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이슈는 환대, 종교 극단주의는 단호히 대응
상태바
난민 이슈는 환대, 종교 극단주의는 단호히 대응
  • 최형근 교수
  • 승인 2017.12.20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7년 해외 복음주의 결산
▲ 복음주의 진영의 두 축인 로잔운동과 세계복음주의연맹은 종교개혁의 발상지인 유럽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컨퍼런스를 가졌다.

로잔운동·WEA, 종교개혁 500주년 맞아 다양한 목소리
트럼프 이후 북미 복음주의 사회 이슈 놓고 갈등 짙어져

▲ 최형근 교수 / 서울신학대학교, 선교학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하느라 어느 해보다 분주했던 한 해였다. 기독교 내의 모든 교파들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상황을 인식하며 교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개혁과 갱신’을 외친 한 해였다. 그렇다면, 종교개혁 500주년이 과연 복음주의 진영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가? 500년 전 루터의 종교개혁의 의도는 본질에서 벗어난 교회가 믿음, 은혜, 성경,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제사장직의 회복을 통해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종교개혁은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숙고와 고민에서 출발한 교회의 재형성(reforming)에 관한 것이었다.

종교개혁은 중세 가톨릭교회의 왜곡된 양상들을 바로잡기 위한 시대의 요청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교회가 복음을 통해 재발견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대한 주도면밀한 파악과 탐구가 필요하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변화하는 다양한 이슈들에 함몰되어 본질을 놓치거나 혼합되지 않기 위해 교회의 삶을 규정하고 이끄는 복음에 대한 이해와 선포, 그리고 그 복음을 몸으로 살아내려는 치열한 노력이 요구된다.

다양한 기념행사 개최
복음주의 진영의 두 축인 로잔운동(Lausanne Movement)과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은 종교개혁의 발상지인 유럽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컨퍼런스를 가졌다. 이러한 모임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에 있어서 성경의 역할, 즉 성경적인 복음을 살아내라는 요청을 재확증하려는 복음주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다짐을 공고히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복음주의 교회들은 이러한 기회를 통해 개혁자들의 삶과 사상이 오늘날 변화하는 상황에서 갖는 연관성을 탐구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90여명의 로잔운동 지도자들이 독일 비텐베르크에 모여 “모든 사람을 위한 복음과 모든 사람을 위한 복음적 교회”에 관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려는 결단을 촉구했다. 로잔운동이 세계복음화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 가운데 초점을 두어야 할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character)과 하나님의 형상(the image of God)의 회복이란 겸손(humility), 정직함(integrity), 그리고 단순함(simplicity)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WEA는 종교개혁의 핵심 논제들을 아우르는 성경 중심의 신앙을 모든 교회들이 확증하고 살아내기 위해 ‘성서 참여’(Bible Engagement) 전략을 전개했다. 

이러한 운동들은 개혁과 갱신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서구교회들과 한국교회에 중요한 도전을 제기한다. 특히 북미에서 시작된 ‘공동체 성경읽기’(community reading of the Bible)를 독려하는 드라마 바이블(Drama Bible) 앱이 한국교회에도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바이블 프로젝트’(Bible Project) 앱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되는 현상은 기술의 급속한 발달이 기독교 선교에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로잔위원회도 지난 11월 ‘종교개혁과 선교’라는 주제로 존 스토트(John Stott)의 뒤를 이어 랭햄 파트너십(Langham Partnership)을 맡고 있고 전 로잔신학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 박사를 주강사로 한국교회의 개혁과 로잔운동의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에 관한 컨퍼런스를 열었다. 

아마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을 위해 한국교회가 개최한 대회들과 사업들 그리고 종교개혁의 발상지 방문은 가장 열성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개혁에 대한 열망은 얼마나 한국교회가 복음으로부터 멀어졌고 믿음과 구원에 대한 환원적 이해에 사로잡혀 있으며, 성경적인 기독교로부터 멀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표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북미의 신학교들이 입학생 감소로 인해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의 신학교들의 입학생 감소현상 등은 이에 대한 일련의 사례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띠고 있는 북미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복음주의 좌파, 중도파, 우파 간에 기후변화, 동성연애/결혼, 낙태, 난민, 이주민 이슈 등을 놓고 갈등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의 이슈들이 복음주의 진영 안에 주요 의제들로 제기되면서 겪는 견해 차이로 인한 갈등양상들은 미국 기독교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행태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국무부에 지시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와 세계 교회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유대계와 미국 기독교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에큐메니칼 진영과 타종교들도 이러한 결정에 대해 종교 갈등과 충돌을 부추길 뿐 아니라 기독교 선교와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복음주의 진영의 각성
지난해 WEA에 대해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은 복음주의 진영의 각성을 일깨웠다. 특히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로힝야 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볼 수 있듯이, WEA는 한 해 동안 난민 이슈에 대해서 환대의 태도를 촉구했고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결단했다. WEA는 종교자유와 난민 인권문제 등과 연관하여 로마가톨릭이나 정교회와의 대화를 통한 관계개선을 모색하고자 노력했다.

한국교회와 연관하여 WEA는 지난 8월 WCC와 개혁교회연합(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을 위한 기도주일’을 지켰다. 올 한 해 북한의 핵실험과 핵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인한 동북아 정세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복음주의 진영의 중보기도는 한국교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현재 한국에 230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는 통계와 함께 2030년에는 그 수가 5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주현상은 매우 중대한 글로벌 이슈이며 기독교 선교에도 중대한 도전을 제기한다. 복음주의 진영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 이민 정책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와 난민현상에 대한 선교학적 논의를 한 해 지속하고 있다.

지난 11월  ‘이주, 인구 분산, 선교적 책무’(Migration, Human Dislocation, and Accountability in Missions)라는 주제로 한국 선교지도자 포럼(Korean Global Mission Leadership Forum)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복음주의 진영의 신학자들과 선교단체 지도자들, 그리고 목회자들이 참여하여 현재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이주현상에 대한 선교학적 진단과 평가를 했다. 이주현상에 대한 숙고와 선교전략을 세우는 과업은 미래의 기독교 선교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급격한 변화 속 중국교회
올 한 해 중국교회의 선교적 역량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3차 선교중국 2030(Mission China 2030) 대회를 통해서 일견 확인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종교정책이 기독교의 중국화를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선교사들의 추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교회 지도자들의 대응도 주목된다.

특히 중국교회가 세계 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목회자와 선교인력의 양성을 위해서 지속적인 협력이 요청된다. 2018년에는 어느 때보다 4차 산업혁명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되며, 그러한 혁명적 변화의 파고 가운데 복음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변화하는 상황에 민감한 선교적 교회의 모습이 복음주의 교회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절실하게 요청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