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예배는 획일화될 수 없다
상태바
역동적인 예배는 획일화될 수 없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7.12.28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환 교수,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에서 발표
▲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 2차 모임이 28일 성락성결교회에서 열렸다.

교회 갱신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예배의 본질 회복이 지목됐다. 28일 성락성결교회(담임:지형은 목사)가 주최한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종환 교수(실천신대 예배학)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 예배형태가 지나치게 대중화되고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다 역동적인 예배를 추구할 것을 당부했다.

박 교수는 먼저 “한국교회가 서구교회의 모델을 너무 성급하게 채용함으로써 그 열매의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경험하게 됐다”며 “전통과 권위가 부재하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가운데 문화가 가벼워지고 수천 년 기독교 역사의 깊이를 상실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갈 방향을 알지 못한 채 매우 간소화된 자칭 전통적인 예배와 열린 예배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예배의 미래는 교회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에 대안적인 미래의 예배 모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한국교회 예배의 문제점으로 △지나친 설교 중심 △예배예술의 부재 △감정의 인위적 조작 △침묵의 부재 △답을 주고 무리하게 적용하는 가르침 △예배공간의 그릇된 배치 등을 꼽았다.

 

▲ 박종환 교수는 이날 '현장 교회의 갱신을 위한 예배신학'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지나치게 청각 중심적인 한국교회

특히 “개혁주의 전통에 서 있던 한국 교계는 말씀을 중시하는 개혁주의 정신에 충실했으며 이는 설교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청각적’ 예배 형태로 이어졌다”며 “사람들은 설교를 통해 재정과 인간관계, 자녀교육 등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해결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고 응당 그래야 한다고 여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기독교 예배는 초기부터 ‘말씀의 예전’과 ‘성찬의 예전’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예배의 요소가 ‘언어’만이 아닌 상징성과 예술성, 몸을 움직이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 ‘성만찬’은 비음성적인 예배요소로서 기독교 예배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는 언어의 종교, 가르침의 종교, 설명과 이해의 종교로 변화했고, 이것이 한국교회에까지 이어졌다.

박 교수는 “성찬은 공동체의 영성을 체험하는 중요한 시간”이라며 “교회 형편과 변화의 속도에 따라 횟수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성찬을 드릴 것”을 제안했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의 예배형태가 지나치게 대중화되고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그는 “한국교회 예배에서 시각적 경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가 하나의 과제로 남아있다”며 “설교나 광고시간에 가장 세속적인 동영상이나 이미지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세속적 가치와 메시지를 재생산하면서 기독교의 전통과 깊이가 있는 성화는 이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시각의 문화를 우상으로 여기고 청각적 매개를 유일한 진리의 수단으로 인식한다. 볼 수 없는 하나님은 들을 수 있는 하나님으로만 다가오며 이는 종교개혁에서 이미지에 대한 청각의 우위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비음성적인 요소들은 차원들을 표현하고 나아가 인간의 이성 너머의 초월성을 지향하게 해준다. 음악을 비롯한 미적인 표현과 행위들, 청각, 시각과 후각을 비롯한 육체의 감각을 통해 예민하게 예배의 분위기와 정서를 형성하도록 각 교회에서 알맞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감정의 유도 자제해야

박 교수는 이날 “예배 인도자가 시도 때도 없이 기독교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태도”에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죄에 대해 탄식하며,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갖는 것은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라며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반응과 응답을 기대하는 한국교회의 강단은 기독교의 내러티브에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극단적인 감정의 유도가 기독교 복음의 소박함을 해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과잉된 웃음이나 울음으로 참여자를 자극하는 것은 매우 가식적이고 적절치 못한 행위다. 오히려 솔직하고 담백한 언어,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언어가 사람을 더 감동시키고 변화시킨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예배의 갱신은 하나의 신학자나 목회자의 생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며 “가장 이상적인 과정은 예배 위원회를 조직하고 그 구성원을 연령과 남녀 또는 교회의 직분과 상관없이 선출하여 그곳에서 정지하고 객관적인 평가 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의견을 다양하게 수집하고 그것을 기초로 새로운 예배를 기획하는 것은 지도자가 교체되는 목회의 전환기에 있는 교회에게는 좋은 시도가 될 수도 있다”고 첨언했다.

▲ 지형은 목사가 콜로키움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날 콜로키움에서는 박 교수 외에도 장신대 이상일 교수(교회음악학)가 ‘예배에서 음악의 올바른 사용’을 주제로 발제했다. 성락성결교회에서 열리는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은 지난 11월 30일 첫 번째 모임을 가졌으며, 2018년 1월 25일에 3차 모임을, 2월 22일에 4차 모임을 진행한다. ‘예배의 본질로, 교회의 갱신으로’를 주제로 하는 콜로키움은 예배 갱신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지형은 목사는 “복음은 변하지 않지만 이를 담아내는 그릇인 예배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갱신되어 왔다”며 “이번 콜로키움은 학문적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예배 현장, 특별히 성락성결교회의 예배 현장에서 논의를 구현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