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좋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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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좋은교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7.12.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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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좋은교회상 시상식이 최근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열린 손봉호 교수의 특강이 퍽 기억에 남아 기자수첩으로 남긴다. 백발의 노교수는 이날 종교개혁과 한국교회, 그리고 좋은교회를 주제로 특강을 전했다.

그는 종교개혁으로 인해 개신교에는 타 종교와는 다른 독특한 ‘절제’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루터와 칼뱅은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노동에 열중함으로 죄를 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막스베버는 ‘개신교의 윤리’에서 이를 ‘세계내적 금욕’으로 표현했는데, 불교나 가톨릭이 수도원이나 절에 들어가는 ‘세계외적’ 절제를 추구하는 반면 개신교인들은 세계 한 가운데, 시장 한 가운데에서 금욕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가 말하는 개신교식 절제의 또 다른 점은 절제의 목적이 ‘나 자신’이 아닌 ‘이웃’을 향한다는 것. 그리스철학이나 유교, 유대교도 금욕을 강조하지만 그건 자신의 도덕적 수월성을 위한 것이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바로 이 절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으로부터 배우지 못한 치명적인 부분이 바로 절제다.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칭송 듣지 못하는 것도 절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돈 권력 명예, 이따위 것이 하나님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니까 온갖 문제가 생긴다”고 일갈했다.

“돈 있는 사람, 권력자, 연예인이 오면 교회가 껌뻑 죽어요. 이건 하나님의 권위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세상이 중요시 하는 것을 교회도 왜 그리 중요시합니까.”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초대교회 7개 가운데 서머나교회는 예수님께 칭찬 받은 교회였다. 그런데 서머나교회는 크고 화려한 교회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난하고 작고 옹색한 교회였다. 반면 라오디게아교회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교회였고, 부자와 유력자가 많이 모이던 교회였지만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는 미지근한 신앙’으로 질책을 받았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기준에 맞는 좋은 교회가 이 땅에 많이 세워지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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