한 출신 청년들에게 초점을 두고 그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편입니다”

2016년 3월 컵밥집을 시작해 지금까지 거쳐 간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면 결과로 돌아온다는 경험을 했다. 학기 중에는 하루 350개의 컵밥이 팔려나간다. 시작 첫해부터 가맹점 가운데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첫 해 매출이 1억 5천만원, 순익 3천 5백만원을 거뒀다. 은혜 중 1억원을 투자해준 분에게 1천만원을 갚고, 북향민 등 후원을 위해 5백만원을 사용했다.

지금도 매월 북한 사역을 위해 30만원씩 후원하고 있고, 인근 중학교 내 소년소녀가장에게 컵밥이용권도 전달한다. 북향민 출신 아내가 후원하고 있는 선양하나재단을 통해 북한신발공장에도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 김디모데 목사와 박예영 전도사는 남남북녀 부부로 연을 맺고 ‘통일비전’을 바라보며 사역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일터사역을 넘어 말씀사역까지
김승근 목사의 부인 박예영 전도사는 북한에서 홀로 탈북했다. 2008년 제1회 통일비전캠프 강사였던 박 전도사를 보고는 6살 연상에도 불구하고 좇아다녔던 김 목사는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부부는 이제 통일사역을 위해 한곳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다. 박 전도사는 미국 웨슬리신학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현재 김 목사는 백석대 신대원에 다니면서 2014년 북한 출신들도 편하게 출석할 수 있는 교회를 개척했다. 북향민도, 교회도 준비가 안 돼 적응에 실패한 사례를 자주 목격하면서 부족하지만 신학생 때부터 과감히 교회 개척에 도전했다.

백석대 신대원장을 역임한 홍인규 교수에게서 배운 가정교회 모델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서울 중계동에서 살던 집에서 10여명 정도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면서,컵밥집 사역까지 겸하게 됐다. 지금은 숙명여대 근처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목양에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김 목사는 곧 새로운 가정교회를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터사역을 한다면서 그의 목양사역이 끊긴 것은 아니다.

김 목사는 생터성경사역원(대표:이애실 사모)이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오랫동안 수강하고, 성경교육 전문강사로 북향민들에게 꾸준히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학기부터는 숙명여대 학생들과 구약성경공부 13주 과정을 교내 예배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올해는 신약공부를 예정하고 있다.

“북향민들을 보면 일자리 문제 때문에 주일성수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일터지원 사역을 시작했고, 주일에 잠깐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 성경을 읽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삶 속에서 성경하고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김 목사는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북향민’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올 8월 첫 북향민 성경캠프 추진
이제 컵밥집이 문을 연지 2년이 지나면서 숙명여대 학생들은 이 곳이 조금 독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점포에는 기도문과 말씀이 걸려있고, 통일비전캠프 포스터가 붙여 있다.

특히 탄핵정국 당시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숙대생들을 위해 무료로 컵밥과 음료를 지원했던 사실이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감동받은 학생들이 더 많이 찾아왔고, 당시 예상됐던 경영 어려움까지 극복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인도하신 은혜라고 김 목사는 믿고 있다.

사실 김 목사는 사역과 학업을 동시에 감당하면서 경험했던 은혜가 컸다. 그 때문에 북향민들을 위한 섬김은 놓을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신대원을 다닐 때는 총회 기구에서 간사로 활동하면서 장학금 추천을 받았다. 교회 개척을 하면서 통일사역을 하는 제자를 스승인 교수들이 격려했다.

학비 마련을 위해 은행 청원경찰로 일할 때이다.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에서 갑자기 맡은 대표기도를 하고 내려왔을 때 은행을 자주 찾던  고객이 뒷자리에 있었다. 김 목사의 사역을 들은 그분이 다음날 곧바로 4백만원 학비를 후원해준 경험도 있다.

“학교와 교단, 성도들에게 받은 은혜가 너무나 큽니다. 생터성경사역원으로 성경공부 사역의 비전을 품게 된 것도 신대원 백석연수원에서 있었던 캠프에서 강의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감동이라며 마음을 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더 하나님께 의지하면서 사역을 해가야 합니다.”

김 목사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을 하면서 늘 꿈을 꾸는 것처럼 사역하고 있다. 생터성경사역원에서 북향민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올해 8월 북한 출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성경캠프를 처음 개최할 예정이다.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북한 관련 단체들을 만나 성경캠프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것이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기 때문이다.

“저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습니다. 성경캠프를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북향민들을 위한 성경교육과정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북향민 3만명 가운데 3천명이 성경강좌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 전에 300명이 말씀을 가르칠 수 있는 강사로 세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교센터가 되는 컵밥집이 전국 대학가에 50개가 세워지고, 통일 이후에는 북한 대학가에서 만들어져 건강한 먹을거리와 영적인 말씀을 먹이는 꿈이 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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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8-07-01 17:07:30
남북통일이 반드시 이어질겁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