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 ‘가장 적극’ 개신교, ‘가장 진정성’ 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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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 ‘가장 적극’ 개신교, ‘가장 진정성’ 천주교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12.06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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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사회봉사 현재 위치는? 호감도 45.8% VS 비호감 42.6%
▲ 한국교회봉사단이 지난 4일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국교회 사회봉사활동’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사회 봉사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국교회. 일부에서는 한국교회가 얼마나 훌륭하게 우리 사회를 위해 섬기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교회봉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교봉이 지난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사는 우리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회봉사 활동이 가장 적극적인 종교를 ‘개신교’(개신교 29.2%, 천주교 20.2%, 불교 3.8% 비슷하다 22.2%, 잘 모르겠다 24.7%)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진정성 있고 전문성 있게 활동하는 종교는 ‘개신교’가 아니라 ‘천주교’라고 응답이 더욱 많았다. 국민들은 개신교가 봉사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정성과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았다.(진정성:천주교 29.3%, 개신교 13%, 불교 6.5%, 비슷하다 22.3%, 모르겠다 28.8%)

전반적으로 봉사활동을 가장 잘하는 종교에 대한 질문에도 ‘천주교’가 24.4%로 가장 높았다. 개신교는 21.2%, 불교는 3.8%로 나타났다. 종교 활동에 대한 호감도를 보면 더 심각하다.

개신교, 봉사활동 잘하지만 호감도 낮아

설문조사 응답자들에게 개신교 사회봉사 활동에 대해 호감도를 물었을 때 ‘호감이 간다’는 사람은 45.8%로 호감도가 50%도 안 됐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42.6% 응답보다 3.2% 높을 뿐이었다.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연령이 높을수록 높았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기독교 사회봉사 활동에 대한 종교별 호감도이다. 개신교인 중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무려 86%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종교가 없다’는 응답자 중 ‘호감이 간다’는 답변은 32%에 그쳐 10명 중 7명은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천주교인이 느끼는 개신교 봉사활동에 대한 호감도는 43%으로 ‘종교가 없다’는 응답자 32.2%보다 높았으며, 불교는 3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설문조사를 맡았던 지앤컴리서치 지용근 대표는 “무종교인들이 보여준 호감도 수준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한국교회가 실시하고 있는 사회봉사활동에 대해 개신교만 좋아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개신교 사회봉사 활동에 대해 이처럼 비호감을 나타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물었을 때, 일반 국민들은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앞서 설명한대로 개신교가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하지만, 순수하고 전문성을 갖춘 종교는 천주교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개신교에 대한 비호감 1위는 봉사활동을 ‘전도 수단으로 삼아서’(40%)라는 것이었다. ‘보여주기 식으로 활동해서’(32.4%), ‘형식적이어서’(16.3%), ‘활발하지 않아서’(11.3%) 순으로 나타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교계 전문가들은 한국교회 봉사활동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교회의 섬김 사역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겠지만, 교회 부흥이나 전도 등을 위한 전략적 목적이나 수단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이준우 교수는 “봉사자원이 교회만의 것이 아니라 공적 자원이라는 인식이 넓어져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실천이 교회 안에 필요하다”면서 “한국교회의 봉사가 낙인화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개신교가 전반적으로 봉사활동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봉사하는 종교라서’가 50.1%를 차지해 개신교의 봉사활동의 역동성을 높이 평가했다. ‘가장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봉사하는 종교’라는 응답이 30.2%로 뒤를 이었다.

교회 봉사활동 이제 방향은 어디로?

한국교회로서는 가장 많이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면서도, 호감도가 낮고 진정성마저 외면 받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에 억울할 일이다. 분명 억울할 일이지만, 책임은 교회에도 있다. 개신교의 봉사활동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 명예교수는 “기독교의 사회봉사활동이 양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진정성이 외면 받고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사회봉사활동의 양을 확대하기보다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진정성 있는 봉사가 될 수 있도록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대 이준우 교수는 “교회가 ‘할 수 있는 봉사’와 ‘하고 싶은 봉사’보다는 지역사회를 위해 ‘해야 하는 봉사’ 사역을 펼쳐야 한다”면서 그동안 교회들이 지나치게 지역사회를 외면한 채 교회 중심의 봉사활동을 시행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준우 교수는 “이제 교회들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복지기관과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제왕적 사회복지 사역을 넘어서야 한다. 오랫동안 지역을 섬겨온 시설들을 돕고 함께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20~30대는 개신교 봉사활동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30대는 53.5%, 20대는 47.2%였으며, 40~50대는 각 41%, 만 60세 이상은 32.7% 양상을 보였다.

개신교 봉사활동에 대한 호감도는 이날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언론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흥식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언론을 통한 정보습득이 사회봉사 활동의 필요성과 활성화 정도, 호감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색만 내는 일처럼 언론에 보도된 사례들이 호감도에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봉사활동 의지 충만 ‘개신교’

한국교회 봉사활동에 대한 인식과 변화의 필요성을 살펴봤지만, 우리 사회를 위한 섬김에 대한 의지는 개신교인들에게 확고한 것으로 조사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회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지 질문에 개신교 44.4%, 천주교 39.7%, 불교 39.7% 순이었으며, 금전기부와 재능기부, 물품기부에 있어서도 다른 종교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참여활동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개신교는 92.2%, 천주교 93.8%, 불교 90.3% 순으로 차이를 보였으며, 금전과 재능, 물품기부 의향에 대해서도 개신교인들이 높게 조사됐다.

개신교의 사회봉사활동 지향 분야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 32.6%는 ‘지역사회의 필요와 욕구에 맞는 분야’를 전개해야 한다고 반응했으며, 해외보다 국내 불우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응답이 24.7%로 많았다.

또 개신교 사회봉사 활동 지향방향과 관련해서는 ‘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활동’이 57.2%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지원 운영’ 22.9%와 ‘사회적 불평등 개선활동’ 19.9%보다 크게 앞섰다.

숭실대 박종삼 명예교수(한국글로벌사회봉사연구소장)는 “한국교회가 전도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회봉사 선교를 의식적으로 폄하하고 하나님과 이웃사랑의 불일치를 따르며, 분열과 불소통으로 사회선교 능력을 상실하는 영적적폐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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