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성탄을 기다리는 사람들… ‘남수단’에서 온 축구 꿈나무 안산=손동준 기자l승인2017.12.20 14:59:15l수정2017.12.27 17:11l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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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단에서 유학 온 두 명의 유소년 축구선수 마틴(좌)과 임마누엘. 그들은 축구를 통해 고국에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매일 혹독한 훈련과 함께 신앙생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축구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 초청선수
한국 크리스마스에 대한 솔직한 생각 “허전하다”

지난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아프리카의 신생독립국 남수단. 독립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정치적 갈등으로 2013년 내전이 발발하면서 수백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내전의 아픔 속에 있지만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렇듯이 축구는 국민들에게 기쁨과 위안이 되고 있다. ‘축구 외에는 한 게 없다’고 할 만큼 놀이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특히 어린이들은 동그란 공 하나만 있으면 열정적으로 축구를 한다. 최근 들어 남수단 축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보이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온 두 명의 청소년 축구선수 임마누엘(한국나이 19세)과 마틴(18세)도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지독한 축구광이었던 이들은 한국의 한 스포츠 용품회사와 남수단 정부 및 문화체육부가 시작한 ‘아프리카 축구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먼 타국 땅으로 축구 유학을 왔다. 

처음부터 쉬운 길은 아니었다. 자국에서 실시된 선발대회에서 이들은 100:1의 경쟁을 뚫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을 따서 이뤄진 한국행이었다. 축구 실력 뿐 아니라 신체조건과 가능성, 학습능력까지 여러 측면에서 두 선수는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특히 남수단 축구 대표팀 총감독으로 전 국민적인 인기와 지지를 얻고 있는 한국인 임흥세 선교사로부터 직접 지도받았던 경험이 실력 향상에 기폭제가 됐다. 

신생 시민구단 ‘안산 그리너스’의 18세 미만 유소년 팀에 소속되어 활동 중인 두 선수를 최근 숙소에서 만났다. 
 

두 번째 겨울…한국인 다 됐어요
첫 인상은 동년배의 한국 청소년들에 비해 어른스럽다는 것이었다. 다부진 체형에 잘생긴 외모도 눈에 확 띄었지만 가장 놀란 점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었다. 아직은 ‘생활 한국어’ 수준이지만 고작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이렇게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높은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했지만 ‘수준’이나 ‘차이점’ 같은 어휘를 구사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임마누엘이 진중한 성격이라면 마틴은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삼겹살을 가장 좋아한다는 마틴은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을 본인의 장점으로 꼽았다. 마틴은 자신과 같은 포지션에 뛰면서 왼발을 사용하는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를 롤 모델로 꼽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임마누엘은 “한국의 축구선수 기성용을 좋아한다”며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별명도 ‘기’(기성용의 별명)였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음식으로 ‘부대찌개’를 꼽은 임마누엘은 “처음에는 매운 음식이 힘들긴 했지만 이제는 입에 잘 맞는다”며 “이제는 한국인이 다 된 것 같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와 ‘EXID’를 좋아하는 것도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 쉬는 시간에는 또래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간다. 주로 하는 게임도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축구 게임이다. 서로를 가리키며 “얘보다는 내가 더 잘 한다”고 장난치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한국 애들은 이길 수 없다. 한국 친구들 게임 실력은 세계최고”라며 혀를 내둘렀다. 
 

축구영웅도 한걸음부터
‘아프리카 축구 영웅’이 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첫 번째 장애물은 학업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8년제인 남수단과 달리 9년제로 운영되는 한국에서 학교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기독교대안학교에 학적을 둔 채 외국인학생 위탁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초반에 학적문제로 1년 가까이를 허비해야했다. 마틴은 “남수단 학교에서 전교 1·2등을 독차지할 만큼 성적이 좋았다”며 “축구가 아니었다면 공부를 더 해서 기자나 번역가를 꿈꾸고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축구연맹 FIFA 규정이었다. FIFA 규정상 부모와 함께 체류하지 않는 외국인은 유소년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 때문에 정식 경기에서 뛸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연습경기와 훈련만 소화하고 있다. 

더 많은 경기를 뛰며 실전 감각을 높이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당장 연초에 안산 그리너스 성인팀에서 입단 테스트가 진행되는데 거기에 사활을 걸겠다는 게 두 사람의 각오다. 

이들과 함께 동거하며 생활과 신앙지도를 하고 있는 최혁수 목사는 “지도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한국 선수들이 할 수 없는 순간적인 턴 등 뛰어난 강점이 많다고 평가하더라”며 “그러나 안산 그리너스가 K2리그(2부리그)인지라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우선 K3(3부리그)를 목표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마누엘은 “열심히 하면 프로팀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국가를 대표해서 온 만큼 최선을 다해서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마틴 역시 “케이리그가 일차적인 목표지만 나중에는 유럽 리그에서 뛰고 싶다”며 “당장 유소년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것은 슬프지만 K3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무언지 묻자 임마누엘은 한국 친구에게 받은 말씀카드를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화려하지만 허전한 한국의 크리스마스
곧 있으면 한국에서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두 사람. 기독교인이 70% 가까운 남수단 출신이다 보니 성탄에 대한 생각도 남달랐다. 한국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의 감상을 물어보니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뭔가 허전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길거리 장식은 화려하지만 추운 겨울만큼이나 차가운 크리스마스라는 것. 

남수단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어땠는지 물어보자 두 사람 모두 말이 많아진다. 

“남수단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모든 집이 트리를 걸고 케익을 만들어요. 크리스마스에는 모든 아이들이 어느 집이건 들어가서 밥을 먹을 수 있고, 온 가족이 함께 케익을 나눠 먹죠. 모든 어린이들은 새 옷을 입고 2주간의 연휴를 즐겨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에 가서 기도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한국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그린 크리스마스’죠.”(마틴)

“크리스마스만 이야기하자면 우리(남수단) 방식이 더 좋아요.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없었어요. 그냥 다른 날과 똑같은 날이었죠. 상점들마다 장식을 하지만 장식일 뿐이에요. 진정한 크리스마스는 장식이나 나가서 노는 것이 다가 아니고 주변 사람들과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요.”(임마누엘)

남수단에 누나와 두 명의 동생이 있는 마틴은 “지난해보다 올해는 유독 가족이 더 그립다. 특히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란 누나가 많이 보고 싶다. 크리스마스마다 함께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는데 만날 수 없다는 게 많이 슬프다”며 “매일 가족의 건강과 고국의 안녕, 한국과 우리를 지원해주는 스켈리도(스포츠 용품 회사)에 하나님의 축복이 넘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는 이사야 41장 말씀을 가장 좋아한다는 임마누엘은 “내년에는 더 프로다워지기를 바란다. 올해와 달리 공식 경기에도 더 뛰어서 슬픈 날 없이 매일 좋은 날들을 만들고 싶다. 특별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 성도들이 함께 기도해주면 좋겠다”고 기도제목을 전했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최혁수 목사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궁극적 목표는 축구와 신앙을 바르게 지도함으로써 영향력 있는 축구 지도자로 남수단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이 친구들이 신앙 안에서 영향력 있는 선수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후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산=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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