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시행령 ‘변수’…교계 강력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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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시행령 ‘변수’…교계 강력반발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12.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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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시행령 개정안 재검토 지시 논란
개신교계 “합의파기, 강력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
▲ 기독교계 제 단체들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집회를 갖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종교인 과세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종교인 과세 시행을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인 가운데, 의견수렴을 거친 최종 시행령 내용을 두고 종교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획재정부가 종교계 의견을 존중하되 국민 일반의 눈높이도 감안하면서 조세행정의 형평성과 투명성에 관해 좀 더 고려해 보완해 달라”고 밝히면서 애초 예고된 시행령 안 중 핵심내용들이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종교계 의견이 비교적 많이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인 소득신고 범위나 종교단체 세무조사 배제원칙 등이 과세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신교계는 이낙연 국무총리 발언에 강력 반발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중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재검토 지시를 내려 종교계는 당혹스럽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정부와 종교계가 소통하며 국회 조정 역할을 거쳐 어렵게 도달한 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려고 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단체들은 “종교인 개인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은 2015년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원칙이다. 개인소득이 아닌 종교 활동비를 비과세로 한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인 소득만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모법에 충실한 것”이라며 종교 활동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인정했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또 “소득세법에서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 대상을 종교인 소득 관련 부분에 한정하고 있는 만큼, 시행령 개정안에서 종교인 소득에 대해서만 세무조사를 하도록 한 것 역시 모법에 충실한 것”이라며 “개정안에 담긴 종교활동비 비과세와 종교인 개인소득만 세무조사를 하도록 한 내용이 훼손된다면 정교갈등과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개신교계 제 단체들은 ‘종교탄압 음모 저지 한국교회 비상대책회의’ 주관으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기도회를 갖고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후에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까지 이동하며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요 교단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도 의견수렴을 거친 시행령 개정안에 변수가 발생한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교단장회의 위임을 맡아 종교인 과세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무 김진호 목사는 “종교계가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많이 협상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종교계도 수용하기로 한 것을 시행을 보름도 안 남은 시점에 변경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의된 핵심사항들이 수정된다면 천만인 서명운동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진호 총무는 “기재부가 입법예고 후 의견수렴을 했지만, 개정안에 대해 반대보다 찬성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며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합의를 파기한다면 종교계가 함께하는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종교인 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1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쳤다. 입법예고 기간 기재부에 제출된 의견은 1만 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21일 기재부 차관급 회의를 거쳐 오는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이 공포될 예정이다. 제도 시행을 단 5일 앞둔 시점이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부정적 국민여론이 적지 않은 가운데, 종교계가 물리적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개신교계 한 관계자는 “종교계가 세금을 낼 의지가 있지만 종교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부분을 염려하는 만큼, 이를 설득하기 위한 활동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15일 “소득세법에서 비과세로 인정하는 비용은 실비변상적 급에 해당하지만 종교활동비는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영수증 없는 기밀비나 특수활동비를 비과세로 규정한 것”이라며 “종교인을 위해서 특혜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무효”라는 의견을 기재부에 제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 13일 “종교 활동비 비과세와 종교인 세무조사 배제는 조세정의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기재부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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