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의 문화칼럼]샬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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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문화칼럼]샬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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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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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우리나라 대학에서 순수학문을 추구하는 학과들은 서서히 문을 닫기 시작하였다. 반면 대부분 대학에서 그 학과의 교수들은 그대로 수용하였다. 이때부터 학과의 ‘융 복합’이란 용어가 유행하며 외래어와 혼합된 명칭의 학과들이 양산되었으니 명칭만으로는 무엇을 교육하는지 알 수 없는 신 풍속이 시작됐다. 그리고 마침내 대학 평가 지표에 ‘취업률’이라는 돌연변이가 등장하였다.

▲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책은 보는 것,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7. 허진권.

취업이 잘 되지 않는 순수학문은 국가에서 보호하고 장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소신 없는 대학의 경영자들은 앞장서서 폐과, 융 복합, 명칭변경 등을 통하여 순수학문 공동화현상에 앞장섰다. 가뜩이나 말초적 감각을 추구하는 세대들에게 본질보다 현상을 중시하도록 위정자들이나 대학의 경영진들이 앞 다투어 장려한 것이다.

문학, 역사, 철학 책을 묶는다. 나아가 성경과. 찬송가를 묶는다. 인간은 무엇인가? 구원은 무엇이며 참된 평화는 무엇인가? 꿈을 갖게 하고 그 꿈을 가꾸고 키워서 인류를 위하여 무슨 일을 어떻게 할까를 놓고 고민하게 하는 책들이다. 생명의 말씀이다. 그러니 이제 이런 책들은 필요 없다고 한다. 필요 없으면 분리수거해야한다. 아니면 박제하여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진열해야 마땅하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책을 묶고 본드를 칠하여 박제를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역사상 악명 높은 진나라 시황제의 ‘분서갱유’는 다소 과장되어 전해지고 있으나 그 오명만은 씻을 수 없다. 따라서 필자는 이와 같은 우리의 현실을 ‘또 분서갱유’라 부른다. 본질을 모른 채 현상만을 추구하며 쉼 없이 달려온 사람들, 내가 왜 사는지 그 목적이 없으니 목표를 달성하면 허탈하고 권태롭다. 따라서 이들은 대다수가 소위 ‘갑질’을 한다. 목적 없이 앉아있는 자리, 높으면 높을수록 패악은 더 크다.

거룩한 주님 나라와 그 의를 찾으며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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