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보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작품 속 평화의 말씀 녹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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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보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작품 속 평화의 말씀 녹여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12.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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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 교수, 종교개혁 500주년 전시회// ‘성경을 먹자’ 주제로

“책은 장식품이 아니라 읽고 자기 것으로 먹고 소화시켜 내야 하는 것이다. 성경책도 마찬가지다. 보는 것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읽고 생활 속에 적용하면서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켜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허진권 교수(목원대학교) 작품전이 지난 1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성경을 먹자)’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 허진권 교수 작품전이 지난 1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성경을 먹자)’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허진권 교수는 말씀의 능력을 경험하지 못하는 크리스천들의 현실을 꼬집고, 성경말씀 그 자체가 가진 능력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전시회장에서 만난 허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보기만 한다. 하지만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내 것으로 소화시켜야 하는 것”이라며, “이처럼 성경을 보기만하고 자신의 삶과 별개로 여기며 변화하지 않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짚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구약은 수없는 전쟁의 연속이며, 피를 통한 제자를 드렸다.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가 중심에 있다”며, “마틴 루터는 ‘성경을 짜면 피가 나온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평화’는 피를 먹으면서 생겨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작업으로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였지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눈이 반짝였다.

▲ 허진권 교수 작품전이 지난 1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성경을 먹자)’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이번 전시회에서는 성경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활용했다. 그 이유는?

근래 대학에선 단순히 취업률로 학과를 평가하다보니, 인문학 등의 순수문학이 박살됐다. 이 것이 바로 이 시대의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아닌가 싶다. 이 시대 종교개혁이 정말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성경 500권을 묶어 채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책은 단순히 보는 것, 장식품이 아니라 읽고 자기 것으로 먹고 소화시켜 내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성경을 읽는다고는 하지만, 책상에 꼽아놓은 채 장식품 정도로 여긴다. 그렇다보니 크리스천들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변화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소주제가 '성경을 먹자(평화의 프롤레고메나)'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는 사랑이다. 이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 고린도전서 13장을 묵상하다가 사랑보다 윗 단계이자,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은 ‘샬롬(평화)’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평화를 위한 과정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인간은 구원받았고, 결국 ‘평화’에 도달하게 됐다.

이러한 작품의식을 바탕으로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라는 제목이 나왔다. 기독교 미술을 통해 이 시대, 평화를 위해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자연과학과 종교를 한데 엮어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시대에 인문학을 비롯해 순수과학 등의 학문에 관계된 것은 멸시 천대를 받는다. 그 중 어찌 보면 가장 천대 받는 것이 종교다. 예술가들이 종교를 갖는다는 것을 금기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한다. 그렇다보니 예술과 종교, 과학 이 세 가지를 함께 연장선에 두고 이야기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셋의 연관성을 놓고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다.

현재 자연과학의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창조론을 부정한다. 종교의 율법성만을 강조하면 예술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 즉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면 종교나 과학과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셋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고민했으며, 궁극적으로 이 셋이 평화와 연관돼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 그러고 보니 작품 속에 일정한 법칙과 질서가 있는 것 같다. 과학적인 요소는 어떻게 드러낸 것인가?

큰 틀은 평화에 대한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전시된 대부분 작품에는 ‘프랙탈’ 기법을 활용했다. ‘프랙탈’ 구조는 단순한 구조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묘한 전체구조를 만든다. 작은 육각형들이 모여 같은 육각형 모양의 벌집을 이루는 것처럼 꾸준한 자기복제를 통해 하나의 사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를 접목해 그림에 피보나치수열을 활용하면, 시각적으로 더욱 편한 그림이 완성된다. 이를 ‘황금분할’이라고 한다. 과학은 과학대로 인정하면서 창조론을 찾는 것이다. 전시된 작품들에서는 점이 끊임없이 연결되고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PEACE(평화)’라는 글자를 삽입해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목원대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기독교정체성과 예술적 표현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흔히 사람들은 권태로운 것에 대해 익숙해져 있다. 예술이 해야 할 일은 그 권태로움을 흔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는 첨단이다. 모든 것에서 앞서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술은 예술이고 종교는 종교인 것이다. 예술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생각은 어떤 것인가를 먼저 학생들에게 묻는다. 기독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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