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기만 해도 선교” … 형제상회의 향긋한 꿈

중국 운남성 김용은 선교사, 커피 달인 홍인호 목사와 합작
커피로 ‘사회적 경제’ 실현 …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복음 전해
손동준 기자l승인2017.12.27 14:36:37l수정2017.12.29 15:33l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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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은 목사(왼쪽)와 홍인호 목사가 로스팅 된 원두를 선보이고 있다.

형제상회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커피 볶는 향기에 아찔함이 느껴졌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와 한 가득 쌓인 포장을 보니 제법 ‘장사’가 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형제상회의 커피 ‘맛’을 담당하는 홍인호 목사가 커피 볶는 기계 앞에서 씨름할 동안,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김용은 목사는 완성된 상품을 포장해 전국의 거래처로 보내느라 손발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지난 5월 첫 발을 뗀 형제상회는 카페교회 10년차이자 ‘커피 맛’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도가 텄다’는 홍 목사와 ‘사회적 경제’를 모토로 산지에서 커피를 직접 생산하는 김용은 목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작한 회사다.

감리교 교단파송 선교사인 김용은 목사는 중국에서 소수민족 사람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통해 사역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동 착취형 농작물인 면화나 차, 커피 등을 생산하고 그 수익을 농부들에게 돌려주는 게 그의 주요한 사역이다. 

이를 통해 선교지와 지역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고, 자연스럽게 복음이 전해진다. 사역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현지인들에게 사역을 이양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한다. 김 목사는 네팔과 중국의 신장 위구르에서 이런 일들을 해왔고 지금은 운남성으로 사역지를 옮겼다. 

한 시간 가량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홍 목사의 로스팅은 계속됐고, 김 목사는 포장에 여념이 없었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인터뷰는 커피처럼 맛있게 익어갔다. 남이 잘돼야 나도 먹고 사는 ‘형제 상회’의 깊고 맛깔 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100년 넘는 운남성 커피 역사

형제상회의 상품들은 운남성에서 직접 생산한 커피를 기본으로 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운남성의 커피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887년 청나라와 프랑스 간의 전쟁이 끝나자 청나라는 문물을 개방하게 된다. 이때 프랑스 선교사들을 통해 각종 문물이 들어오게 되는데 운남성에는 커피가 자리잡았다. 이후 꾸준히 재배되면서 현재 운남 지역에서만 해마다 약 80000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약90%가 바로 운남성에서 난 것이다. 

2012년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타벅스가 운남성에 진출해 아시아 스타벅스 커피 재배 센터를 세웠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다국적인 기업의 진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대규모로 커피 체리를 수매하는 회사가 들어오는 데 대해 커피 농가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판매처를 찾지 못했던 농민들이 일정비율의 소산물을 처분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회사들마다 커피 체리 수매에 좋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 김용은 목사와 운남성 사람들.

그러나 김 목사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런 대기업들의 진출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회사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기업의 자체 대규모 농장이 개발되기 전까지 주요한 커피체리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수단일 뿐, 대규모 농장이 완성된 이후에 상황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우리가 처음 네팔의 커피 산지를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와 동일하게 이곳의 협동조합의 생두를 구매만 해주는 것을 넘어 협동조합과 함께 농지를 개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커피 농민들이 이러한 대규모 공장에 종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 알의 밀알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김 목사는 요한복음 12장 24절에 나오는 이 말씀을 사회적경제의 핵심 정신으로 꼽았다. 이는 곧 형제상회의 정신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를 통해 공동체와 사회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이론과는 먼 말씀인 듯 보이지만 그는 시장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희생과 양보가 사실은 서로를 더욱 살리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누군가의 유익을 위해 손해를 봐야 할 때는 손해를 좀 보면 어떠냐”며 웃어보였다.

또 다른 모티브는 ‘부스러기’다. 오병이어 사건 당시 사도들은 군중들이 먹고 남은 부스러기를 먹었다.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 ‘나부터’ 먹고 살아야지 하면서 일을 시작했더니 겨우 나 혼자 먹을 만큼만 소득이 나오거나 얼마 지나서 마이너스로 접어들었다는 것. 오히려 ‘남부터’ 먹여 살리고 나는 ‘부스러기’로 살아보자고 생각했더니 수익이 늘어나더라는 것이다. 신뢰 속에 복음이 수월하게 전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적은 돈이지만 돈을 꾸어주면, 빌려간 사람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죽으나 사나 끝까지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야 빌려준 돈도 돌려받을 수 있고, 빌린 사람도 고마운 마음에 일정 부분을 저에게 공여해주죠. 말도 안 되는 경제원리지만 저는 이것이 성경적이라고 생각해요. 내 순서는 늦을 수 있지만 남부터 도와주고 그를 잘되도록 한 다음에 그 부스러기를 먹는 거죠. 그렇게 계속 하다보면 나도 좀 세워지지 않을까요.”
 

맛으로 승부한다

형제상회의 커피를 사서 마시는 자체가 선교에 동참하는 일이지만, 공동 창업자 두 사람은 굳이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커피 맛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커피 맛에 대해 자랑을 부탁했더니 내내 커피를 볶던 홍 목사가 다가와 설명에 열을 올렸다. 운남성 커피는 콰티모르라는 특이한 종자로 만들어졌다. 주로 원두커피에 많이 쓰이는 아라비카와 믹스커피에 많이 쓰이는 로브스타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교배한 형태다. 아라비카의 향과 맛이 로브스타 특유의 바디감과 합쳐지면서 좋은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20년 전만 해도 ‘싸구려 커피’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문가들이 운남 커피의 좋은 블랜드를 찾아내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커피를 블랜드 할 때 보통 저렴하면서도 다른 원두의 특징을 방해하지 않는 커피를 베이스로 넣는 것이 원칙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원두가 풍성한 단 맛을 내면 금상첨화죠. 보통 4가지의 커피를 섞는다면 운남 원두를 블랜딩할 때는 2가지 밖에 넣지 않습니다. 이미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운남 원두에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넣는다든지, 인도네시아 만델링을 넣으면 다른 커피의 특징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상승효과를 냅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네 가지 블랜드, ‘차마고도 만델링’과 ‘차마고도 네츄럴’, ‘차마고도 시다모’, ‘차마고도 과테말라’가 형제상회의 주력 상품이다. 

맛뿐이 아니다. 화학비료 없이 자연상태에서 재배한 운남성 커피는 다른 원두에 비해 밀도가 높고 잘 부패하지 않는다. 건강을 생각할 때도 장점이 많다. 

홍 목사는 “일반 원두의 경우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 때 2샷을 넣는 반면 우리 원두는 1샷을 넣어도 농도가 충분히 높고 진하다. 자연적인 단 맛을 내는 것도 특징”이라며 내년에는 제품을 가지고 커피쇼에도 출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제상회는 최근 경기도 유망소상공인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온라인 거래를 위한 홈페이지를 제작중이며, 전화(070-4036-1975)와 G마켓 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 산지 커피농장 산족교회.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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