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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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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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중세 후기의 개혁 회의(3)

차기 공의회는 5년 후에 열어야 한다는 콘스탄츠 공의회 결정에 따라, 교황 마르틴 5세는 1423년 4월 23일 파비아에서 공의회를 개최키로 하고, 자신을 대리해 회의를 주재할 사절을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하지만 참석자는 대수도원장 2명뿐이었습니다. 나중에 몇 사람이 더 도착했지만 그 수가 25명을 넘지 않았고 게다가 페스트가 파비아를 덮쳤습니다. 그러자 교황 마르틴 5세는 공의회 장소를 이탈리아 중부 시에나로 옮기지만 회의가 흐지부지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결국 1431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기로 하고 11개월 만에 해산하였습니다. 마르틴 5세는 바젤 공의회 개최에 대해서도 마땅치 않게 생각했지만 공의회 소집일이 다가오면서 규정대로 공의회를 개최하라는 압박이 점점 심해지자 하는 수 없이 케사리니 추기경을 공의회 의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공의회가 열리기 직전에 교황이 세상을 떠나고 후임에 에우게네 4세가 교황이 되지만 그도 공의회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을 질질 끌다가 예정보다 4개월이나 늦은 7월 23일 개막하지만 처음에는 주교가 한 사람도 없었을 정도로 참석자가 적었습니다. 게다가 개회식 당시 케사리니 추기경은 후스 전쟁에 참가하느라 바젤에는 있지도 않았고 두어 달 늦게 케사리니 추기경이 바젤에 도착했을 때도 참석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교황 에우게네 4세는 그해 12월 바젤 공의회를 해산하고 18개월 후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에서 공의회를 소집한다는 칙령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바젤에서는 케사리니 추기경 주재로 공의회 첫 회기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었습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교황 칙령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회의를 속개한 교부들은 공의회 우위설을 재확인하면서 교황이 회기 중에 있는 공의회에 대해 공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회의 장소를 옮기거나 해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렇게 교황의 명령을 무시하고 회의를 강행하자 교황은 이 회의를 사탄의 집회라고 비난하였습니다.

그러나 독일 왕 지기스문트를 비롯해 부르군디와 영국, 밀라노 등 유럽 여러 나라 군주들도 공의회를 지지했습니다. 힘을 얻은 공의회 교부들은 그해 4월 제3차 회기에서 교황에게 공의회 해산 칙령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3개월 이내에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해 바젤로 출두하라고 통보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2년 가까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공의회 교부들은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성사시켰습니다. 후스 전쟁으로 10여 년간 중부 유럽을 위험에 빠뜨렸던 후스파와 1433년 11월 프라하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한 것입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후스파가 요구한 사항들 중 평신도에게도 성만찬에서 잔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등 몇 가지 조건에 합의함으로써 타협을 이뤄냈습니다.

이렇게 바젤 공의회가 지금까지 난제였던 후스 전쟁을 종식시키는 성과를 거두자 교황 에우게네 4세는 자신의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황은 1433년 12월 바젤 공의회에 대한 해산 명령을 철회하고 공의회 속개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칙서를 발표했습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이제 공의회 우위설을 바탕으로 개혁안들을 계속 마련했습니다. 교구 및 관구 회의의 정례적 개최, 성직자의 축첩 및 성직 매매 금지, 성직자의 독신제도 재확인, 교회 구내에서의 연극과 오락 금지, 교인들의 도박, 댄스, 나체 미술전 참가 금지, 마리아의 무오설 재확인 등과 같은 주목할 만한 내용도 있었지만 교황 권한을 축소하는 조치들이 더 많았습니다. 교황 선거법을 일부 개정하고 추기경 수도 24명으로 제한하되 한 나라에서 3명 이상이 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공의회 교부들은 이미 1432년에 공의회 의사 규정을 바꿔 종전에는 주교들과 대수도원장들에게만 주던 투표권을 신학자, 대학교수, 수도자와 본당 신부들에게도 허용했습니다. 한편 교황 에우게네 4세는 1434년 여름부터는 로마 소요 사태를 피해 피렌체에 와 있었습니다. 교황은 바젤 공의회가 못마땅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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