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이혼을 말하다 (1522년)
상태바
루터, 이혼을 말하다 (1522년)
  • 주도홍 교수
  • 승인 2018.01.03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팩트 종교개혁사 ⑰ 주도홍 교수 / 백석대학교 부총장

루터는 결혼에 대하여 여러 곳에서 철저하게 성경에 근거하여 입장을 밝혔다. 그는 1519년 수도사로서 결혼에 대해 설교했으며, 1년 후 1520년 『교회의 바벨론 포로』라는 저술에서 결혼은 성례에 들 수 없음을 주장했고, 중세교회의 결혼관을 비판하였다. 바르트부르크에서 돌아온 그는 1522년 결혼 뿐 아니라, 이혼에 대한 입장도 명확히 밝혔는데, 누가 어떤 경우에 이혼할 수 있는지를 말하였다.

루터의 혼인에 관한 글은 무엇보다도 당시 엄한 중세교회법을 염두에 둔 법률사적 전환의 의미를 가지며, 문화사적, 사회사적 의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루터의 결혼에 대한 입장은 중세교회와의 논쟁을 피할 수 없었는데, 그는 영혼의 목자로서 성도들의 메마르고 어그러진 양심의 문제를 바로 잡아주어야 했다. 루터는 옳은 성경 해석을 통하여 결혼에 대한 성도들의 비참한 양심을 해방하기를 원했다.

루터에게 부부생활이야말로 하나님이 세우시고 원하시는 축복된 삶이었다. 1525년 수녀 출신 카타리나 폰 보라(C. von Bora, 1499-1550)와 루터의 혼인이야말로 종교개혁의 실천이었다. 루터는 아내를 사랑했으며,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두었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 루터에게 중세교회의 결혼에 대한 교황의 법은 “부끄럽고 …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수치스러운 법으로 소름끼치리만큼 많은 오용”을 불러일으킨 악법이었다. 

루터는 먼저 세 가지 경우에 이혼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남자 쪽이든지 여자 쪽이든지 신체적 결함과 자연적 이유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때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라(창1:28)고 하신 말씀을 이룰 수 없는 경우로, 어머니 태로부터 고자 된 자, 사람이 만든 고자, 천국을 위하여 스스로 고자 된 자(마태19:10-12)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병든 경우 부부의무를 가지고 병 낫기를 위해 인내로써 신실하게 섬겨야 한다.

둘째, 부부 중 한 쪽이 음행을 한 경우이다. “이에 대해서 교황들은 침묵하였지만”, 루터는 마태복음 19:3-9를 근거로 음행을 저지르지 않은 죄 없는 자가 혼인을 파기하고 마음을 바꾸어 다시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터에게 모세의 율법에는 영적 법과 세상 법이 공존한다. 영적 법은 하나님의 의를 가르치는 것으로 사랑과 순종이 요구된다. 루터에게 있어 인간의 완악함 때문에 이혼증서를 주어 아내를 버리라는 말은 영적 통치를 받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법이 아니다. 당시 아내의 음행이 드러났을 때 살인까지를 포함한 잔인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에, 모세의 법은 차선책을 불신자에게 제시했다는 것이다.

루터는 상대의 음행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이 취할 수 있는 두 가지 행동을 마리아를 향한 요셉의 태도를 모델로 제시한다. 성경은 요셉의 태도를 의롭다 하는데, 요셉이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비밀리에 마리아와의 관계를 끊고자 했다는 것이다.(마태1:19) 한 쪽이 음행을 저질렀음에도, 잘못을 뉘우치고 거듭난 삶을 살고자 할 경우, 이를 숨기고 형제에게처럼 벌을 가하고 품는다. 게다가 요셉이 하려고 했던 것처럼, 가만히 끊어 떠나게 한다. “이 두 가지 징벌을 그리스도적 징벌로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만약 공개적으로 갈라지려면, 그래서 한 쪽이 마음을 바꾸어 다시 재혼할 수 있으려면, 세상 공권력에 의해 조사를 받은 후, 이혼증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상대의 음행은 모든 이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교회 공동체만 아는 가운데 헤어진다면, 세상 공권력은 이에 대해 더 이상 간섭할 수 없다.”

셋째, 고전 7:4절 이하를 근거로 이혼할 수 있는데, 아내가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며, 남편도 자기 몸을 아내가 주장한다는 말씀에 위배될 때이다. 루터는 이 본문 해석에서 강압이 아닌 서로를 향한 사랑을 전제로 해야 함을 강조한다. 루터가 이혼 사유를 추가하는데, 고전 7:10 이하와 전도서 7:26을 따라 “믿지 아니하는 자가 갈리거든 갈리게 하라”와 “마음은 올무와 그물 같고 손은 포승 같은 여인은 사망보다 더 쓰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내었도다.”에 근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