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함이란 시험을 가벼이 여기지 말자

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㉟ 노경실 작가l승인2018.01.11 09:47:26l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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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서가 장자권을 야곱에게 팔다, 마티아스 스톰. 17세기.

*창세기 25:29-30>야곱이 죽을 쑤었더니 에서가 들에서 돌아와서 심히 피곤하여, 야곱에게 이르되 내가 피곤하니 그 붉은 것을 내가 먹게 하라 한지라 그러므로 에서의 별명은 에돔이더라.

히브리서12:12-13>그러므로 피곤한 손과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너희 발을 위하여 곧은 길을 만들어 저는 다리로 하여금 어그러지지 않고 고침을 받게 하라.

지난 연말 친척 모임 때에 한 친척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60대 중반인 사촌언니는 교회의 찬양워십 멤버로 20년이 넘도록 헌신해오며 모든 삶의 일정이 교회 일정에 따라 움지이는 그야말로 ‘교회바라기’다. 그런데 이번에 들은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두 살 터울의 손자와 손녀를 돌보느라 주일 오전 예배 외에는 일절 교회 문턱도 못 밟고 있어. 예배도 제대로 못 드리고, 워십도 못하고, 목장 모임까지 참석 못하니까 너무 답답해서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도우미가 오긴 하지만 내가 애들만 달랑 맡기고 외출을 하기가 좀 그래. 요즘 세상이 하도 무서워서…”

아기를 맡긴 사촌 언니의 딸 부부는 전문직 종사자로 주일에도 미팅이나 모임으로 늘 바쁘다고 했다. 하긴 그 날 친척 모임에도 참석을 못 했으니… 그러자, 아내가 임신 중인 조카가 웃으며 말했다. “손주양육에서 탈출하는 비법을 알려줄게요. 이 비법은 무조건 아이 부모가 보는 데서 해야 합니다. 첫째, 걸레나 행주로 아이들 얼굴을 박박 닦아주기. 둘째, 밥이나 간식 먹일 때에 입으로 30번 꼭꼭 씹어서 아이들 입에 넣어주기. 마지막으로 한글 배우는 아이들은 욕받아쓰기 하기, 예를 들면… 지랄한다, 도둑, 죽을래, 뭐 이런 험한 말들을 받아쓰게 하는 거죠.”

조카의 말에 온 친척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사촌 언니만은 웃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랬다가는 내가 치매에 걸리거나 정신이 이상해진 줄 알고 나를 요양원이나 이상한 데로 보낼지 모르잖아. 정말 너무 피곤해. 일단은 몸이 피곤하니까 생각이란 걸 하는 자체가 안 돼. 멍해지고…이러다가 바보가 되는 게 아닐까? 믿음도 다 사라지는 것 같아. 목사님들은 걸레질하면서, 세탁기 돌리면서, 애들 재우면서 기도하라고 하지만 그 분들이 정말 나처럼 한 달만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어. 피곤해… 오늘도 어떻게 여길 나왔는줄 알아? 연말이라고 애들 뮤지컬 보여준다고 해서 겨우 올 수 있었던 거야.”

그렇다. 나는 사촌 언니의 말이 가벼이 들리지 않았다. ‘일단은 몸이 피곤하니까 생각이란 걸 하는 자체가 안 돼. 멍해지고…’ 에서가 생각났다. 에서는 야곱이 장자권을 훔친 것을 알았을 때, 거의 발작적인 몸부림을 쳤다. 사내 중의 사내인 에서가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펑펑 쏟으며, 발버둥을 쳤다. 얼마나 간절한 지, “내 아버지여, 아버지가 빌 복이 이 하나 뿐이리이까? 내 아버지여 내게 축복하소서. 내게도 그리하소서, 하고 소리를 높여 우니(창27:28)”를 읽을 때마다 나는 눈물이 핑 돌 정도다. 그것은 에서가 장자권을 평소에 그렇게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고, 무의미하게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성경은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김이었더라(창25:34)”라고 분명히 말하지만, 그 앞 장면을 보면 상황이 이해가 된다. 에서가 장자권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경거망동하게 언행을 할 때에 “피곤”이라는 말이 두 번이나 등장한다. “에서가 들에서 돌아와서 심히 피곤하여…(중략) 야곱에게 이르되 내가 피곤하니…”

만약 덜 배가 고프고 덜 피곤했으면 에서가 그렇게 쉽게 장자권을 포기했을까? 또한 에서가 장자권을 헌신짝처럼 여겼다면 그것을 빼앗은 상대를 그리 저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에서는 장자권의 힘과 권위를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에 동생을 죽일 계획을 세울 정도로 절망에 빠진 것이다.

모든 일에는 핑계거리나 변명의 사유, 또는 필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에서도 피곤하고 지쳤다는 이유를 대며 아버지에게 울며불며 하소연하고 애걸했지만 이미 아닌 것은 아닌 게 되어버렸다.

이제 2018년, 새해가 되면서 사람들은 지난 해가 힘들었던만큼 올해는 좀 잘 살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더 노력하고, 더 분주하고, 더 정신없이 살지 모른다. 그러나 주님 안에서의 확실한 삶의 목적이 세워지지 않는 노력과 열심과 분주함은 영육의 피곤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그리고 그 피곤은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지켜야 할 것을 너무나 가벼이 세상에 팔아버리는 우매함을 낳게 할 것이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배는 부르지만 통곡할 수 있다.

함께 기도

하나님, 물론 피곤함에도 선한 피곤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슨 종류의 피곤함이든 우리는 흙으로 된 약하디 약한 존재임을 잊지 말고, 겸손히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게 하소서. 그래서 주님이 주신 시간과 몸과 물질의 사용함에 있어 피곤함 대신 거룩함으로 승리하게 하소서. 또한 육의 배부름을 이길 줄 아는 영적 즐거움이 무언지 알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노경실 작가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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