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고파이가 먹고 싶습네다!” (Chocolate pie, I want to ea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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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고파이가 먹고 싶습네다!” (Chocolate pie, I want to eat it!)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12.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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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44

대학입시에 떨어져 재수를 하고 있을 때에, 군에서 휴가를 나온 형을 따라 생전처음으로 명동이란 곳을 가봤다. 형 친구가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어느 호텔 지하로 갔다.

중국집에서는 자장면만 파는 줄 알았는데, 아주 낯선 음식이 나왔다. 기름에 튀긴 것을 꿀도 아니고 조청도 아닌 그러나 그 비슷한 것에 버무려져 참 신기한 맛을 냈다. 세상엔 이런 것을 먹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큰 부러움으로 맛있게 먹었던 것은 ‘탕수육’이었다.

육군 ‘탱크부대’에 복무하면서 정비를 하다가 ‘데드라인품목(deadline subjects)’이란 보고서를 썼던 기억이 있다. 장비의 부속품 중 파손됐거나 거의 수명이 다해 고장 일보직전에 있는 것을 확인해 보고하고 새 부품을 받는 형식이다.

이런 의미의 ‘사선’을 ‘deadline’이라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을 지날 때는 ‘in a hail of bullets and fire’라고 한다. 그러나 삶이 정말 힘들고 어려워 죽을 고비를 넘기는 순간은 ‘a life or death crisis’라고 한다. 그리고 모두 우리말로 “사선을 넘는다”라는 표현을 쓴다. 

2011년 ‘김익창’이 지은 ‘사선을 넘어서(Beyond the Battle Line)’란 ‘자서전’ 영문판이 번역되어 출판됐다. 그는 한국전쟁의 아픔과 그 상처를 지닌 채 살았던 사람이다.
숱한 역경을 넘어 자신의 삶을 운명처럼 사랑했고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낸 그는 미국의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다. ‘판문점(the Panmunjom truce village)’ ‘JSA(Joint Security Area, 공동경비구역)’에서 여러 발의 총알을 맞으며 귀순한 북한군 병사도 생명을 걸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했다. 그래서 사선을 넘어 자유의 품에 안겼다.

“초고파이가 먹고 싶습네다.” 그야말로 영화처럼, 사선을 넘어 귀순을 하고 기적 같이 살아난 북한군 병사가 깨어나면서 한 말이다.

지금도 탕수육을 보면 옛날 그 생각으로 입에 물린 한 조각을 씹어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나는 가슴이 아프도록 그 말이 실감이 난다. 어쩌다 먹어본 그 ‘파이’하나가 새롭게 생명을 얻게 된 그의 첫 소망이란 것에 동병상련의 아림을 갖게 된다.

한국의 의술은 정말 놀랍다. 죽어가는 사람의 몸 속에 박힌 여러 개의 총알들을 꺼내고 생명을 구해내는 실력 있는 의사와 병원 그리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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