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최후의 저항지에서 신앙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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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최후의 저항지에서 신앙을 선택하다
  • 김연희 목사
  • 승인 2018.01.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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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목사의 요르단 성지순례⑯ 맛사다

다음 코스는 맛사다였다. 엔게디 트래킹 후 유대 광야 끝자락에 있는 헤롯이 건축한 천혜의 요새 맛사다에 도착하였다. 

우리 성지 순례팀은 케이블을 타고 뱀문을 통과하여 올라갔다. 거기서 로마 10군단이 흙을 쌓아 맛사다 요새로 오려고 했던 그 침입로를 보았고 맛사다에 살았던 유대인들의 회당과 그들의 집과 가옥, 전쟁의 흔적인 돌폭탄 무더기들, 헤롯 대왕이 만들었던 목욕탕에도 들어가 보았다. 

맛사다 요새를 본 나는 특히 헤롯 대왕의 건축술에 대해 새삼 놀랐다. 자신의 권력을 가지고 목욕탕과 별장을 만든 그의 능력은 나중에 헤로디움을 볼 때 폭군의 노동 착취력이 얼마나 가혹한 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맛사다는 히브리어로 ‘요새’란 뜻이다. 사해 서편의 해발 450m의 천연적인 요새인 맛사다는 알렉산더왕(주전 103-76년)이 남쪽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처음으로 요새화 하였다. 그후 헤롯 대왕은 주전 43년에 맛사다를 차지해 유사시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주전 35년에 철벽같고 호화로운 요새를 건축했다. 

맛사다는 길이 600여미터, 폭 250여미터 넓이의 정상을 둘러싼 방벽과 방어탑이 있고, 식량창고, 물 저장고, 무기고, 대중목욕탕, 그리고 수영장이 딸린 별장 등 외부로부터 격리되어도 살아갈 수 있는 완벽한 시설이었다.

특히 가파른 언덕으로 둘러싸여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천연적인 요새인 맛사다는 그 구조나 기능에 있어서 놀랄만한 것이다. 주후 60년 제 1차유대인 반란시 열성 유대인들은 헤롯이 죽은 이후 이곳을 점령하고 있는 로마군으로부터 빼앗아 냈다. 

주후 70년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함으로서 1차 유대반란은 끝이 났다. 그러나 맛사다는 이후 3년간 열성 유대인들의 최후의 저항지로 남아있었다. 로마군들은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팔레스타인 땅에서의 마지막 보루인 맛사다를 점령하기로 결정했다. 

실바장군의 지휘아래 맛사다 주위에 15,000명의 로마 10군단이 8개의 진지를 치고 있었다. 

한편 맛사다 정상에는 어린아이들까지 967명의 유대인들이 버티고 있었다. 이에 로마군은 3년간의 포위공격 끝에 등성이를 쌓아 경사길을 만들어 맛사다 성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열성 유대인의 지도자인 엘리아살벤 야일은 이제 최후의 순간이 다가옴을 느끼게 되었다. 해가 진 그날 밤, 일단 로마군이 철수한 뒤 벤 야일은 967명의 가족들을 모아놓고 자유인으로서의 성스러운 죽음을 선택할 것을 선포했다. 

먼저 모든 곡식과 음식을 광장으로 가지고 나와 쌓았다. 굶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결심은 너무나 비장했다. 남자는 각자가 자기 가족들의 목숨을 끊었다. 이제 남자들만 남았을 때 이들 중에서 다시 열 사람을 제비 뽑아 남자들을 죽였다. 그리고는 다시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은 아홉을 죽이고 나서 건물에 불을 지르고 스스로 자결하였다. 유대인 군인들은 마지막 훈련코스로 이곳에서 선서식을 한다.“맛사다의 비극은 다시 없을 것이다!” (No more Masada!),

로마와의 전투 마지막 날 967명의 유대인이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며 비굴하게 오래 살기보다는 영혼의 자유함을 위해 자결하였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유대전쟁 최후의 비극의 격전지 맛사다에서 우리 역사의 계백장군의 황산벌 전투가 떠오르며 가슴 찡하였다. 그리고 영혼의 자유함 보다 더 소중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나는 과연 순교할 수 있는가? 하나님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고 내어 놓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 맛사다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또한 맛사다에서 죽음을 당한 죄 없는 어린이들과 여자들, 유대 독립을 위해 저항한 무수한 희생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얼마나 죄 없는 귀한 생명을 빼앗아 가는지….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가며 다시는 그러한 슬픔이 이 나라에 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보았다. 맛사다 정상에 휘날리는 이스라엘 국기 앞에서 우리의 작은 소원을 말없이 빌어보았다.                                  신생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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