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기는 극단적 물신주의와 한탕주의의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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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기는 극단적 물신주의와 한탕주의의 발로”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1.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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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상화폐 투기 열풍, 성경적 관점은?

초단위로 달라지는 시세, 한 번 투자하면 온 마음 빼앗겨
“월급만으론 집 못산다” 청년들의 자괴감, 투기 열풍으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어딜 가도 가상화폐가 화재다. 주변에서 ‘200만원을 1,000만원으로 불렸다더라’, ‘20대 초반 청년이 수십억을 벌었다더라’는 출처모를 소문이 쉬이 들려온다. 잠자코 시장을 관망하던 정부도 규제의 칼을 빼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 인구는 이제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도대체 가상화폐가 뭐길래 이렇게들 관심인걸까.

가상화폐는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다. ‘채굴’이라고 불리는 복잡한 컴퓨터 연산 과정을 거치면 획득 가능하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상품 거래나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획득한 가상화폐는 ‘가상화폐 지갑’ 프로그램을 통해 보관돼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한 상점, 쇼핑몰 등에서 자유롭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화폐는 이제 100종을 훌쩍 넘어섰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가상화폐를 통제하는 기관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화폐의 경우 한국은행과 같이 화폐를 발행하고 시가를 조절하는 기관이 있기 마련. 하지만 가상화폐는 사용자들의 유통에 의해 자유롭게 운영된다. 국경도 없고 휴일도 없다. 언제나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고 모든 거래 정보는 기록 시스템인 ‘블록체인’에 안전하게 기록된다.

지난 2010년 피자 한 판을 먹는데 1만 코인(41달러 상당)이 필요했던 비트코인은 이제 1코인에 2,000만 원선을 넘나든다.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만한 성장이다. 문제는 가상화폐의 가격상승이 투기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가상화폐는 미래의 새로운 거래수단이라기보다 일확천금을 가져다 줄 신분상승의 동아줄에 가깝다.

가상화폐 투기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각하다. 화폐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가상화폐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인구 6분의 1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의 원화 거래액이 기축통화인 달러 거래액보다 많을 정도다.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은 해외시세의 2~30%를 웃돈다. 가상화폐 전 세계 7000여 거래소의 가격을 반영해 국제시세를 공표하는 코인마켓캡이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국제시세에서 제외시키는 웃지 못할 코미디까지 벌어졌다.

한탕주의 투기문화는 크리스천들까지 잠식했다.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OOO 목사가 비트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소문이 나돈다. 크리스천 청년들 또한 너 나 할 것 없이 무분별하게 가상화폐 투기에 뛰어들었다. 이제 가상화폐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가상화폐 투기를 바라보는 크리스천의 관점은 어떠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가상화폐 투기는 극단적 물신주의”
기독경영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박철 교수(고려대 경영학부)는 “크리스천이라면 무조건 발을 들이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가상화폐 투기는 돈 그 자체에 이끌려 물질을 벌겠다는 목적 외에 다른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먼저 가상화폐의 성질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화폐는 금이나 조개껍데기처럼 그 자체로 가치가 있거나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가상화폐의 경우 채굴양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은 있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보증해줄 공인기관도 존재하지 않는다. 박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실체가 없는 ‘암호 덩어리’에 불과하다.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는 극단적 물신주의의 전형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주식 투자는 적어도 전망이 밝고 건전한 회사에 자금을 제공해 성장을 돕는다는 명분이라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가상화폐 투기는 오로지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겠다는 일념 하나밖에 없다”며 “크리스천에게 전형적인 맘몬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 투기를 시작하면 온통 그곳에 마음을 뺏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가상화폐의 경우 통용과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져 시세가 초단위로 달라진다. 일정시간이 되면 종료되는 주식시장과는 달리 24시간 거래가 이뤄진다. 그렇다보니 한 번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들이면 하루 종일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박 교수는 “조금만 많이 투자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다. 완전히 마음을 뺏긴다. 기도도 하지 않고 말씀도 읽지 않는다”면서 “성경은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질을 벌기 위해 온 마음이 쏠려 있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시겠나”라고 꼬집었다.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어마어마한 전력량도 크리스천이라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기는 ‘가상화폐라는 금을 캐는데 사용되는 연료’라고 불린다. 현재 가상화폐 중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채굴하는데 사용되는 전 세계 전력량은 19.23TWh(테라와트시). 이는 1700만 인구의 시리아 총 전력소비량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우리나라 역시 강원도에 집중된 채굴장에서 전력소모가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진형 사무총장은 “전기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전력소모가 큰 채굴장이 환경에 무리가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평소 생활에 쓸 전기를 절약해도 모자란 나라에서 오로지 물질 증식만을 위해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모하는 것은 크리스천들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기 빠진 청년세대, 성경적 재정관 정립해야
가상화폐 투기의 또 다른 문제점은 2030 청년세대가 유독 투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통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투자자 중 2~30대 청년의 비율은 절반이 넘는 60%에 육박한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정직한 노동으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는 청년세대의 절망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청년들 사이의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디지털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지금의 청년세대가 가상화폐 접근성이 높은 것이 첫 번째 이유라면 현실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없고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라면서 “기술에 익숙한 세대와 빛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절망한 압박감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광풍”이라고 분석했다.

장 목사는 또 “학생들이 장래희망으로 건물주를 꿈꾸는 시대적 풍조와도 맞물린다. 대학생들이 등록금까지 빼돌려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뉴스도 들었다”면서 “정부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투기 열풍을 통제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선일 교수(실천신학)는 열심히 일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답답한 삶을 벗어나고자 탈출구로 삼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크리스천 청년이라면 미래와 재정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 미래를 하나님께 신뢰하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도박에 가까운 한탕을 기대한다면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문제”라면서 “세상 풍조를 따르기보다 선한 일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걸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경적 재정관을 강조한 김 교수는 “땀 흘려 일함으로 돈을 벌고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 성경에서 일관되게 말하는 원칙”이라면서 “적정한 소비규모를 하나님 앞에 결단하고 성경적 재정원칙을 세운다면 돈을 버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철 교수 역시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야 한다. 돈을 벌었다면 이웃을 사랑하고 낮은 곳에 흘려보내야 하며, 돈을 버는 과정 역시 공의롭고 정직해야 한다”며 “교회에 와서도 아파트 값을 얘기하고 물질로 복을 받아야 신앙 좋은 것처럼 여기는 물신주의가 근본적으로 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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